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경영평가 국회토론회서 정부대응에 난색

▲ 국회도서관에서 '국립대병원, 공공의료기관 경영평가 문제점과 대안마련'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정부가 (책임을) 돌리고만 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다. 어느 부서 하나 미안하다, 이런 말이라도 했으면 용서는 안되겠지만 이해는 해보려고했는데 이런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 놀랍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이 7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국립대병원·공공의료기관 경영평가 문제점과 대안마련 토론회'에서 발표자와 청중이 정부의 책임회피성 발언에 대해 이같이 반응했다.

보건복지부 박재만 공공의료과장은 "처음 이 토론회를 나와달라는 말을 듣고 우리랑 딱히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사실 경영평가와 관련해서는 정보가 부족했다"고 운을 뗀 후, 복지부는 공공의료체계에 대한 국립대병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좌장을 맡은 박석운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복지부에서 정보가 부족했다고 하니 굉장히 충격적"이라며 "교육부는 의문점과 제기된 문제에 대해 설명해줄 것"이라며 순서를 넘겼다.

그러나 교육부 류재승 창조행정과장은 "평가편람 마련 과정에서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으나 다소 미흡했던 것 같다. 국회에서 국립대병원 평가 관련 의견이 있어 수익성과 관계되는 지표를 일부 개선하고, 현재 추가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향후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다소 원론적인 답변에 박 좌장은 "적극적인 방어를 부탁했는데 이뤄지지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박성주 사무관(평가분석과)은 "기재부가 평가 주체는 아니지만 경영평가를 31년간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알리고 향후 도움이 되고자 토론에 나왔다"며 "기재부는 경영평가 노하우 제공 형식으로 평가편람 양식을 (교육부에) 하나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했던 정부 부처관계자의 발언에서 실질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도출되지 않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질의응답에서 청중의 항의가 쏟아졌다.

26년간 간호사를 하고 있다는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복지부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평가가 부처소관이 아니라서 몰랐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화가 난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진행중이라고 하면서 준비가 안된 것들을 왜 밀어붙이려 하는지, 또 공공병원에서 작년대비 10%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경영평가 때문에 돈이 안되는 재료는 싼 걸로 하고 비싼 수술은 촉구하고, 그 이상의 것들이 공공병원에 요구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없고 기재부·교육부 등은 공돌리기(책임회피)에 바쁘다는 것. 그는 "서로가 공을 던지는 상황은 해결하고 평가가 시작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오늘 토론에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지만 기재부가 틀은 다 줬고 복지부는 아무것도 몰랐다는게 확인됐다"며 "각 정부부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드러났고 어떻게 졸속으로 진행됐는지 알게됐다"고 전했다.

김창훈 부산대 교수는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것도 없고 어떤 병원 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요청할 수 있는 부처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공공성이란 것이 과연 우리나라에 존재하는지에 대해 부끄럽고 이를 어떤식으로 풀어야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문정주 서울의대 교수는 "정부에서 오는게 쉽지않은 일이라 어떤 토론이 될지 주의 깊게 들었는데 굉장히 놀랍고 석연찮다"며 "기재부가 편람을 제시한 것은 사실인데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편람의 형식을 충실히 답습한 지표를 내놓았는데 기재부 뒤에 숨고자 하는 것이냐"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거꾸로 협의체의 필요성 느껴"

이 같은 반응에 복지부 박재만 공공의료과장은 "모른다고 했다가 바보가 된 느낌이 들었다"며 "실제로 알고 있는 한 복지부에 의견을 달라고 했던 바가 없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해명했다.

국립대병원 경영평가 관련 문제는 지난해 12월 제주대병원을 방문했다가 얘기를 듣고 담당 사무관에게 확인해보라고 지시해 알게됐다는 것. 박 과장은 "공돌리기라고 하는데 거꾸로 협의체가 필요한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평가는 알고있는 한 복지부가 준비하는게 없다. 우리에게 요구가 따로 들어온 건 없었고 들어온다 하더라도 현재 공공의료계획 시행계획에 있는 틀을 대부분 가져가는 형태로 될 것이다"라며 "만약 지침 등이  있다면 충분히 말하고 협의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지만 아직까지는 없다"고 부연했다.

류재승 교육부 과장은 "지난 12월 26일에 경영평가 편람 의견수렴 공고를 내서 1월 9일까지 제출토록 했다. 특히 병원노동조합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제출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면서 "이를 갖고 병원 관계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표라든가 이런 부분을 분석해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영평가 연기는 사실상 어렵겠지만 기재부와 협의는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박성주 기재부 주무관은 "평가체계에 대해 이미 말씀드렸지만 시대적인 사명인 것 같다"며 "기타공공기관 평가에 대해 얘기할 입장이 아니지만 감사원 처분 결과를 보면 기타공공기관 관리체계의 미비점이 드러나있고 이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좌장은 "누가봐도 오늘 토론 내용은 충격적일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이 국회에도 여론을 형성하고 반영됐으면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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