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올해 원격의료로 파업까지 갔던 올초 상황이 '규제 기요틴'으로 인해 다시 전면 투쟁의 불꽃을 되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건의를 토대로 규제개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카이로프랙틱 자격 및 문신사 합법화, 의료기기와 구분되는 이·미용기기를 마련하고,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보험적용 확대 추진 등을 포함한 규제개선과제(규제 기요틴)를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이에 대해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만 주안점을 둔 정책추진 발표는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에 직결되는 분야의 민간자격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자격기본법' 등 기존 법체계의 근간을 해치고 현 의료체계에 대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의협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단 및 처방을 내리는 것은 분명 의료법상 허용된 면허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의료행위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부 스스로 허용하겠다는 것이어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된 면허체계 하에서 의료행위가 명확히 구분돼 있으므로 한의사가 의학적 원리에 근거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의료일원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행 의료법 제2조 제2항에는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에 종사함을,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한의사가 방사선 진단(CT촬영 등)이나 초음파기기와 관련된 의료행위를 한 것은 의료법에서 정한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헌법재판소 2012.2.23. 선고 2009헌마623판결, 서울고등법원2009.6.30. 선고 2005누1758 판결)된다"는 사법부 의 입장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들도 다년간 의학교육과정 이수와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정확한 판독과 진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으나, 현대의료기기에 대한 비전문가인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건강 뿐 아니라 국가 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한방 건강보험 적용 확대와 관련해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의학적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된 술기(의료기기 포함) 중 적정 수가가 책정되었을 시 비용 효과성이 담보되는 항목에 대해 급여화 검토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현재 우리나라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하고 전문평가위원회를 통해 경제성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방침에도 반대했다.

의과와 한방의 직역 갈등이 아닌 국민 건강 향상과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한방 술기들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는 더욱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문신행위와 카이로프랙틱 행위를 의료행위와 분리해 비의료인도 소정의 관련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행위의 침습성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위험성을 감안할 때 국민건강 차원에서 큰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국가가 의료행위의 행위주체를 면허제도를 통해 엄격하게 통제·관리하는 것은 국민 건강상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에 주요한 입법목적이 있는 것으로써 이와 같은 입법목적을 무시한 채 국민의 건강권은 도외시하고 일자리 창출에만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번 발표는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만큼 매우 중차대한 사안으로 31일 오전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해 대책을 숙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협은 복지부 항의 방문을 통해 의료계 입장을 전달할 방침으로 "의료계 입장이 수용되지 않고 정부가 규제개선 차원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와 비의료인들에게 의료행위 허용을 강행한다면 전국 11만 회원들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며, 의사면허증 반납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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