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 치료전략의 부가 혜택

 

 

ACEI의 선공 - 심부전·좌심실기능장애
항고혈압제 치료전략에 있어 대표적인 RAAS 차단제인 ACEI는 이미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심부전이나 좌심실기능장애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입증받아 왔다. CONSENSUS(NEJM 1987;326:1429-1435), SOLVD(NEJM 1991;325:293-302, AIRE(Lancet 1993;342:821-828, TRACE(Lancet 1999;354:9-12)  연구 이외에도 상당수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 연구에서 ACEI는 심부전과 동맥경화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서 더 나아가 심부전·좌심실기능장애 환자의 사망 및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궁극적인 임상결과(outcome)의 개선 혜택을 보였다.

하지만 학계는 ACEI의 역할을 심부전이나 좌심실기능장애 환자에 국한시키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심부전은 심장 펌프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심장질환의 말기병태에 해당한다.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등 허혈성 원인의 만성적 증상이나 질환을 거쳐 심장기능 악화가 최종단계에 이른 심혈관 사망의 초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

혈압강하 효과 이외에 안지오텐신II 감소와 브라디키닌 활성화 증가 등을 통한 ACEI의 직접적인 심혈관보호효과가 밝혀지면서, 학계는 좀 더 광범위한 심혈관 고위험군에 이 약물을 적용키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특히 혈관내피세포 기능·플라크 안정화·섬유소 용해 개선 등으로 대변되는 항동맥경화 효과에 대한 증거가 축적되면서, ACEI의 적용이 심부전이나 좌심실기능장애 환자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갔다.

 

HOPE & EUROPA - 광범위 고위험군 환자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며 ACEI의 임상적용 확대에 기여한 것이 바로 HOPE(NEJM 2000;342:145-153)와 EUROPA(Lancet 2003;362:782-788) 연구다. ACEI는 이들 연구에서 심부전이나 좌심실기능장애 환자 이외의 당뇨병을 포함한 광범위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도 주요 심혈관사건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두 연구에서 라미프릴과 페린도프릴은 위약군 대비 1차 종료점 위험도를 각각 20% 이상 낮췄다.
HOPE 연구는 좌심실기능장애나 심부전이 없는 심혈관사건 고위험군 환자에서 ACEI 라미프릴의 임상혜택을 평가하고자 진행된 대규모 임상연구다. 심혈관 및 말초혈관질환 또는 당뇨병에 적어도 한 가지 다른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반한 심혈관사건 고위험군으로 좌심실 박출량이 낮지 않거나 심부전이 없는 환자 9297명을 대상으로 했다. 55세 이상 연령대의 이들 환자를 라미프릴(1일 10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눠 평균 5년간 관찰했다. 1차 종료점은 심근경색증·뇌졸중·심혈관 원인 사망의 복합빈도(MACE)를 평가했다.

라미프릴군 환자군의 4.0%(651명)에서 MACE가 발생한 반면, 위약군은 17.8%(826명)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1). 심혈관 원인 사망(6.1 대 8.1%, P<0.001), 심근경색증(9.9 대 12.3%, P<0.001), 뇌졸중(3.4 대 4.9%, P<0.001) 모두에서 라미프릴은 위약군 대비 우수한 상대위험도 감소효과를 나타냈다. 이 외에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10.4 대 12.2%, P=0.005), 재형성술(16.0 대 18.3%, P=0.002), 심장발작(0.8 대 1.3%, P=0.03), 심부전(9.0 대 11.5%, P<0.001), 당뇨병 관련 합병증(6.4 대 7.6%, P=0.03) 등에서도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EUROPA 연구는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에 심부전이 없는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환자에서 ACEI 페린도프릴의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효과를 평가했다. 심근경색증·혈관조영술상 관상동맥질환 증거·관상동맥 재형성술 등으로 등록된 1만 2218명의 환자들을 페린도프릴(1일 8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눠 평균 4.2년 치료·관찰했으며, 심혈관 사망·심근경색증 또는 심장마비 발생의 복합빈도를 1차 종료점으로 평가했다.

두 그룹의 1차 종료점 발생비율은 8%(488명)와 10%(603명)로, 페린도프릴군의 상대위험도가 위약군에 비해 20% 낮았다(P=0.0003). 사망률·심근경색증·불안정형 협심증·심장마비 발생위험은 14% 감소시켰다(P=0.0009). 기존의 좌심실기능장애나 심부전 환자 혜택에서 더 나아가 심혈관사건 고위험군뿐 아니라 HOPE 대상환자보다 위험도가 낮은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에서까지 ACEI의 심혈관보호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ARB의 추격
한편 ACEI는 이러한 이점의 한편에 불내약성으로 인해 사용이 힘든 환자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기존의 임상연구에서 심혈관질환 또는 고위험 당뇨병 환자의 20%가 기침을 주원인으로 ACEI에 불내약성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부작용은 여성 또는 아시아인에서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이 또 다른 RAAS 차단제 계열의 ARB다. ONTARGET(NEJM 2008;358:1547-1559), TRANSCEND(Lancet 2008;372:1174-1183)를 비롯해 보다 앞선 CHARM(JAMA 2005;294:1794-1798), Val-HeFT (NEJM 2001;345:1667-1675) 연구 등이 모두 비슷한 타깃환자에서 ACEI와 ARB가 대등한가, 또는 ARB가 ACEI를 대체할 수 있는가를 검증했다.

CHARM & Val-HeFT - 심부전

ARB 역시 심부전 환자 대상의 아웃컴 연구에서 주요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인정받았다. CHARM과 Val-HeFT 연구에서 ARB 제제 칸데사르탄과 발사르탄은 심부전 환자의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위약군 대비 각각 13%대까지 낮췄다. 특히 이들 연구는 ACEI 사용이 힘든 환자를 별도로 분석한 연구(CHARM-Alternative, Val-HeFT sub-analysis)에서도 위약군 대비 유의한 심혈관보호효과를 나타내 ACEI 대체제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CHARM 연구는 ARB 칸데사르탄이 심부전 환자에서 심근경색 및 여타 관상동맥사건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NYHA(New York Heart Association) 심부전 단계 II~IV기에 해당하는 7599명(평균연령 66세)의 환자들을 최적 약물요법에 더해 칸데사르탄(타깃용량 1일 32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눠 37.7개월(중앙값) 치료·관찰했다. 1차 차종료점은 심혈관 원인의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의 복합빈도를 평가했다.

칸데사르탄 그룹의 1차 종료점 발생비율은 20.4%(775명)로 위약군(22.9%, 868명)과 비교해 유의한 감소효과를 나타냈다(P=0.004).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역시 3.1% 대 3.9%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3). 심혈관 원인 사망도 12.1% 대 13.8%로 유의한 통계치에 이르렀다(P=0.01). 2차 종료점이었던 치명적 심근경색증, 돌연사, 비치명적 심근경색증에서도 12.1% 대 13.8%로 차이가 있었다(P=0.02).
불내약성으로 ACEI 사용이 어려운 심부전 환자에서 ARB 칸데사르탄이 임상결과 개선에 있어 ACEI를 대체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 CHARM-Alternative 연구도 Lancet 2003;362:772-776에 발표됐다. 칸데사르탄군33%(334명)·위약군 40%(406명)에서 심혈관 사망 또는 만성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이 발생해 ARB의 유의한 혜택이 확인됐다(비보정시 P=0.0004, 다중변수 보정시 P<0.0001).

Val-HeFT 연구는 심부전 환자를 위한 표준 약물요법에 ARB 발사르탄을 추가 시에 장기간의 임상결과 개선효과를 평가했다. NYHA 등급 II~IV에 해당하는 심부전 환자 5010명을 발사르탄(타깃용량 1일 2회 160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눠 평균 23개월 치료·관찰을 진행했다. 1차 종료점은 두 부문으로 나눴다. 하나는 사망률이었으며, 사망률·심폐소생술 거친 심장마비·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최소 4시간의 혈관확장제 투여 등으로 규정된 복합종료점이 또 다른 한축을 이뤘다.

전체 사망률은 발사르탄(19.7%, 495명) 대 위약군(19.4%, 484명)이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P=0.80). 반면 복합종료점 발생빈도는 발사르탄군이 위약군과 비교해 13.2%까지 낮았으며(P=0.009), 이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차이(13.8% 대 18.2%)에서 크게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JACC 2002;40:1414-1421에 발표된 Val-HeFT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ACEI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 두 가지 1차 종료점 모두에서 각각 17.3% 대 27.1%(P=0.017)와 24.9% 대 42.5%(P<0.001)로 발사르탄군이 위약군 대비 유의한 혜택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 하위그룹 분석결과를 통해 ACEI로 치료받지 않은 심부전 환자에서 사망률 및 이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ARB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토대로 “ACEI 불내약성 환자에서 발사르탄 요법이 효과적”이라고 부연했다.

ONTARGET & TRANSCEND
CHARM과 Val-HeFT는 심부전 환자에서 ARB의 심혈관보호효과를 검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 이후에도 심부전 환자 이외의 보다 광범위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ARB의 주요 심혈관사건 감소효과와 관련한 직접적인 근거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었다.

바로 이 점을 입증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 ONTARGET과 TRANSCEND 연구다. HOPE나 EUROPA와 비슷한 정도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ARB가 ACEI 대비 대등한지, ACEI 사용이 힘든 경우 ARB로 대체가 가능한지를 검증한 것이다.

ONTARGET 연구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ARB 텔미사르탄이 ACEI와 비교해 비열등(non-inferior)하면서 내약성이 우수한지, 두 약물의 병용이 각각의 단독과 비교해 우수한지(superior)를 평가했다. 55세 이상 연령대로 관상동맥질환·말초동맥질환·뇌혈관질환 또는 표적장기손상의 증거가 있는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 2만 562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심부전 환자는 제외됐다. 환자들은 라미프릴(10mg), 텔미사르탄(80mg), 또는 라미프릴 + 텔미사르탄(10+80mg)군으로 나뉘어 56개월간 치료·관찰이 진행됐다. 1차 종료점은 심혈관 원인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심부전 원인 입원을 평가했다.

관찰결과 세 그룹의 1차 종료점 빈도가 16.5% 대 16.7% 대 16.3%로 라미프릴 단독 대비 텔미사르탄 단독요법의 비열등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심혈관 원인의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에 대한 분석 역시 14.1% 대 13.9% 대 14.1%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TRANSCEND 연구는 심부전이 없는 심혈관질환 또는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에서 ACEI에 불내약성인 경우 ARB 텔미사르탄의 효과를 검증했다. 기존에 입증된 다중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5926명을 텔미사르탄(1일 80mg, 2954명) 또는 위약군(2972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56개월(중앙값) 치료·관찰을 진행했다. 환자들은 관상동맥질환·말초혈관질환·뇌혈관질환 또는 표적장기손상이 동반된 당뇨병을 앓고 있었으며, 심부전 환자는 제외됐다. 1차 종료점은 심혈관 원인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심부전 원인 입원의 복합빈도였다.

텔미사르탄군 환자의 15.7%(465명)가 1차 종료점을 만족시키며 위약군(17.0%, 504명)과 차이를 보였으나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는 못했다(P=0.216). 하지만 HOPE 연구의 1차 종료점이었던 심혈관 원인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을 2차 종료점으로 평가 시에 위험도는 13.0% 대 14.8%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차 종료점 분석과 관련 “통계적으로 비보정 시, 다중 비교분석을 위해 그리고 1차 종료점과 겹치는 결과(87%)를 고려해 보정작업 진행 시 각각의 P값이 0.048과 0.068로 달라진다”는 설명을 추가했다. 평가의 핵심 중 하나였던 연구기간 전반의 약물 중단율은 21.6% 대 23.8%로 텔미사르탄군이 낮은 가운데(P=0.055) 시험군의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텔미사르탄이 ACEI 불내약성 환자에서 좋은 내약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심부전 원인 입원을 포함한 1차 종료점에서는 유의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텔미사르탄이 심혈관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 임상결과의 위험은 유의하게(modestly) 감소시켰다”는 설명이다.

ONTARGET·TRANSCEND 아시아인 하위분석
한편 Plos ONE 2010;5(12):e13694에 보고된 두 연구의 아시아인 하위그룹 분석결과도 주목을 받았다. ONTARGET과 TRANSCEND 연구에 대한 하위분석 결과로, 텔미사르탄이 아시아인 그룹에서도 ACEI와 비교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대등하게 낮추고 내약성은 보다 우수한 것으로 보고됐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의 Salim Yusuf 교수팀은 ONTARGET과 TRANSCEND 연구에서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 그룹을 별도로 구분해 치료의 내약성을 중심으로 텔미사르탄의 인종별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고자 했다. ONTARGET이나 TRANSCEND의 결과를 아시아인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답을 찾고자 한 것이다. ONTARGET 연구에는 전체 2만 5620명 가운데 3521명, TRANSCEND에는 5926명 중 1261명의 아시아인이 등록했기 때문에 하위분석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심혈관사건 감소에 있어 텔미사르탄 대 라미프릴의 효과, 텔미사르탄, 라미프릴, 또는 위약에서 최대용량에 도달하는 환자의 비율, 전반적인 약물중단과 부작용으로 인한 약물중단의 비율 등을 비교·평가했다. 심혈관사건은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 그룹 전반에서 두 약물군의 빈도가 16.46%(라미프릴) 대 16.66%(텔미사르탄)로 차이가 없어 라미프릴 대비 텔미사르탄의 비열등성이 확인됐다(hazard ratio 1.01, 비열등성 기준 P=0.004). 아시아인 그룹에서도 심혈관사건 빈도는 라미프릴 16.07% 대 텔미사르탄 14.59%로 역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hazard ratio 0.92, 비열등성 기준 P=0.046).

ONTARGET과 TRANSCEND 연구 모두에서 약물의 최대용량 도달 환자의 비율은 비아시아인보다는 아시아인 그룹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약물 중단율은 ONTARGET 연구에서 전반적으로 텔미사르탄군보다 라미프릴군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relative risk 0.95, P=0.044).

또한 두 약물군의 중단율은 비아시아인 그룹에서 유의하게 더 높았다. TRANSCEND 연구에서는 라미프릴 대비 텔미사르탄의 약물 중단율 감소가 아시아인 그룹에서 보다 현저하게 관찰됐다. 궁극적으로는 두 연구 모두에서 아시아인의 텔미사르탄에 대한 내약성이 비아시아인보다 우수한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기반해 “텔미사르탄이 심혈관사건 위험감소에 있어 라미프릴과 비교해 비열등했으며, 내약성은 다소 우수했다”고 밝혔다.

한주용 교수팀, 국내 MI환자 대상 ARB·ACEI 혜택 검증
가장 최근에는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의 한주용, 양정훈 교수팀이 국내 심근경색증(MI) 환자들을 대상으로 ARB가 ACEI 대비 비열등하다는 것을 보고해 학계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한 교수팀은 BMJ 2014년 11월 14일자 온라인판에 ‘좌심실기능 보존된 MI 환자에서 ARB의 효과’에 관한 전향적 코호트 관찰연구 결과를 발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ARB가 사망률을 낮추고 심근경색증 재발예방에 효과적이었며, 특히 심기능이 보존돼 있는 환자(심박출량 ≥40%)에서 표준치료제인 ACEI와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5~2010년까지 우리나라 53개 기관에 등록된 ST분절상승 급성 심근경색증(STEMI) 환자로, 응급치료를 받고 심기능이 보존된 6698명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ARB계열 약물을 쓴 환자 1185명 중 심혈관계 사망 발생 또는 심근경색증이 재발한 경우는 1.8%(21명)로, ACEI 계열 약물을 쓴 환자군의 비율 1.7%(4564명 중 77명)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이들 약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3.5%(949명 중 3.5%)가 심혈관계 원인으로 사망하거나 심근경색증이 재발한 것으로 나타나 ARB 또는 ACEI 계열 약물을 복용한 그룹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한주용 교수는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같이 ACEI 계열 약물 사용 후 기침 등의 부작용이 많은 경우, ARB 계열이 많이 사용되어 왔다”며 “이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마련함에 따라 보다 많은 심근경색증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톨릭관동의대의 박정배 교수(제일병원 심혈관내과, 사진)는 지난해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한국인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항고혈압제의 혈압강하 및 대사증후군 인자 개선효과를 검증한 K-Mets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ARB 계열의 토종 항고혈압제 피마살탄은 기존에 입증된 초기의 강력한 혈압조절 효과 및 안전성을 재확인했으며, 대사증후군 인자를 교정해 궁극적으로 미세알부민뇨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인 피마살탄은 기존의 임상연구에서 낮은 부작용 위험에 치료초기부터 강력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 입증됐다. 더불어 여러 연구를 통해 혈압강하를 넘어서는 심혈관보호효과, 즉 표적장기손상이나 죽상경화증 억제 등 부가적 혜택(pleiotropic effect)이 보고돼 왔다.

박정배 교수팀은 피마살탄을 통한 초기 강력한 혈압조절과 대사증후군 인자 교정이 장·단기적으로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코자 K-Mets 연구를 진행했다. 대규모의 다기관·전향적 관찰연구로 2011년~2014년 6월까지 전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1만 601명의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기저시점에서 혈압과 대사증후군 위험도를 측정받은 상태에서 3개월과 1년 단위로 혈압조절 및 대사증후군 인자 교정의 정도를 평가받았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1년까지의 결과로 향후 3년까지 궁극적인 임상결과(당뇨병, 심혈관질환)를 보기 위한 지속적인 관찰이 진행된다.

1년까지의 결과는 수축기혈압이 기저시점에서 145mmHg였던 것이 3개월 시점에서 128.1mmHg, 1년 시점에서는 127.1mmHg로 낮아져 피마살탄의 혈압강하 효과가 치료초기에 집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완기혈압은 시점 별로 각각 88.8mmHg, 79.7mmHg, 78.8mmHg의 변화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초기의 강력한 혈압조절이 1년 시점까지 계속 유지된 것이다.

특히 피마살탄으로 항고혈압제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들에서 혈압강하 효과가 가장 뛰어났다. 혈압조절 효과는 피마살탄 초치료, 전환치료, 추가치료 환자군으로 나눠 평가했는데 피마살탄으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군에서 3개월 시점의 혈압이 24.4/13.2mmH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약제에 피마살탄을 추가한 그룹에서는 13.8/7.3mmHg, 피마살탄으로 약제를 전환해 치료한 그룹에서는 9.2/4.9mmHg 만큼의 감소를 보였다. 한편 부작용 위험은 전반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 박정배 교수의 설명이다.

K-Mets 연구는 고혈압 환자에서 치료초기의 대사증후군 인자 개선이 혈압조절에 관계없이 표적장기손상을 억제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대사증후군 그룹에 대한 평가도 함께 진행됐다. 아직 전체결과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박정배 교수는 “고혈압 치료초기에 대사증후군 인자가 개선된 환자들에서 궁극적으로 미세알부민뇨의 감소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K-Mets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더해 향후 고령, 비만, 폐경, 가면·백의고혈압 등에 따른 심혈관질환 아웃컴의 변화를 3년까지 장기관찰할 계획이다.


“구관이 명관, 그래도 역시 ACEI”
2개 메타분석서 ACEI 사망률 감소효과 시사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의 사망률 감소효과를 시사하는 연구들이 계속 보고되면서 항고혈압제의 실제 다면발현효과 또는 부가적 혜택(pleiotropic effects)과 그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모두 관련 임상연구들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인 만큼, 해당 약물요법과 사망위험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항고혈압제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던 혜택의 가능성이 유독 ACEI 치료그룹에서만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면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시스템(RAAS) 차단 계열의 특성화 기전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특히 ACEI의 이러한 잠재적 혜택의 가능성은 같은 RAAS 계열인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와도 대비된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메타분석 I
이탈리아 페데리코대학병원의 Gianuluigi Savarese 교수팀은 미국심장학회지 JACC 2013;61:131-142에 ‘심부전 없는 고위험 고혈압 환자에서 ACEI와 ARB의 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 “ACEI 치료군에서 위약군 대비 심혈관사건 복합빈도, 심근경색증, 뇌졸중, 사망률, 신규 심부전이나 당뇨병 발생빈도가 모두 유의하게 낮았다”고 밝혔다.
ARB는 위약군 대비 심혈관사건 복합빈도, 뇌졸중, 신규 당뇨병 발생빈도가 유의하게 낮아 역시 혜택을 보였으나 전체 사망률 감소는 관찰되지 않았다. ACEI는 심부전 환자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심부전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 특별히 효과적인 약제로 알려져 있다. HOPE(NEJM 2000;342:145-153), PROGRESS(Lancet 2001;358:1033-1041), EUROPA (2003;362:782-788) 등 임상연구와 메타분석(Lancet 2006;368:581-588)에서는 심부전이 없는 고혈압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개선의 혜택을 검증받기도 했다.
연구팀은 심부전이 없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 ACEI와 ARB의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임상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분석에는 심부전이 없는 고혈압 환자에서 ARB 또는 ACEI를 위약과 비교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 26건(총 대상환자 10만8212명)이 포함됐다. 궁극적으로는 ACEI에서 확인된 혜택이 ARB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 ACEI 사망률 8.3% ↓
분석결과, ACEI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심혈관사건 복합빈도(심혈관 원인의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는 위약군에 비해 14.9%(P=0.001) 유의하게 낮은 위험도를 나타냈다. 심혈관사건에 대한 개별적인 분석에서는 심혈관사건 원인의 사망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10% ↓, P=0.112), 심근경색증(17.7% ↓, P<0.001)과 뇌졸중(19.6% ↓, P=0.04)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혜택을 보였다.
한편 ACEI는 신규 심부전(20.5% ↓, P=0.001) 및 당뇨병(13.7% ↓, P=0.012) 발생빈도와 함께 전체 사망률(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이 위약군에 비해 8.3%(P=0.008) 낮은 것으로 집계돼 추가적인 혜택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 ARB 심혈관사건 7.0% ↓
 ARB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경우, 위약군에 비해 심혈관사건 복합빈도가 7.0%(P=0.005) 낮아 역시 유의한 혜택을 보고했다. 하지만 심혈관사건 개별인자에서는 뇌졸중(9.1% ↓, P=0.011)에서만, 이 외의 종료점에서는 신규 당뇨병 발생빈도(10.6% ↓, P=0.001)에서만 위약군과 의미있는 차이가 확인됐다. ARB군의 전체 사망률은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결론에서 ACEI와 ARB의 유의한 심혈관사건 복합빈도 개선효과를 언급하며 “심부전이 없는 고위험 고혈압 환자에서 ACEI에 대한 불내약성으로 사용이 힘든 환자에게 ARB가 실질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ACEI의 대체수단으로서 ARB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심근경색증과 신규 심부전 발생빈도, 특히 사망률에 있어서 ARB 대비 ACEI의 잠재적 혜택이 부각된 것 또한 이번 연구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표>.

메타분석 II
이에 앞서 지난해 European Heart Journal 2012;33:2088-2097에는 ‘RAAS차단제의 사망률 감소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돼, ACEI의 사망률 감소효과를 시사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여타 항고혈압제와 비교해 RAAS차단제 치료군의 전체 사망률이 유의하게 낮았는데, 이 같은 혜택이 ACEI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보고됐다.
ACEI와 ARB 등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여타 항고혈압제와 비교해 혈압강하력에는 차이가 없으나 심혈관 원인의 사망을 포함하는 임상결과를 보다 우수하게 개선한다는 것이 보고돼 심혈관 보호효과의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하지만, 이들 약제가 모든 원인의 사망(전체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ACEI군 사망률 10% ↓
네덜란드 에라스무스의료원의 Laura C. Vark 교수팀은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에 관한 총 20개의 임상연구들을 모아 종합적으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분석결과, RAAS차단제 치료를 받은 그룹의 사망률은 연간 1000명당 20.9명으로 대조그룹(연간 1000명당 23.3명)과 차이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RAAS차단제 그룹의 사망률이 대조그룹에 비해 5%(P=0.032) 정도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원인의 사망도 연간 1000명당 8.7명 대 10.1명으로 역시 RAAS차단제군의 위험도가 7%(P=0.018)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팀은 “관찰된 사망률 감소효과의 대부분은 ACEI에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ACEI군의 사망률은 대조그룹에 비해 10%(P=0.004) 감소한 반면, ARB 치료그룹에서는 사망률 감소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hazard ratio 0.99, P=0.683). 심혈관 원인의 사망과 관련해서는 ACEI 그룹의 위험도가 12% 감소한 반면, ARB 치료그룹은 4%에 그쳤다. ACEI와 ARB 효과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 “사망률 개선 인과관계는 임상연구해봐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의 김광일 교수는 이상의 연구결과와 관련해 “메타분석 자체의 한계로 인해 명확한 결론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해당 항고혈압제 요법과 사망률 감소와의 인과관계, 그리고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임상연구와 함께, 메타분석에 포함된 연구들의 특성에 대한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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