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사람보다 적합한 사람 채용해야...인재병원 상황보다 스펙 높으면 빨리 퇴사 경우 많아

서울 강동구의 김 모 개원의는 최근 간호사 한 명이 갑작스럽게 그만두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임을 구하지 못해 진료에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그동안 그만둔 간호사를 중심으로 병원 시스템을 바꾼 것에 관해서도 자기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퇴사한 간호사를 채용할 당시 다른 직원들이 극구 만류했음에도 김 원장은 병원에 비해 훌륭한 스펙을 가진 간호사라 매우 흡족했다. 그런데 3개월도 채우지 않고 병원을 그만둔다고 해 직원들 볼 면목도 없고, 병원에 혼란만 주게 된 꼴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김 원장이 저지른 실수는 병원의 상황보다 뛰어난 스펙을 가진 사람을 뽑은 것이라 진단한다. 조직보다 너무 뛰어난 사람은 잘 적응하지도 못할뿐더러 이른 시일 안에 떠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규모가 작든 크든 인력채용은 조직 운영의 핵심이다. 개원가에서 절대 뽑지 말아야 할 직원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친절' 심층면접으로 세세히 살펴라

병원에서 간호사 등의 인력을 채용할 때 반드시 친절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기업에서 고객 접점이라고 해야 고객서비스센터 등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병원은 접수에서부터 진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이 고객접점지역이다. 따라서 친절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면 곤란하다.

지식이 부족하면 트레이닝을 시키면 되지만, 몸에서 배어 나오는 습관인 친절은 단시간에 알려줄 수 없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병원 컨설팅 회사인 아라그룹 윤성민 대표는 직원을 채용할 때 친절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사람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윤 대표는 "친절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뽑으려면 병원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며 "우선 친절도를 물을 수 있는 면접지를 준비해야 하고, 친절한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 심층적으로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전 병원에서 환자에게 어떻게 친절했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지 등 집중적으로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덕적 기준 엄격한 사람으로

도덕적 기준이 허술한 사람도 채용에서 배제해야 할 인물이다. 의료라는 행위는 도덕적 기준이 매우 엄격해야 하는데, 최근 벌어진 J성형외과의 사례처럼 규모가 작은 개원가에서 도덕적 기준이 허물어지기 쉬운 환경이다. 그런데 도덕적 기준까지 미흡한 사람을 채용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직원의 도덕적 기준은 매우 중요하다.

윤 대표는 "원장이 도덕에 대한 마인드가 엄격하지 않으면 직원들도 따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장도 도덕적 기준을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며 "직원도 마찬가지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절대 뽑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병원 상황에 적합한 직원 뽑아라

좋은 직원을 뽑고 싶은 것은 모든 원장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좋은 인재보다는 병원에 적합한 직원을 채용하라고 입을 모은다. 병원 조직보다 월등히 뛰어난 직원을 채용하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곧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직원들은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가치를 올리고 싶어 하는데, 조직이 이를 받쳐주지 못해 뛰어난 직원은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닥터스넷 박병상 대표는 "원장들이 몇 번 채용 실패를 하면 알게 되는 사실인데 처음에는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며 "뛰어난 인물은 채용해도 곧 떠날 준비를 하므로 병원에 나쁜 영향만 준다. 따라서 병원 상황보다 높은 스펙을 가진 직원은 뽑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또 "급하다고 너무 부족한 직원을 뽑는 것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조직 구성원들과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할 확률이 커져 오히려 조직의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병원에 적합한 인물은 어떤 사람인지 원장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용할 때 주의해야 할 또 다른 항목은 병원을 많이 이직한 사람이다. 개원가의 병원 업무상 큰 변화가 없음에도 이직이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은 한 곳에서 충실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초기 개원하는 원장들이 주로 하는 실수가 급하게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개원해야 하는 날짜는 다가오고, 직원은 안 뽑히고 그러면서 절대 뽑지 말아야 할 유형인 친절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예민하지 않은 등의 사람을 뽑는 패착을 두게 된다. 따라서 개원을 앞두고 있다면 개원 스케줄에 직원 채용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있어야 한다.

기존의 채용 방식을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외부 채용을 내부 추천제로 변경하는 것. 내부 추천제를 통해 인력을 보강하는 대기업이 많은데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내부 직원이 좋은 회사가 아니라고 하면 처음부터 추천할 수 없고, 또 좋은 인재가 아니면 회사에 제안할 수 없으므로 일정 부분 안전장치가 확보된 셈이기 때문이다.

윤성민 대표는 "내부 추천제는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직원 고용 툴이고, 실제 몇몇 병원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꽤 만족도가 높다"며 "추천한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좋은 직원 뽑으려면 좋은 조직문화부터 만들어야

많은 원장이 간호조무사나 간호사 등이 돈 때문에 직장을 옮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원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간호조무사 등의 월급은 일정하게 형성돼 있어 폭이 크지 않아 그것이 주요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 핵심은 내부 조직문화라는 얘기다.

윤성민 대표는 "직원들이 서로 함께 할 수 있고, 성장하는 내부 조직문화가 돈보다 중요하다. 텃세나 철저한 서열중심의 일관된 문화는 적합한 인재를 떠나게 한다"며 "병원은 사람에 대한 경쟁보다는 서로 팀워크를 맞추며 성장할 수 있는 긍정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적합한 인재를 뽑으려면 병원의 미션과 비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병원에 맞는 인재상을 세울 수 있다"며 "좋은 직원을 찾는 데 쓰는 에너지를 좋은 조직문화를 가진 병원으로 만드는 데 쓰라는 게 최근 트렌드"라고 제시한다.

원장은 직원들에게 병원의 미션과 비전 등이 담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를 실천할 때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보통 원장이 열 번 이야기 하면 직원들은 2분의 1만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따라서 원장은 아침 회의, 교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예로, 병원에 면접자가 왔을 때 직원들이 이를 미리 공유하고 있어 면접자를 냉랭하게 쳐다보기보다는 친절하게 웃어주거나, 안내해주는 작은 변화가 조직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또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을 환영한다는 문구도 그 병원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요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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