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토크] 저수가로 신음하는 동네의원...수가 정상화 시급

 

다사다난했던 2014년도 이제 저물어간다.  의료계는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한국의료의 뿌리인 동네의원들에게 2014년은 어떤 한 해였을까? 연말을 맞아 수가에 대한 문제, 개원의로서의 고민 등 동네의원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일시: 2014년 12월 5일
장소: 서울 모처의 한정식집
참석자: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윤용선 대한의원협회 회장
임익강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
박국상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실장
현재룡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보장실장

사회·박선재 메디칼업저버 편집부국장: 그야말로 ‘동네의원의 위기’라고들 말합니다. 적지 않은 동네의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고, 그 이유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꼽고 있습니다. 동네의원 위기의 원인과 해법은 무엇일까요? 경영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저수가의 실체는 무엇이고, 가입자와 공급자가 생각하는 적정수가란 과연 어느 수준일까요? 이 어려운 물음의 해답을 찾아보고자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1 동네의원의 어려움

▲윤용선 대한의원협회장

현재룡: 동네의원이 어렵다고들 말씀하시는데, 실제 환자가 줄었나요?

윤용선: 개인적인 편차가 있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동료가 줄었다고 해요. 많이 줄었죠. 상황은 오히려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요? 통계가 있잖아요.

현재룡: 안 그래도 통계를 좀 가져와 봤어요. 동네의원들이 계속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올해는 진료비가 많이 늘었네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진료비는 작년보다 7.2%, 동네의원은 6.2%가 늘어났습니다. 2013년 이맘 때, 전년대비 진료비 증가율이 2.2%였는데, 작년보다 많이 증가한 거죠.

서인석: 진료비 증감률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전체 의료기관의 진료비는 늘어도 동네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고 있죠. 동네의원의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의원 숫자가 늘어나면 의원당 수입이 줄어도 의원 전체 진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죠. 통계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런 변수가 보정돼야 해요.

윤용선: 전체 파이가 늘었다고 하시는데, 실제 동네의원에서는 전혀 체감을 못하고 있어요. 몇 가지 변수가 있겠죠. 의원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전체 진료비 파이는 증가해도, 의원 한 곳이 가져가는 몫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과목별, 기관별로 편차도 커요. 잘되는 곳은 잘될 테고, 안되는 곳은 문을 닫을 지경인데, 통계는 평균만 얘기하고 있으니 체감이 어려울 수밖에요. 동네의원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져, 상위 20% 의원이 전체 의원 진료비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늘어났다는 진료비 6%를 따가는 것도 잘되는 일부 의원이겠죠. 80%에 속하는 나머지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진료비가 늘어났다고? 진짜?”라고 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현재룡: 맞습니다. 병의원 모두 진료비 양극화가 심해요. 올해 통계를 보니 의원급 상위 5% 기관이 전체 의원급 진료비의 22.3%를, 상위 30%기관이 전체 파이의 63%를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네요. 일부는 잘되고 나머지는 힘들어 하는 상황이니, 대부분 의원은 진료비가 늘었다는 말이 딴 나라 얘기하는 느낌이 들 거예요. 차등수가제도 한 쪽에서는 부당하니 개선해 달라고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진료비를 깎여도 좋으니 100명의 진료를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임익강: 매출은 줄어드는데 부대비용 부담은 계속 늘어나 동네의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어요. 수가는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다른 비용은 계속 올라가니까요. 동료 의원에 요새 어떠냐고 물어보면, 매출은 줄었는데 건물임대료가 너무 올랐다, 간호사 인건비가 너무 올랐다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요. 수지를 맞추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거죠.

통계에 가려진 민낯
상위 30%가 진료비 63% 점유…양극화 심화
수가는 원가 못 미치는데 임대료·인건비 매년 치솟아
개원의 주 60시간 근무…지식료도 고려 안한 원가계산 불합리

#2 정말 저수가인가?

사회자: 그럼 수가 얘기를 좀 해보죠.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이 급여만 따졌을 때는 수가가 원가 이하지만, 비급여를 포함하면 100%를 넘는다고 밝힌 바 있죠.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서인석: 호텔과 여인숙 수익을 합쳐 평균을 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필수, 비필수의료에 대한 개념이 잡혀 있지 않다는 게 문제예요. 심폐소생술 1시간을 해도 수가는 6만원이에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심폐소생술조차도요. 비급여를 합하면 원가를 넘으니 수가를 못 올려준다는 건 핑계죠. 필수의료인데도 그 가치에 맞는 수가를 주지 못하니, 비급여 핑계를 대는 겁니다.

불합리한 수가는 전공의 수급불균형으로도 이어집니다.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 미달사태가 수 년째 반복되고 내과 전공의 지원율도 올해 92%로 떨어졌죠. 공보험 체계에서 비급여 체계로 가는 단계도 넘어섰어요. 잘 먹고 잘 사는 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안 망하는 과로 가려고 전공을 선택하는 지경에 이른 겁니다. 이런 불균형은 전체적으로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전공의 쏠림현상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제도로 풀어야 합니다.

현재룡: 잠깐 자료에 대해 보충설명을 하자면, 당시 보사연 연구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급여는 원가의 95.31% , 비급여 포함 시 110.09%라고 나왔죠. 의원 110곳을 조사한 결과예요. 공단에서는 별도로 의원급 회계, 원가분석을 실시한 바 없고요.

윤용선: 당시 조사가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라 사실상 설문처럼 진행된 것으로 압니다. 팩터(factor)가 객관적이지 못했죠. 개원의 숫자가 3만명이 넘는데 110곳 조사한 결과를, 의원 전체의 상황으로 본다는 것도 무리가 있죠. 적자냐 흑자냐 하는데, 일례로 월에 1000만원을 받는 봉직의와 한 해 1억 3000만원을 버는 개원의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개원해서 1000만원 더 번 꼴이죠. 이 개원의는 적자일까요 흑자일까요? 통계상으로는 흑자로 잡히겠지만,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흑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최소한 인건비와 투자비 회수는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고려 없이 매출이 나왔으니 무조건 흑자, 이런 방식은 아니죠.

현재룡: 원가라는 개념은 투입비용 대비 수익을 따지는 것이죠. 잘되는 병원은 원가가 낮아지고, 안 되는 병원일수록 원가가 높아지는 구조라, 사실 적정원가가 얼마인지 따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다만 의료인이 받는 보수를 보면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의 4.8배 정도돼요. OECD의 경우에는 의사의 보수가 일반 근로자의 2.6배 정도죠.

서인석: 노동강도가 반영이 안 됐죠. 개원의들의 근로시간이 대략 주 55시간에서 60시간 정도입니다. 다른 근로자들처럼 별도로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도시 근로자 평균임금과 비교하려면 주 40시간 근무기준, 오버타임 수당까지 반영한 통계가 돼야 하겠죠. 망하는 기관에 대한 데이터는 하나도 안 들어간다는 점도 한계고요. 단순비교할 일이 못 됩니다. 원가가 투입비용 대비 수익이라고 하셨는데, 지식료는 반영이 됩니까? 의사비용의 원가는 펜 값, 책상료가 아니라 지식료예요. 그런데 지금의 원가 계산에는 이런 것들 하나도 반영이 안됩니다.

윤용선: 통계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합니다. 비급여 해서 먹고 산다는 생각들, 어느 정도 인정은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잘 되는 20%에나 해당되는 문제지 나머지 80%의 의사들은 비급여를 하려고 해도 할 게 없어요. 초음파, 수면내시경? 하루에 하나 할까 말까 하고 가끔 독감주사 정도 놓겠죠. 의원에서 할 수 있는 비급여라는 것이 정말 없어요. 잘 되는 병원이나 검진도 하고 수익 내지, 대부분의 의원들은 그렇지 않아요. 통계만 보고 얘기하면 안 돼요.

저수가 타개하자고 하면 의사들이 수익 더 가지려고 하는 것처럼 보는데, 사실 저수가 때문에 만들어진 의료왜곡, 이 부분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개원의도 병원도 다 저수가이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외래를 늘리려고 하고, 그러니 동네의원과 병원이 무한경쟁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병원이 입원을 주로 보고, 외래를 줄이고 싶어도 입원수가가 낮으니 외래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게 되는 거고, 그러다 보니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무너져버린거죠.

의사입장에서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이라면 행위량을 증가시키려는 욕구가 있을 수 있죠. 그걸 막고 싶으면 수가를 적정하게 만들어서 적정수가 받으면서 의사답게 진료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의료제도가 왜곡되지 않게 해달라는 거예요.

▲현재룡 건보공단 급여보장실장

현재룡: 의원이나 병원이나 원가가 얼마냐, 적정수가가 얼마냐 따지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에요. 의원급에 대해서는 따로 원가 계산을 하지 않고 있고, 병원은 회계가 투명하지 못해서 적자인지 흑자인지 알기가 힘들죠. 그런 한계점이 있어요.

윤용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요. 의사들이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저수가 보전을 위해 행위량을 늘린다고 하는데,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저수가 때문에 생긴 소비자 요인도 무시할 수 없어요. 본인부담률이 낮으니 의료기관을 더 이용하려는 마음이 드는 거죠. 물리치료 한 번만 해도 되는데 계속 받고, 주사 안 맞아도 되는데 맞고. 실제로 토요가산제가 전일제로 확대된 이후에 토요일 환자가 줄었어요. 본인부담금이 늘어나니까 환자가 덜 오는 거죠.

의료는 필수서비스이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수요 대비 가격탄력성이 없는 게 맞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니예요. 정부에서 비필수의료도 다 보장해주고 있으니까요. 정작 중요한 것은 보장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으면서도요. 우리나라는 필수의료가 뭔지, 비필수 의료가 뭔지, 공공의료와 민간의료가 해야 할 일이 뭔지 개념이 잡혀 있지를 않아요. 일단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보장을 어떻게 할지, 공단의 역할은 뭔지 논의했어야 합니다.

수가를 올리면 의사들이 돈을 엄청나게 번다고요?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의료가 가격탄력성을 띠기 때문에 수가를 올리면 환자선택에 의해 행위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요. 의사들 수익에는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수가를 올리면 재정이 많이 든다는 가설도 수정해야 해요. 수가가 올라가면 행위량이 크게 줄 거예요.

현재룡: 하나 간과되고 있는 것이, 환자가 부담하는 몫은 늘어난 수가의 20%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수가를 엄청나게 많이 올리지 않는 이상 환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거죠. 현재 상황에서는 수가를 올려도 이용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요.

박국상: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짚어낼 수 없고, 어느 한 쪽의 입장만 고려해 수가를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수가협상에서 공단은 중간적 위치죠. 완전한 합의는 아니더라도 공감대 형성을 위한 기회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임익강: 어쨌든 수가가 원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죠. 최소한 원가는 다 채워놓고 그다음에 수가 인상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매년 수가협상을 해서 수가를 몇 퍼센트 인상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수가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마이너스를 보전해주는 거잖아요. 원가에 못 미치는 손실분을 보전해야 한다고 설명을 해야 가입자도 납득을 하는 것이지, 그것을 ‘수가인상’이라 하니, 또 의사들 돈 올려주는 것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까.

“의사 불신 풍토 못 고치면 백약이 무효”
부당청구니 진료비 확인제도니 의사 못 믿게 하는 정책보다
국민건강 최일선 파수꾼으로 인정받도록 다함께 힘써야

 

#3 그럼 어떻게?

▲박국상 건보공단 보험급여실장

현재룡: 동네의원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현장에서 의원이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줄어든다는 거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환자감소로 이어지고 있고, 환자가 고령화되다 보니 의원급에서 소화하기 어려워져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하고요.

수가협상 때도 했던 얘긴데, 동네의원의 문제는 수가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 환산지수 자체로 봤을 때는 의원급 수가가 병원보다 높은 상황이고요. 의원급 이탈 환자를 의원으로 붙잡는 정책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환자를 가급적 1차의료기관으로 가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려면 의료계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요. 환자의 병원 선택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악역을 하지 않으면 환자들의 상급병원행을 막을 수 없어요. 정책적으로 막자면 금전적으로 패널티를 주는 방법뿐인데, 경증환자가 상급병원에 가면 약제비를 더 내게 했는데도 효과가 별로 없어요, 쉽지 않죠. 힘들어도 의료계가 이를 지적해주고 막아줘야 해요. 동네의원들이 환자를 옆에 묶어두고 교육도 하고 상담도 하고 그런 역할들을 늘려야 우리나라 의료, 건강보험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지금 건강보험 재정 누적흑자가 12조원 정도 돼요. 많다고 하는데 12조원은 석 달 급여비 정도예요. 생각보다 많은 돈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과거 제가 공단 재정팀장을 하던 시절에 건보재정에 구멍이 났었어요. 그래도 예전에는 차용할 수 있는 대책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숫자가 너무 커져 답이 없어요.  지금 의료계와 보험자,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비용을 줄일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지금 전체가 같이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미래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윤용선: 다같이 허리를 졸라매자는 명제에 적극 동의합니다. 다만 다 같이 해야죠. 약사들 조제료는 원가 이상이고, 2000년 이후 제약사는 해마다 15~20%씩 고성장했어요. 전체 건강보험재정안에 약사도, 제약사도 있는데 다른 곳에는 막 주면서 우리만 졸라매니 의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컸던 겁니다. 다같이 하자면 공단 운영비도 줄여야 하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공급자뿐 아니라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솔직히 지금의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도 들어요. 켜켜이 쌓인 의사에 대한 불신 때문이죠. 사실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을 보면서 화가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의사들의 부당청구가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발표, 진료비 확인제도, 수진자조회제도를 보면서 환자들이 의사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의원으로 안 갈 수밖에 없죠.

1차의료 활성화도 그래요. 말뿐이죠. 복지부에 공익광고를 한 번 해달라고 했어요. 바로 여러분 곁에 실력 있고 언제든 진료 보는 동네의원 의사가 있고, 믿을 만하다고요. 이제 제도의 문제가 아니예요. 의사에 대한 시각, 개원가에 대한 인식의 문제죠. 이러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망하면, 대한민국 의료전체가 망가지는 겁니다.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들이 수익만 좇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해 최접점에서 일하는 사람이란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사회자: 수가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가를 올리거나 1차의료에 맞는 별도의 수가를 만든다면 도움이 될까요?

현재룡: 교육·상담이나 만성질환관리료처럼 환자의 질환관리를 충실히 해주는 것이라면 당연히 동의합니다.

서인석: 환자를 오래 보는 의사에게 비용을 더 줘야 한다는 전제에는 동의합니다. 충분한 진료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죠. 다만 지금의 구조가 그렇지 못할 뿐이죠.

▲임익강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

임익강: 일단 수가를 올려야죠. 의사 인건비를 대폭 반영해야 합니다. 투자자본에 의하는 수익구조가 아니라, 의사의 의학적 행위가 가치 있게 인정받는 구조가 돼야 소규모 투자의 동네의원들이 살게 됩니다. 수가를 신설한다 할지라도 돈이 없으면 또 다른 곳에서 빼어다가 1차의료에 주는 수밖에 없겠죠. 결국 조삼모사입니다. 일단 파이를 키우고 늘어난 부분을 1차의료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합니다. 복지부와 공단 모두 환자들 눈치를 보느라 보험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죠. 재정이 한정되어 있는 한 방법이 없어요.

예산을 이분화해서 국가의 정책이나 시책은 세금으로 하고, 국민의 건강이나 질병에 관계된 것에만 건강보험을 투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에게 최대한 짐을 덜 지우면서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세금, 목적세를 붙이는 거예요. 비교적 상류층에 해당하는 부분에 목적세를 붙여 파이를 키우고 진짜 건강에 대한 부분에만 건강보험재정을 몰아서 투입한다면 보험재정에 상당부분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덧붙여 의원에 임대혜택을 주는 식으로 임대업법을 개정하거나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중소기업 세금감면을 환원하는 등의 법·제도적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룡: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방법이 없죠. 혜택을 얻는 만큼 올려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파이만 키우면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도 있다고 봐요. 파이를 천천히 키우되 국민이든 의사든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줄여야 합니다. 정상화할 수 있는 부분은 일단 정상화하고, 돈을 내는 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윤용선: 상담료가 추가되면 마다할 이유는 없죠. 다만 그 재원 자체가 재정 중립 상태에서 오는 것이라면, 어디서 옮겨오는 것 일 수밖에 없죠. 임익강 선생님 말대로 조삼모사에 그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수가를 통해 진찰료가 올라가는 명제에는 찬성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죠. 재정을 더 투입하면 만성질환 관리를 더 잘하다던지, 질을 높이라던지 또 그 효과를 보려고 할 것인데 이렇게 조건들이 붙으면 받기 어려워집니다. 의원 외래 중심-병원 입원 중심으로 수가를 재조정한다는 대명제 아래 진찰료를 보상하는 측면이라면 동의하지만, 제도에 묶이거나 의원에 커다란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라면 의사들이 동의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사회자: 바쁘신 가운데서도 어려운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가와 보험료 인상에 관한 문제는 사실 해법을 내기가 쉽지 않은 문제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의사와 환자, 의사와 보험자, 의사와 정부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되지 않아야 할까 생각합니다. 참석자 모두 건강보험과 관련해 최일선에서 일해주시고 계십니다. 오늘의 토론이 서로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는 기회가 되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리·고신정 기자 ksj8855@monews.co.kr
사진·고민수 기자 msko@monews.co.kr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