복지부 병용요법 급여 인정… 당뇨병 치료제 시장 활기

DPP-4 억제제와 인슐린의 병용요법 급여 인정으로 당뇨병 치료제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고시개정안에는 당뇨병용제 일반원칙 중 인슐린을 활용한 병용요법에 DPP-4 억제제가 포함됐다.

기존 인슐린의 경구제와 병용요법 기준에는 '로시글리타존 및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약제는 인슐린 주사제와 병용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됐지만 개정안에는 '로시글리타존은 인슐린 주사제와 병용 시 인정하지 않고, SGLT-2 억제제는 인슐린 주사제와 병용 시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고 변경됐다. 기존 병용을 인정하지 않던 부분에서 DPP-4 억제제 계열만 삭제된 것.

이와 관련 복지부는 "DPP-4 억제제와 인슐린 주사 병용요법 관련 교과서 및 가이드라인 등에 임상적 유용성이 언급돼 있고, 52주까지 투여한 최근 임상논문에서 안전성 및 임상효과가 보고된 점을 고려해 급여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제약계 "선택폭 확대…고무적"

이번 발표에 DPP-4 억제제를 보유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미 시장에 다양한 DPP-4 억제제가 있는 만큼 고무적인 매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선택의 폭이 확대된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

또 기존 시장 분석에서 비급여임에도 DPP-4 억제제와 인슐린을 병용했던 비율이 약 8%에 달해 이 또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며, 기존 임상 데이터들도 인슐린과 병용 시 장기적인 이점을 증명했다고 피력했다.

그는 "기존에 인슐린을 투여하던 사람들은 DPP-4 억제제가 좋다고 들어도 보험 적용의 한계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했는데, 선택의 폭이 확대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는 의료진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사용 증대가 기대되는 만큼 약가 인하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용량이 확대되면 사용량 약가 연동제로 인한 약가 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급여 확대에 따른 이익을 고려해 사전에 기존 약가를 인하하는 '사전 약가 인하' 제도에 따라 오히려 기존 급여 확대 전보다 실질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52주 임상 통해 인슐린과 시너지 입증

한편 이번 급여 인정은 DPP-4 억제제와 인슐린 간 병용 시 얻게 되는 유용성에 대한 임상 결과에 근거했다.

유럽당뇨병학회에서 지난 2012년 발표된 대규모 3상 임상연구에는 인슐린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은 환자 1261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리나글립틴, 위약을 인슐린과 병용 투여했다. 52주 동안 진행된 연구 결과, 리나글립틴 치료군이 위약군에 비해 당화혈색소(A1C)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면서도 전반적인 안전성은 위약과 유사했다. 위약을 보정한 A1C 감소율은 -0.53%였다(p<0.0001).

아울러 유럽당뇨병학회에서는 사전에 진행된 2개의 임상에서 70세 이상 노인 당뇨환자군 결과를 분석한 결과가 추가로 발표됐다.

24주 간 70세 이상의 노인 환자에게 인슐린을 리나글립틴 환자군과 위약 환자군으로 나눠 각각 병용투여했을 때 A1C 감소 효과 및 안전성을 살펴본 결과, 리나글립틴 치료군은 저혈당에 대한 큰 위험 없이 위약을 보정한 A1C를 0.77% 추가로 감소시켰다(p<0.0001/리나글립틴 환자군에서 28.6% 저혈당 발생vs위약 환자군에서 37.2% 저혈당 발생).

빌다글립틴과 인슐린의 병용요법 혜택도 2012년 나온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다기관 이중맹검 위약군 대조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안정적인 인슐린 요법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 449명을 대상으로, 빌다글립틴 50mg 추가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빌다글립틴 50mg은 1일 2회 투여했고 메트포르민 투여 여부는 별도 구분하지 않았다.

24주째 평가 결과 빌다글립틴 추가투여군(228명)은 위약투여군(221명) 대비 A1C를 0.7±0.1% 더 낮췄다(P<0.001). 추가적으로 메트포르민 복용 여부로 하위분석을 진행한 결과 메트포르민 투여군에서는 빌다글립틴이 A1C를 0.6±0.1%, 메트포르민 비투여군에서는 0.8%±0.2% 감소시켰다(P<0.001).

이 밖에 알로글립틴, 시타글립틴 등 DPP-4 억제제에서도 인슐린과 병용 투여 시 각각 유의한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의료진 "급여적용 반가운 일" 환영

이번 급여 확대에 의료진들은 기존 인슐린 치료로 혈당 조절이 안 되는 환자들에게 추가적인 혈당조절의 길이 열렸다며 환영의 뜻을 비쳤다.

가톨릭의대 권혁상 교수(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인슐린 단독만으로는 어렵고 경구약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DPP-4 억제제의 급여 적용은 반가운 일"이라며 "외국에서 나온 임상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현재 많이 사용하는 24시간 지속형 인슐린에는 DPP-4 억제제가 상당히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전상 24시간 지속형 인슐린은 공복 혈당을, DPP-4 억제제는 식후 혈당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공복과 식후의 모든 혈당 관리에 용이하다는 것.

이어 "조심스러운 것은 식후 혈당이 약제로 조절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또 다른 초속효성 인슐린이 필요함에도 인슐린과 DPP-4 억제제 병용으로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결론적으로 인슐린을 쓰는 모든 환자에게 경구약제를 추가한다는 식보다는 환자별로 잘 선별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트포르민과 3제 요법 자리에 DPP-4 억제제의 활용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서울의대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는 "기존에 주로 쓰이는 3제 요법은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인슐린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저혈당 위험이 올라간다"며 "설포닐우레아를 제외하고 DPP-4 억제제로 바꿔주거나 용량을 바꾸는 등 활용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이번 급여 확대로 인슐린 사용량이 확대되기에는 최근 좋은 경구형 제제가 많아 더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DPP-4 억제제 병용은 인슐린 비용에 비해 이점이 있어 인슐린 요구량을 10~15%가량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SGLT-2 억제제가 병용 처방에 아직 급여 제한점이 있는 것과 관련해 "SGLT-2 억제제도 인슐린과 병용하면 혈당강하 효과가 좋다고 보고된다"며 "이런 부분이 국내에 도입되면 환자 진료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번 병용 급여는 DPP-4 억제제가 인슐린을 쓰던 사람에게 무작정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혈당조절이 어렵고 저혈당 위험이 높은 이들을 대상으로 약을 선별해 쓰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TZD·SGLT-2 억제제도 경쟁 가세

한편 당뇨병 시장에서 자리 잡은 DPP-4 억제제는 이번 급여 확대로 시장에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유비스트 기준(복합제 제외)으로 지난해 DPP-4 억제제는 트라젠타 502억원, 자누비아 440억원, 가브스 121억원, 제미글로 110억원, 네시나 57억원, 온글라이자 46억원의 조제액을 기록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활기를 더했다.

더불어 국내 개발 신약이자 처음 도입된 TZD 계열 약물인 듀비에도 지난해 약 61억원의 조제액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SGLT-2 억제제의 선두를 끊은 포시가도 9월 급여적용 이후 10억원 이상 처방되면서 시장에 진입했다. SGLT-2 억제제의 경우 슈글렛, 자디앙, 인보카나 등 제품들도 출시를 앞두고 있어 DPP-4 억제제 등 기존 계열 약물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