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J에 국내 논문 실려 삼성서울병원 한주용 교수

최근 영국의학저널인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연구가 실려 주목을 받고 있다. BMJ는 인용지수(IF)가 16.3점(ISI Web of Science, 2014)으로 높아 전세계가 주목하는 저널로 한국 연구가 실리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최근 성균관의대 한주용 교수가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통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심부전이 없고 좌심실 기능이 보존된 심근경색환자들에게 ARB 제제를 써도 된다는 것을 최초로 입증했다. 심부전과 좌심실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는 있지만 그 반대인 환자들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없었다는 점에서 BMJ가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 제목은 'Angiotensin receptor blocker in patients with ST segment 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 with preserved left ventricular systolic function: prospective cohort'로 심근경색 이후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 억제제 대신 안지오텐신 리셉터 차단체(ARB)를 써도 좋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이다. 연구를 주도한 성균관의대 한주용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를 직접 만나 연구 내용과 의미를 들어봤다.

▲ 한주용 교수
Q. 연구를 진행한 배경은 무엇인가?
-ACEI 제제는 심근경색 후 심혈관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표준약제이다. 특히 심부전이 있거나 좌심실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는 반드시 써야하는 1차 약제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권고되고 있다. 문제는 심부전이 없거나 좌심실 기능이 보존된(저하되지 않은) 환자들에 대해서는 ACEI 제제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다는데 있다. 이경우 가이드라인에서는 단지 ACEI 제제가 합리적이라고 돼있다. 또 ARB 제제는 아예 언급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해 보기 위해 KAMIR(Korean Acute Myocardial Infarction Registry)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Q. 심근경색 후 심부전이 없거나 좌심실 기능이 저하되지 않는 심근경색 환자들이 많은가?
-예전에는 심근경색 후 심부전이나 좌심실 기능 저하 환자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의료가 발전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차적 중재술 등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환자의 5분의 4이상은 좌심기능이 보존돼 있는 환자다. 문제는 이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는 거의 없다. ACEI 제제가 합리적이라는 지침에 따라 쓰고 있지만 최대 50% 환자에서 마른기침을 경험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ARB 제제 차선책으로 쓰는데 정작 근거는 없었다.

Q. 연구에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참여했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KAMIR(Korean Acute Myocardial Infarction Registry)에 등록된 환자를 선별해 진행됐다. KAMIR는 우리나라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의 등록 연구이다. 이번 연구에는 여기에 등록된 환자 6698명을 분석했다.

Q. 결과는?
해당 환자를 ARB 제제군, ACEI 제제군, 약물을 쓰지 않는 군으로 나눠 각각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근경색 재발률을 관찰했다. 연구 결과, 각각 1.8%, 1.7%, 3.5%로 나타났다.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 ARB 제제와 ACEI 제제는 통계적으로 유사했다. 이번 결과는 처음부터 ARB 제제를 쓸 수 있다는 강력한 근거까지는 아니지만 ACEI 제제를 쓰다가 기침이나 다른 부작용이 있으면 ARB 제제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흔히 기침이라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ACEI 제제로 인한 마른기침은 매우 고통스럽고 이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Q. 결국 RAAS 기전의 제제들은 같은 효과를 낸다고 정의할 수 있나?
그렇다. 이번 연구로 두 약제에 대한 유사성이 어느정도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ONTARGET 연구에서 ARB 제제와 ACEI 제제간 유사한 효과가 입증됐는데, 이번 연구로 심근경색 후 심부전 또는 좌심실 기능 부전이 없는 환자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 만큼 기전적 효과는 같다고 정의할 수 있다.

Q. 약제별 결과는 없나?
-한계점 중 하나다. 최근 등록된 환자는 약제가 명기돼 있으나 초기에 등록환자는 어떤 약을 쓰는 지는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약제별 분석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약제별 분석이 나왔다고 해도 약제가 바뀌는 경우도 많았고, 정확한 투약기간 등이 명시돼 있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어떤 약제가 더 좋다고 하는 분석은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Q. 그외 한계점은 무엇인가?
무작위 연구가 아니라서 아무리 좋은 통계툴을 이용해도 보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환자군별로 베이스라인이 차이가 있는데 이를 보정하려고 여러가지 통계적 방법을 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위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게 보정했다고 할 수 는 없다. 또 약제효과를 보려면 3년 이상 장기간 관찰해야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1년까지만 봤다. 또 사망률을 검증하는데 있어서는 규모가 작았다는 점도 있다.

Q. 이번 결과에 따라 ARB 제제에 대한 효과가 다시 주목받을 것 같다.
고혈압에서는 ARB 제제의 사용이 보편적이지만 심근경색 환자에서는 여전히 ACEI 제제 사용이 많다. 그 뒤를 ARB 제제가 차지하고 있다. 이중 ARB 제제도 사용은 해왔지만 마땅한 근거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사들도 처방하면서 확신이 없었는데, 이번 연구를 토대로 자신있게 처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비 ST분절 상승 심근경색(NSTEMI)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해당 연구가 추가로 진행중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결론을 논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