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회장

"의사와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대화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의료계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인 인식을 벗고 진정성을 전하는 유일한 길은 환자와의 소통뿐입니다."
 
지난 13일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제5대 회장으로 선임된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회장이 이같은 소신을 밝혔다.
▲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회장
흉부외과 출신 개원의로서 국내 커뮤니케이션 박사 1호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이 회장은 "최근 한국 의료계가 겪고 있는 사회와의 갈등의 원인은 결국 소통의 부재 또는 장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개원가에서 무려 18년 동안이나 일차진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만나오면서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만은 진료의 질보다는 의사소통상의 어려움에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해 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의료라는 행위 자체가 자연과학에 속하는 건 맞지만 환자와 의사 간 일대일의 관계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이뤄지게 되고, 국가정책과 연계될 경우 사회과학적 측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면서 "의학을 자연과학으로만 국한해서 이해하는 것은 매우 협소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 음주수술 사건서부터 가수 신해철 씨 사망사고, 대한항공 회항사건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되었더라면 사회적으로 이렇게까지 큰 파장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억에 남는 환자사례로 중학생 딸과 함께 내원했던 중년 남성을 들면서 "사업상의 문제로 힘들어하면서 자살까지도 고민할 때 6개월 여에 걸친 설득한 끝에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환자에게 해준 것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흔히들 생각하듯이 의사의 진료행위가 단순히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때로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료의사들과 나누고 싶다고. 
 
학력, 전공불문 '열린 학회' 목표
그는 "이토록 의료계 내부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기에 회장직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면서 "임기동안 최우선 과제는 열린 학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꼽았다.
 
현재로서도 의학, 간호학, 치의학 등 의과학을 넘어 독어독문학, 불어불문학, 영어영문학 등 어문학 분야와 법학, 사회복지학, 언론학 등 다양한 구성원들로 구성돼 있지만 학력이나 전공을 불문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학회가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영역이나 자격에 한계를 두는 순간 커뮤니케이션은 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공격적으로 의사 입장만 대변하거나 의사들 관념에 매몰되지 않도록 모든 이들에게 학회의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고 말했다.
 
학회의 저변을 넓히고 미흡한 점을 보완하자는 의미에서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와 산학협력이사를 교차임명했고, 학회창립 10주년을 맞게되는 내후년에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해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헬스커뮤니케이션 관련 학회 활동과 연구가 활발한 데 반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학술대회 프로그램과 학술지에 실릴 컨텐츠를 알차게 구성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아울러 "의료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데 많은 분들이 공감은 하지만 직접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인식은 아직까지 부족한 편"이라며 "의료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의사들의 생존권과도 연결돼 있음을 널리 알리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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