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운동본부, 내년 '건보흑자를 국민에게' 운동 전개

현재 공급·지불체계로는 10여년 후 건강보험 재정 적자난이 불가피하므로, 전체 의료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만이라도 총액계약제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측은 최근 정부에서 의료영리화의 대대적인 추진에 반발하며, 내년부터 '건강보험 흑자를 국민에게'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당기흑자는 3~4조원, 누적흑자는 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거대 흑자를 두고 '저수가'에 시달리는 의료공급자 측의 수가 인상, 급여항목 신설 및 재정비 등에 쓰려고 하고 있다. 실제 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취임식 당시 이 같은 재정 사용 방향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무상의료운동본부에서는 "건보 재정의 흑자는 '저수가' 때문이 아닌 '경제적 이유로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의 증가' 때문"이라며 "치과 미치료율은 지난 4년간 40.1%, 39.7%, 36.9%, 29.7% 등 줄어드는 반면, 경제적 이유로 병의원 미치료율은 15.7%, 16.2%, 19.7%, 21.7%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중기 보장성 강화 계획만 보더라도 1조원 이상이 공급자의 민원 해결 부분에 쏠려 있다"면서 "가계소득의 어려움으로 인한 흑자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더욱 문제는 재정 흑자에도 병의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증가하는데, 10여년 후 건보 재정 파탄시 미치료율의 급증과 의료기관 이용의 빈익빈부익부가 심각해진다는 점.

실제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서 추계한 건보 재정[표]을 보면, 2030년부터는 20조원 가량의 적자난이 이어지며, 2060년에는 100조원이 넘는 적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러한 적자난은 초고령화 등 급속한 인구변화에 따른 지출 확대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무상의료운동본부 김경자 공동위원장은 "일단 지금의 누적흑자는 노인과 만18세 미만 아이들에 대한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을 마련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면서 "추후 발생하는 재정난은 국고 지원금 확대와 공급 및 수가체계 개편으로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국민 의료비를 줄이고 건보 재정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시행하는 포괄수가로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7개 질환 포괄수가제를 보면 병원은 병원대로 적자가 발생하고, 건보재정도 더 사용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왕절개의 경우 과잉진료와 수술을 부추기는 제도 상 허점까지 있어 사실상 전체 의료행위에 포괄수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총액계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또 15년 후부터 건보 재정이 바닥을 넘어 적자난에 시달리게 되는데, 총액으로 관리되는 노인진료비에 대해서는 '건보 재정'이 아닌 '국고'로 메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행위별 지불제도로는 아무리 재정을 투입해도 보장성이 나아지지 않는 구조임을 견지하며, 공급 및 지불체계를 바꿔야만 그나마 국가가 관리, 통제, 충당할 수 있는 규모로 유지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를 적용하기에는 걸림돌이 많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의료계 출신의 보험기관 수장'이 가장 큰 방해물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손명세 심평원장에 이어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까지 건강보험의 근간이 되는 기관의 수장이 둘다 공급자로 자리했다"며 "지금 남아있는 건보 흑자를 공급자에게 퍼주는 것은 물론, 추후 총액계약 등 재정 적자에 대한 체계나 대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공급자가 보험의 수장이 되면서 의료서비스를 더 비싸게 올리고, 보장성은 더 줄이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란 우려다. 

한편 공단 정책연구원은 최근 서울대 대학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복합만성질환자에 한해서 '총액계약을 실시해야 한다'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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