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갑범 명예교수

"요즘 의료계는 대단히 어렵다. 개원가는 물론이고 대형 종합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계의 어려움은 첫단추를 잘못 꿴 건강보험제도에 있음은 누구나 잘안다. 그러면 앞으로 의료계는 어디로 가야 하나. 매우 답답하다."

김대중 대통령 주치의를 역임하고 현재 허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20년간 각종 언론에 기고했던 칼럼과 인터뷰 자료를 취합, 일부 수정을 거쳐 최근 '한국의료의 세계화 의학교육 개혁이 열쇠다' 제목으로 인터뷰 모음집을 펴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낮은 비용으로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니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들이 이 제도가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적정한 부담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인들은 사회속의 의사로 국민과 소통하며,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넓혀 나가는 노력을 기울려야 할 것과 의학교육이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다양하게 개혁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허 원장이 의학교육 개혁을 강조하는데는 우리나라 의료가 세계를 선도하고 의학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첨단의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이며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따라서 노학자의 잔소리로 들릴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의료의 밝은 미래는 시간이 지나간다고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충고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젊은 의사들이 임상만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다양한 진로와 자신만의 독특한 역할을 찾기 위한 고민을 했으면 한다는 것. 의학전문대학원 학제와 미국식 석·박사복합학위과정, 학·석사복합학위과정 등 다양성도 의학계 안에서 필요하고 수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연구중심병원' 정책을 도입한 것에는 박수를 보냈다. 이 제도가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지만 정착될 경우 이곳은 중증·난치성질환 치료에 집중하면서 높은 수준의 의료기술과 기초-임상을 잇는 중개연구도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것. 이같은 시각들을 감안하면 허 명예교수의 의학교육철학은 △교육다양화 △교육-연구중심대학으로 구분 △석·박사 복합학위과정 활성화로 정리될 수 있다.

그는 "6년제 의과대학은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변별력이 없는 수능시험 문제점과 입학만 하면 의사가 되는 길이 열리는 보장형이어서 교육이 부실해 질 수 있다"며,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정부차원서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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