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리베이트 오명 벗자…윤리경영 박차

올 한 해 제약업계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폐지에 목소리를 높였고,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과 맞물려 대대적인 CP도입으로 분주했다. 그 와중에도 나고야의정서 발효, PIC/S 가입 승인 등 다양한 이슈가 있었으며 천연물신약과 정부의 약가정책 등에 대한 논란도 지속됐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를 한 자리에 모았다.

시장형 실거래가제 폐지…장려금제 도입

기존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저가구매인센티브)가 병원 측의 과도한 저가납품 요구를 유발해 제약업계와 병원계, 정부 간 논의 끝에 폐지되고 9월 1일부터 의약품 장려금 제도가 시행됐다.

장려금 지급은 △대체조제 장려금(성분 또는 효능이 같은 저가 의약품을 조제한 경우) △사용장려금(퇴장방지 의약품을 처방·조제한 경우)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저가구매 및 사용량을 감소해 약품비를 절감한 경우)으로 세분화했다.

그러나 장려금 제도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저가구매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항목에 제약업계는 1원낙찰 등 폐해가 재현될 것을 우려했다.

▲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폐지에 대한 산업계 목소리가 높았다.(사진은 정책토론회)

쪼개고 합치고 살길 찾아 안간힘

몇몇 국내 제약사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했다.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은 CJ헬스케어로 새롭게 출발했다. 유한양행은 영양수액제 전문기업 엠지의 지분 36.83%를 인수하고 영역 확대에 나섰다. 한화그룹 계열 제약사인 드림파마 인수에는 다국적제약사 알보젠과 차병원, 안국약품이 뛰어들어 삼파전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알보젠이 낙찰했다.

반면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적대적 M&A 의혹으로 진통을 겪었다. 지난 1월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결정짓는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 지분 29.36%를 보유한 녹십자가 반대표를 던지고,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는 등 행보를 보인 것. 덕분에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 시도는 무산됐으며, 당시 녹십자 측은 적대적 M&A 의혹을 부인했지만 업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생물자원 전쟁 시작…나고야의정서 발효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에 따라 10월 12일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됐다. 이에 생물유전자원을 해외로부터 들여올 때에는 해당 국가 법에 따라 승인을 받아야 하며, 향후 이익 공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산업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특히 산업계는 나고야의정서의 제정취지를 살리되 업계 부담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으며, 유전자원 범위의 DB구축이나 관련법 구체화 등이  요구됐다.

리베이트 투아웃제·CP 가동

▲ 제약협회가 리베이트 근절을 다짐하며 '기업윤리헌장'을 선포했다.
7월 2일부터 2회 이상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삭제하는 이른바 '투아웃제'가 시행됐다. 복지부는 리베이트에 대한 제재수단을 강화함으로써 기존 관행이 근절되고 공정한 거래 질서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했다.

급여삭제라는 초강수에 제약업계는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제약협회는 '기업윤리헌장'을 선포하고,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모든 불법·부당 거래를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제약사들 또한 앞다퉈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가동했으며, 기존 시행 기업은 위반자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크고 작은 리베이트 관련 이슈들이 나오며 리베이트가 더욱 음성화되고 있다는 지적과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자정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 등이 제기됐다.

유통업계 마진갈등 출구 찾기

일부 다국적제약사의 의약품 유통비용이 도매평균을 훨씬 밑도는 저마진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약품유통협회는 국내제약사의 마진율 10~11%에 못 미치는 6~7% 수준을 제공하는 일부 다국적제약사에게 인상을 요청했으며, 일부 다국적제약사들이 탄탄한 자금력과 독점적 유통구조를 통해 횡포를 일삼고 있어 영세한 국내 의약품유통업체는 2011년 11곳, 2012년 15곳, 2013년 33곳이 폐업 하거나 부도가 났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이 문제는 보건복지위원회를 통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PIC/S 가입승인…해외진출 발판 마련

5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정기총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입이 공식 승인됐다. PIC/S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과 실사의 국제 조화를 주도하는 유일한 국제 협의체로 1995년 결성된 이후 미국식품의약국(FDA), EU 등 41개국 44개 기관이 가입했으며 이번 가입으로 우리나라는 42번째 가입국이 됐다.

식약처 측은 "PIC/S 가입이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GMP 수준에 대한 신뢰도 향상과 국내 의약품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확실한 촉매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며, 제약협회도 "이번 PIC/S 가입은 한국 제약산업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논란 속 천연물신약, 감사원 결정에 촉각

천연물신약이 정부의 투자에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임상절차 완화 등 혜택은 도리어 해외진출을 가로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는 발암물질이 검출됐지만 식약처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들은 국정감사에서도 질타를 받았으며, 급기야 복지부와 식약처에 대한 감사청구로 이어졌다.

이런 논란에 대해 일부 제약업계와 연구단체 등은 "산업적 관점에서 봐야지 정부 지원을 일방적인 투자 개념으로 봐서는 곤란하다"며 천연물신약의 발전 가능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향후 감사원 결정에 따라 천연물신약 논란은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국산신약 출시해도 가시밭길?

신약개발을 장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임상시험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거나, 많이 팔릴 수록 약가를 제한하는 사용량 약가연동제 등의 정부 정책이 안그래도 쉽지 않은 신약 개발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카나브, 놀텍 등 일정수준 이상 처방된 국내 개발 신약들은 어김없이 사용량 약가연동제에 따라 약가 추락을 겪었으며, 제약업계는 연구개발 의욕을 저해하는 이 같은 제도의 폐지를 촉구했다. 제도와 관련된 제약업계의 소송도 수 차례 제기됐다.

반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사용량약가연동제로 인하되는 국산 제품의 비중이 매우 적으며, 건강보험재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피력했다.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앞두고 갑론을박

한미FTA로 인해 내년 3월 15일부터 시행 예정인 허가특허연계제도를 두고 제약업계에 논란이 일었다. 특허에 도전해 특허보유 품목의 특허 자체를 무효화시키거나 새로운 기술을 인정받으면 특허도전 품목에 일정기간(12개월) 우선판매 품목허가를 부여하는 '우선판매품목허가' 조항이 논란의 핵심에 섰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 등 시민사회단체는 우선판매 품목허가제도가 미국을 제외한 어느 국가에서도 시행하고 있지 않으며, 특허권자와 퍼스트제네릭 개발자 사이에 제네릭 시판을 연기하는 담합 등의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제약협회 소속 특허기술협의회 측은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약 8000억원에 이르며, 특허도전을 포기하면 오리지널제품의 단독 판매 기간만 늘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은 '계륵'?…실질 지원 요구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가 인증마크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려면 범부처 단위의 광범위한 지원 내지는 기업단위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그동안 인증받은 제약사들은 R&D 직접지원, 사업지원 등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혜택을 받았지만, 실제 혁신형 제약사 측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복지부가 2차 인증기업으로 드림파마·사노피아벤티스 등 5개 기업을 선정했지만 실질적인 혜택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이 같은 혜택으로는 전문인력 지원, 병역특례, 임상시험 대조약 급여 지원, 국내 신약 약가의 적정 가치 산정에 대한 제도 마련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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