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심뇌혈관질환 - 심혈관질환

 

여성의 폐경 후 호르몬 변화와 심혈관질환의 밀접한 연관성에 관한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북미와 유럽국가들은 20세기 후반부터 여성 심혈관질환의 유병특성과 병태생리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2008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여성의 수가 인구 10만명 당 각각 58.3명과 43.6명으로 남성(54.7명, 43.1명)을 앞선다. 여성 사망원인 2·3·6위를 차지한 뇌혈관질환·심장질환·고혈압성질환을 합하면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가 114.6명으로 1위인 암(101.9명)을 추월한다.

고령층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급증한다는 것이 문제다. 복지부의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서 여성은 30~39세와 40~49세까지는 남성에 비해 크게 낮은 고혈압 유병률(남 15.5%와 26.9% vs 여 3.2%와 18.1%)이 50대 이후부터 늘기 시작해 70세 이상에서는 남성보다 높은 수치로 급등한다(남 58.1% vs 여 71.6%). 당뇨병 역시 40~49세에서 5.8%에 머물렀던 유병률이 60~69세에 15.5%, 70세 이상에서 21.5%로 급증한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2005~2012년까지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을 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인 중 하나를 폐경에서 찾고 있다. 폐경 전 에스트로겐의 장기보호 효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만성질환 유병률이 폐경 후 호르몬 결핍 및 노화 현상으로 인해 급증한다는 것이다. 한국 여성들이 약 30년간을 폐경 후 상태로 살아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여성 심혈관질환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의 지선하 교수팀이 대규모 코호트연구를 통해 유병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지만, 전반적으로 대학병원급에서 단편적인 소규모 연구들이 발표됐을 뿐이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 2011년 ‘여성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의 업데이트판을 발표, “임상현장에서 여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진료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Circulation 2011;123:1243-1262에 게재된 가이드라인은 임상현장에서 확인되는 성별에 따른 유병특성을 구체화 하고, 이를 근거로 효과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전략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성의 심혈관질환이 어떤 양태로 발생하고, 이를 막는데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진료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선, 가이드라인은 기존 ‘Framingham Global Risk, FGR’과 같은 전체 위험도 평가모델에서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실제와 달리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위험도 분류 시 고위험군의 경계치를 기존에 비해 낮게 조정해 저평가된 결과를 상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여성의 경우 자간전증 등 임신 합병증이 있는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데 근거해 자간전증, 임신 당뇨병, 임신 고혈압 등 주요 합병증을 여성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언급했다. 여성에서 남성에 비해 뇌졸중 이환율이 높은 것도 이미 일련의 연구를 통해 보고돼 왔다.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관상동맥질환의 10년 내 발생 위험 예측평가에 뇌졸중을 포함시켜 전반적인 심혈관질환으로 확대했다. AHA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여성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전략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여성에서 심혈관질환 위험도 분류
경계치 낮추고 위험인자에 임신 합병증 추가

▶ 2011년판 권고안
- 고위험군(high risk): 임상적으로 명확한 관상동맥질환(CHD),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 복부대동맥류, 말기 또는 만성 신장질환, 당뇨병, 10년 내 예상 심혈관질환 위험도 10% 이상 가운데 1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정의한다.

- 위험군(at risk):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가운데 1가지 이상을 보유한 경우 위험군으로 정의한다. 흡연, 고혈압 치료 또는 혈압 120/80mmHg 이상, 이상지질혈증 치료 또는 총 콜레스테롤 200mg/dL 이상·HDL 콜레스테롤 50mg/dL 미만, 비만(특히 복부비만), 열악한 식이, 운동량 부족, 남성 55세·여성 65세 미만에서 조기 심혈관질환 가족력, 대사증후군, 진행성 무증상 죽상경화증의 증거(관상동맥 석회화, 경동맥 플라크, 경동맥내막중막두께 증가 등), 운동부하검사 시 열악한 운동능력 또는 운동중지 후 비정상적 심장박동 회복, 전신 교원질-혈관성 자가면역질환(루푸스 또는 류마티스관절염), 자간전증·임신 당뇨병·임신 고혈압 병력이 위험인자에 해당된다.

- 이상적 심혈관 건강상태(ideal cardiovascular health): 총 콜레스테롤 200mg/dL 미만(비치료), 혈압 120/80mmHg 미만(비치료), 공복혈당 100mg/dL 미만(비치료), 체질량지수(BMI) 25kg/㎡ 미만, 비흡연, 20세 초과 성인 기준으로 주당 150분 이상의 중등도 강도 또는 75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 DASH와 같은 건강식이 등을 모두 만족시키는 경우에 이상적 심혈관 건강상태로 정의한다.

▶ 2007년판 권고안
- 고위험군: 명확한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 복부대동맥류, 말기 또는 만성 신장질환, 당뇨병, 10년 내 예상 관상동맥질환 위험도(Framingham Global Risk, FGR) 20% 초과의 경우 고위험군으로 정의한다.

- 위험군: 흡연, 열악한 식이, 운동량 부족, 비만(특히 복부비만), 남성 55세·여성 65세 미만에서 조기 심혈관질환 가족력,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가운데 1가지 이상의 위험인자를 보유한 경우나 무증상 혈관질환 증거(관상동맥 석회화), 대사증후군, 운동부하검사 시 열악한 운동능력 또는 운동중지 후 비정상적 심장박동 회복에 해당하는 경우를 위험군으로 정의한다.

- 최적상태  10년 내 예상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 미만에 위험인자가 없고 건강한 식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 최적상태로 정의한다.
 
고위험군 기준·경계치 더 폭넓게 적용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도 분류에서 2011년도 업데이트판 변화의 핵심은 전체 위험도(global risk score) 평가의 경계선을 기존보다 내려 잡았다는 것이다. 10년 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어느 정도일 때 고위험군으로 규정할 것인가를 놓고 예전보다 폭을 더 넓게 적용했다. 주목해야 할 변화는 한 가지 더 있다. 2007년판이 관상동맥질환의 10년 내 발생 위험도(FGR)를 기준으로 삼아 뇌졸중을 포함시키지 않은 반면, 2011년판은 이를 심혈관질환 10년 위험도로 변경해 뇌졸중을 포함하도록 포괄적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여타 임상질환의 발현과 함께 10년 내 예상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률이 10% 이상인 경우를 고위험군으로 정의했다. 2007년판에서는 FGR 20% 초과를 고위험군의 기준선으로 규정했다. 가이드라인 개정위원장을 맡은 미국 콜롬비아의대 Lori Mosca 교수는 이에 대해 “1차적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를 위한 기존의 모델들이 여성의 위험도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고, 여성의 경우 남성과 비교해 심근경색증보다는 뇌졸중 빈도가 높다는 점을 반영코자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자가면역질환·임신 합병증 있으면 위험군
여성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도 2007년과 비교해 변화가 있었다. 이전 판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자가면역질환이나 임신 관련 합병증이 추가된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루푸스 또는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전신 교원질-혈관성 자가면역질환(systemic autoimmune collagen-vascular disease)과 자간전증·임신성 당뇨병·임신성 고혈압 등의 합병증 기왕력을 위험군 분류에 기준으로 작용하는 위험인자로 포함시켰다. 이들 질환을 갖고 있는 여성들은 심혈관질환 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이드라인은 “메타분석 결과, 자간전증 환자에서 임신 후 5~15년 사이에 심근경색증·뇌졸중·정맥혈전색전증 등의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BMJ 2007;335:974)”며 “여성 심혈관질환 위험의 초기 표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성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의 경우, 임신 당뇨병·자간전증·조산 등 임신과 관련한 합병증 병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반적 CRP 검사는 지지 못 받아
가이드라인은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에 적용되는 모델로 FGR 이외에도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까지 고려하는 Reynold Risk Score(RSC)와 같은 여타 계산법의 유용성을 인정했다. 이들 모델을 관상동맥질환만이 아닌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데 적절한 전략으로 선택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hsCRP 검사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RP의 감소와 임상 아웃컴 개선의 연관성을 지지하는 데이터가 아직은 없다는 것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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