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보호 효과 가진 약물 선택 늘어

 

한국인의 대사증후군
서구화된 식생활패턴의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대사증후군의 폐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된 최근의 역학연구 결과들을 보면, 1990년대에서 2010년대까지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대사증후군이 일관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만이나 이상지질혈증의 증가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 소아·청소년의 대사증후군이 감소세에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범국가적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한국인 가계에서 가족력과 심혈관 위험인자 증가로 인한 대사증후군 위험이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Global risk management
현대의학은 이제 20세기의 관찰결과를 임상에 적용한다는 기치 아래 심혈관질환 예방전략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 또는 global risk management라 하는데, 기존의 개별 위험인자 관점이 아닌 환자의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의 관점에서 치료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상지질혈증·고혈압·고혈당·비만 등 각각의 위험인자에서 더 나아가 이들의 집합체에서 기인하는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예측하고, 이에 기반해 치료시작과 선택 등 제반 전략을 짜게 된다.

이 경우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이나 혈당을 측정해 위험인자 또는 여타 질환의 동반현상을 관찰하고, 총체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고려해 추가적인 치료가 동시에 적용될 수도 있다. 다른 개별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에서도 마찬가지다. 향후의 죽상동맥경화증 또는 보다 궁극적인 죽상동맥경화성 혈관질환에 미칠 위험성을 사전에 예측한 후, 정상 또는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위험인자 관리가 이뤄진다.

종합적인 위험인자 관리전략의 혜택은 이미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ASCOT 연구에서는 심혈관 위험인자가 최소 3개인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과 함께 스타틴을 통한 지질조절 전략을 동시에 적용한 결과,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사건 위험을 보다 크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④ ONTARGET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과 함께 혈압을 적극적으로 동시조절한 결과, 역시 심혈관사건 위험을 더 줄일 수 있었다. ADVANCE 연구 역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혈압조절을 동시에 적용한 결과, 보다 우수한 심혈관질환 개선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심혈관 위험인자의 종합관리는 곧 약물의 병합요법과 직결된다. 그런데 병합요법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명확한 개념정리가 필요하다.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에서 병합요법은 다중 위험인자의 발현과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죽상동맥경화증의 악화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급격히 증가시킨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약물 병합요법의 개념은 위험인자의 조절과 함께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혈관의 구조적·기능적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약제를 선택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고혈압은 혈압, 고혈당은 혈당, 이상지질혈증은 지질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부가적인 혜택, 즉 심혈관보호효과를 갖는 약물들이 새로운 선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약물들을 의미한다.

항고혈압제 분야에서는 RAAS 차단제와 칼슘길항제 등이 혈압강하력 외에 내피세포기능장애나 염증 개선 등 부가적 혜택을 보고하고 있다. 칼슘길항제는 ASCOT-BPLA, ACCOMPLISH 연구 등에서, RAAS 차단제는 ASCOT-BPLA, ADVANCE, ACCOMPLISH, TRANSCEND, ONTARGET 연구 등에서 심혈관보호효과를 통한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이 잘 알려져 있다.

지질치료 분야에서는 최근 스타틴에 더해지는 비스타틴계 약물의 심혈관보호효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심바스타틴 + 에제티미브 복합제에서 심혈관사건 개선혜택이 IMPROVE-IT 연구를 통해 명확히 입증돼 복합 지질치료를 통한 임상혜택의 가능성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피브린산유도체인 피브레이트 제제 또한 고중성지방, 저HDL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서 여전히 우수한 임상혜택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당뇨병 치료제의 약진이 눈에 띈다.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이 심혈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가운데, 혈당 외에 체중·혈압·지질·내피세포기능·염증 개선 등 다면발현효과를 나타내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 항당뇨병제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한 신규 계열의 혈당강하제들이 이러한 다면발현효과에 의한 심혈관 혜택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주목된다.

기존의 메트포르민은 체중과 지질, 티아졸리딘디온계는 혈압·지질, 인크레틴 기반요법은 체중과 지질, SGLT-2 억제제는 혈압·체중·지질 측면에서 잠재적 개선효과를 보고해 왔다. 인슐린 역시 지질개선을 통해 동맥경화증 진행을 억제하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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