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김필건 회장, 모든 의료기기 범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 밝혀

▲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는 14일 오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정부의 규제기요틴에 대한 대한한의사협회 입장'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지금 의료계에서 사용하는 모든 의료기기를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서 의료계 눈치를 보느라 3~4가지로 범위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눈치보기에 불과하며,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

14일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은 정부 규제 기요틴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의료인인 한의사들의 양심과 상식에 맡겨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는 민관 합동회의를 통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제한' 규제를 풀어주자는 내용을 담은 '규제 기요틴'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제대로된 의료기기 사용 교육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부작용, 오진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음을 지적해왔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이미 대다수 국민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원하고 있고, 의료기기 제한으로 인해 국민들은 이중적인 의료비를 지출해왔다"며 "발목염좌의 경우 연간 425만건 정도의 한의 치료가 이뤄지는데, X-ray 사용 제한으로 인해 전원 후 (양방)의원에서 촬영을 하고 다시 한의원을 방문하는 불편이 따른다. 또한 이로 인해 건보 재정과 국민 의료비가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규제 개혁이 이뤄지면 국민의료비를 현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 한의계는 '이익'이 아닌 '국민 편의'를 위해 규제 기요틴 내용을 수용하자는 입장"이라며 "오진이 높아진다는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는 양의사들이 급기야는 총파업까지 들먹이면서 이를 협박한다. 이는 의사들의 갑(甲)질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며, 비상식적인 횡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디 이 문제가 직역 간 다툼으로 격하되지 않길 바란다"며 "한의사들은 국민의 편에 서서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최상의 의료서비스 토대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범위 대폭 제한? "복지부의 눈치보기...모든 범위로 늘려야"

특히 최근 복지부에 분뇨·혈액 검사기 등 '법적으로 인정되면서 동시에 의료이원화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의료기기를 허용하겠다는 움직임이 일자 "복지부의 의료계 눈치보기가 도를 넘어섰다"며 "모든 의료기기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의협 김필건 회장
이어 "소변 및 분뇨 검사기, 혈액 검사기는 이미 한의계에서 사용 중이다. 헌재에서는 최근 안압측정기, 안저카메라, 청력검사 등 안·이비인후과 검사기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런 몇가지 의료기기 나열로는 해당 문제에 접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복지부가 이원화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겠다는 언급에 대해서는 "진단부분에서는 양방과 한방이 이원화된 부분이 없다"며 "만약 진단기기 사용 범위를 제한하려면 건보법상 상병명 교과서를 같이 쓰라는 규정된 내용은 어기는 것이며, 일부 몰지각한 의료계 협박에 의한 눈치보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치료기기 중 한의계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기기라면 한의사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호 기획이사는 "IPL은 침의 원리를 이용한 미용기기고, 레이저는 열의 원리에 의한 기기다. '한의학적 원리'로 만들어진 치료기기는 한의계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아스피린 등 서양의학적 원리로 만들어진 것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따라서 한의계는 초음파, CT, MRI, X-레이를 비롯해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모든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완수 부회장은 "CT나 맘모그래피 등 양방에서도 영상전문의가 독점적으로 판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의가 쓰면 안 된다고 규정해두진 않는다"면서 "한의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 쓸 수 있도록 법적으로 열어두되, 한방영상전문의가 이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 문제도 이와 같은 원리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의사들이 한의사 교육을 걱정하는 것은 넌센스다. 의사들도 처음부터 의료기기를 잘 사용하지 못했다"며 "한의사도 진료현장에서 의료기기 사용할 때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현장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 노력할 것이며, 이는 양한방을 넘어 의료인이라면 갖춰야 할 상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한의사들도 의료기기 도입 이후 충분히 교육을 해왔다.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라며 "한의과 6년 교과과정, 양방 6년 교과과정은 누가 보더라도 동등한 수준에서 이뤄진다. 전문 수련과정 없이 일반의들도 의료기기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나, 한의사들은 사용할 수 없다. 납득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필건 회장은 "지금까지 의료기기 사용 제한 해지라는 큰 원칙만 정해졌을 뿐 아직 구체적으로 범위가 정해진 바 없다. 의료계에서 범위가 제한됐다는 잘못된 이야기를 퍼뜨리지 말아 달라"며 "지금이 한의계에선 더 중요한 시기며, 한의협은 범위를 확대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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