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딘부터 스트리빌드까지, 효과와 복약 편의성 개선의 끝

▲ 에이즈 원인인 HIV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은 바이러스의 복제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들이 꾸준히 시장에 도입되면서 더이상 불치병이 아닌 만성질환의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도부딘(AZT)을 시작으로 3제 이상의 약물을 병합사용하는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HAART), HAART의 복약순응도를 해결해 4개 제제를 한 알에 담은 1일 1회 복용의 단일정복합제(STR)까지 항레트로바이러스제는 약 30년에 걸쳐 진화를 거듭했다. 

각 치료제는 약물의 바이러스 억제효과 및 내성, 독성,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향에 맞춰져 가장 최근에 도입된 STR은 효과와 편의성 측면에서는 에이즈 치료제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재 시장에 출시된 치료제 대부분은 STR의 기본 골격(backbone)이 되는 약물조합을 공유하고 각기 다른 계열 약물을 추가한 것이라 에이즈 환자의 치료 옵션 확대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    

치료제의 단계적인 개발에 발맞춰 에이즈의 인식까지 변화한 만큼 항레트로바이러스제 개발의 변천사와 최신 동향을 살펴봤다.

'응답하라 1987, 지도부딘 포문'…HAART까지 여정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의 첫 발견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첫 에이즈 치료제 지도부딘

이 후 본격적인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개발이 시작돼 그 결실로 NEJM 1987년 7월 23일자에 첫 에이즈 치료제인 지도부딘(AZT)의 효과를 평가한 논문이 게재된다. AZT는 24주 연구결과 위약과 비교해 환자에서 바이러스 진행을 막고 사망률(위약 처방군 19명 사망, AZT 투약군 1명 사망)을 낮췄던 것.

하지만 AZT 단독 사용만으로는 결과적으로 HIV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했고 약물 내성도 문제가 됐다. 이에 AZT에 기타 약물을 병용하는 치료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억제제(NRTI),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억제제(NNRTI), 통합효소억제제(InSTI), 단백분해효소억제제(PI), 융합억제제(FI) 등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계열의 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꾸준히 개발돼 왔다.

먼저 시도된 2제 병용요법인 AZT + 라미부딘은 AZT 단독사용에 따른 내성 문제와 효과를 개선하기는 했다. 그러나 2개 약물의 병용에도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충분치 못했기 때문에 여기에 PI 계열 약물인 인디나비르를 추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3제 병합요법은 검진법으로 진단이 안되는 수준까지 바이러스의 증식을 완전히 억제(fullu suppressed)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1997년 미국 에이즈 국제학회(IAS-USA) 가이드라인은 2개의 NRTI 약제에 PI를 섞는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HAART)를 권고하면서 바야흐로 에이즈 치료에 HAART 전성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1996년 중반까지 급격히 증가하던 HIV 감염자 숫자는 HAART 시행후 내리막 길을 걸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HAART와 같이 3제 이상을 섞는 칵테일 요법은 많은 치료제를 여러 차례에 걸쳐 복용해야한다는 데 부작용, 독성, 내성을 비롯 환자에게서 복약 순응도를 나쁘게 만들었다. 다양한 계열의 약물을 각각의 복용법에 맞춰서 먹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던게 사실.

트루바다 골격, 하루 한 알 현실화…먹는 콘돔의 등장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법은 약물의 효능과 내약성 및 복약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1일 2회 내지 3회에서 하루 한 알 복용이 현실화됐다.

▲ 길리어드 트루바다

최초 1일 1회 복용의 주요 축이 된 약물은 2001년과 2002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승인된 NRTI 계열 약물인 테노포비르다.

또한 동일한 용법으로 2003년 승인받은 엠트리시타빈을 이용해 테노포비르를 추가한 통합제제 트루바다(테노포비르 + 엠트리시타빈)가 탄생하게 된다.

2004년 출시된 길리어드의 트루바다는 최초의 고정용량복합제(FDC)의 기본이 되는 약물이다.

FDC는 2가지 이상 치료제를 한 알에 담아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사용하는 약물을 의미하는데, 트루바다는 후기임상에서 HIV 감염 예방효과까지 확인돼 'HIV 바이러스 노출전 예방(PrEP; Pre-exposure Prophylaxis)요법', 즉 "새로운 콘돔의 등장"으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특히 트루바다는 다른 약제와 비교해 세포내 반감기가 길었기 때문에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이는 에이즈 치료제의 반감기는 대개 혈청 반감기와 세포내 반감기로 구분되지만, HIV는 세포내 침입 후 복제를 해 약효의 유지에는 세포내 약물의 반감기가 보다 중요하기 때문.

현재 미국에이즈국제학회(IAS-USA)의 작년 5월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에서는 첫 치료를 시작하는 HIV 감염인들에서 기반(Backbone) 요법으로 트루바다를 권고했다. HIV 약물 병용요법에서 NRTI 계열 약물이 최소 2개 이상 포함되기 때문에 이 계열 약물이 HIV 감염 치료의 골격이 되는 Backbone 요법으로 불리는 것.

더불어 미국 보건부의 지침에서는 트루바다를 선호 요법에서 권고 요법으로 강화시켰다.

단일정복합제, 아트리플라·컴플레라·스트리빌드 그리고…

이후 전 세계 처음 등장한 본격적인 단일정복합제(STR)는 2006년 개발된 길리어드의 아트리플라였다. 테노포비르와 엠트리시타빈 2가지 NRTI 계열 요법에 MSD의 NNRTI 계열 제제 에파비렌즈(상품명 스토크린)를 추가한 아트리플라는 HIV 치료의 패러다임이 STR로 전환되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이후 길리어드는 2011년 또다시 테노포비르와 엠트리시타빈 2가지 NRTI 계열 요법을 기반으로 얀센의 NNRTI 계열 제제인 릴피비린을 포함시킨 두 번째 단일정복합제인 컴플레라를 개발했으며, 2012년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InSTI 계열 제제인 엘비테그라비르를 포함한 세 번째 단일정복합제인 스트리빌드를 내놓는다.

▲ 길리어드 스트리빌드

스트리빌드는 엘비테그라비르 150mg, 코비시스타트 150mg(부스터제제), 엠트리시타빈 200mg,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레이트 300mg을 한 알에 담은 세계 최초의 4제 복합 HIV 치료제다.

이 약물은 2012년부터 미국, EU를 비롯해 캐나다, 호주, 터키, 일본에서 승인돼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작년 3월1일 급여 출시가 됐다.

더불어 스트리빌드에 이은 후속 STR도 개발이 한창이다.

스트리빌드에는 엘비테그라비르의 효과를 위해 코비시스타트를 부스터 제제로 포함하고 있는데 이 제제가 테노포비르의 혈중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장기능 등 테노포비르의 부작용이 더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

새로이 개발되는 스트리빌드 업그레이드 버젼에는 스트리빌드에 포함된 테노포비르를 대체해 TAF를 추가, 신장 문제와 골다공증의 발생 등 이상반응을 줄인 두번째 InSTI 계열 기반 약물의 3상임상을 마무리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 함께 엘비테그라비르 대신 PI 계열 약물을 추가한 치료제 역시 3상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에이즈 환자, 여전히 얼굴 없는 사람들? 

한편 국내는 에이즈 환자들의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 병원진료에서 환자 본인은 '얼굴없는 환자'가 되기 일쑤다.

새로운 에이즈 치료제(항레트로바이러스제)들은 체내 바이러스의 증식을 최대한 억제해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한데도 대중의 인식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와 에이즈 환자를 동일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흔히 에이즈는 HIV 감염 후 감염증 및 암 등의 특정 질병이 발생한 환자들로, 무조건 HIV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에이즈 환자는 아니라는 사실.

또한 감염자들의 사회적 고립은 결국 에이즈 환자들을 궁지로 내몰아 이차감염 발생의 악순환을 만든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HIV 신규감염자는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지만 국내는 2013년 기준 8662명으로 한해에만 신규 감염자가 1114명 늘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에이즈 진단 후 환자관리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리나라 1300여개 공공 및 민간위탁 요양병원 가운데 에이즈 환자를 입원 관리하는 요양병원은 전무한 실정이라 정작 해당 환자가 진료를 보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와 관련 에이즈 요양병원으로 유일했던 경기도 수동연세요양병원 마저 작년 1월 보건복지부와의 위탁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이렇게 에이즈와 관련된 해묵은 오해와 편견, 요양병원의 부재 등 환자 관리에서의 허점은 국가 정책수립에 보다 근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에이즈 질환 자체의 인식 개선도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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