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학회 최우수 수련의국으로 선정된 분당서울대병원... 교육, 기획, 소통 강조

2014년 내내 전공의 수련문제는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전공의 수련 시간 80시간을 법으로 정했지만 전공의들이나 병원들은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는 원망들을 쏟아냈다.

어두운 소식들이 뉴스를 장식하던 가운데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의국이 대한신경외과학회 최우수 수련의국으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 권오기 분당서울대 신경외과 교수ⓒ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병원 신경외과의 수장을 맡은 사람은 권오기 교수다. 최우수 수련의국이라고 발표됐지만 그렇다고 수련받기 가장 좋은 병원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겸손한 웃음을 짓는다. 의국에서 전공의 수련 문제에 관해 심각성을 함께 인식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 실천하고 있을 뿐이라 했다.

권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에서 4년 동안 수련을 받으면 개원을 하든, 봉직의를 하든 전문가로 활동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교수들이 마음을 같이 했다"며 "전공의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강의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고, 강제로 시간을 할당해 전공의들이 자기 연차에 배워야할 수술은 배울 수 있도록 체크시스템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또 "요즘 전공의들은 수술이나 시술 등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공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교수들에게 강제(?)하기도 하고, 토요일 점심은 모든 전공의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소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년차부터 주 80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려고 6시가 되면 칼퇴근을 시켰다고. 내년부터는 3년차 등 아랫연차에게도 적용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지 않았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결국 전공의 수련의 문제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수련의 질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 두 시간 덜 근무하거나, 편안하게 근무하는 게 최고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신경외과에서 수련 중인 황기환 전공의도 같은 생각이었다. 황 전공의는 "80시간이 정해지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외과는 배워야 할 것은 많은데 시간은 없고, 게다가 시간을 지켜야 하는 등 전공의들이 더 힘들어졌다"며 "전공의들이 원하는 것은 시간이라기 보다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다. 지금처럼 시스템이 굳어지면 결국 팰로우를 더 많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은 의국에서 전공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고 있고, 수술 케이스가 다양하고 많이 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신경외과학회 최우수 수련의국으로 선정된 분당서울대병원(사진 맨 왼쪽 황기환 전공의, 사진 중앙 권오기 교수, 사진 맨 오른쪽 현승재 실무담당 교수)ⓒ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정부가 전공의 수련 문제를 기획할 때 잘못 짚은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전공의들의 수련 시간도 중요하지만 전공의들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전공의도 병원도 만족하지 못하는 정부의 전공의 수련 정책은 그야말로 오체불만족 상태가 됐다.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게 권 교수의 주장이다.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설자리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얘기다.

권 교수는 "전공의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있다. 내가 4년차 일 때 개두술을 1년에 300개 정도 했는데, 지금은 4년차가 일년에 2번 정도가 고작"이라며 "교육받지 못한 전공의는 팰로우를 더 해야하고 결국 수련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 우려했다.

전공의들이 어디서도 반기지 않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수련병원 입장에서는 과거 전공의들이 하던 일을 전임의들이 하게 되면서 인건비 절감이나 업무를 덜어주던 매력이 사라졌다.

권 교수는 "어쩌면 앞으로 전공의들이 병원에 돈을 내고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정부가 사회적 변화를 읽고 전공의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수련병원이나 전공의들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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