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전공의 성명서 발표

"정부에서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해주는 것은 의료법 위반은 물론, 2종 면허 소지자에게 시내버스를 운전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제30대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5일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비판하면서, 보건복지부의 무분별한 정책 추진을 강력히 규탄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의사들이 음양오행에 대해 논하고, 진맥을 행하고, 침술을 하겠다고 하면 환자들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겠는가"라며 "의사가 한의학을 포장해서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른 분야 보다도 초음파, 내시경, CT, MRI 등 영상 검사의 판독은 의사들 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영상의학전문의의 능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면서 "수년간의 훈련을 거친 전문의들조차 신중을 기하는 임상적 의사결정인데, 임상경력이 전혀 없는 한의사가 이를 시행한다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만약 한의사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해도 이에 적합한 치료를 할 수 없다"면서, "영상검사를 통해 위암이나 척수압박증상을 잡아내도 이에 대한 한의학적 처치와 치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환자를 위한 치료도 할 수 없으면서 검사만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의계의 '부도덕한 잇속 챙기기'라고 부연했다.

전공의들은 "이는 같은 의료인으로서 얼굴이 붉어질 만큼 부끄러운 일이다. 한의계의 어불성설식 주장도 민망하지만, 정부에서 '상식의 패배'를 만천하에 알리는 현재의 행보가 더욱 문제"라며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한의계 모두 현행 의료법 뿐 아니라 일반 상식에 근거하더라도 명백히 이번 행보는 잘못임을 인지하고 있다"며 "당장의 이익을 위해 의사들의 반대를 '직군간 알력 다툼'으로 격하시키는 데 급급하지 말고, '윤리의 문제'이자 '국민 건강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바로잡았다.

이어 "전공의로서 자신 자신조차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키기 힘들지만, 보건당국의 비전문적인 결정과 한의계의 비양심으로 국민의 기본 권리가 무너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다"며 "한의학 살리기, 경제 살리기 등 어떤 수식을 붙이더라도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권 침해와 의료비 낭비를 초래하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용납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