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인프라 확충 못하면 '헛꿈'

 

올해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바이오의약품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4043억원(2013년)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을 향후 8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희망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의약품을 진정한 미래 먹거리로 삼으려면 R&D의 영세성, 인프라 및 정보의 부재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비전과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복지부가 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바이오의약품산업 발전의 비전 및 로드맵'을 주제로 개최한 'Bio-Pharma Korea 2020 컨퍼런스'를 통해 살펴봤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Bio-Pharma Korea 2020 기획단의 각 바이오 분과별 기획단장은 산업의 현황과 해결과제 등을 제시했다.

항체바이오신약 '원천기술·파이프라인 확대 필요'

박영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항체바이오신약 부문에서 지속적인 원천 기술 개발과 파이프라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빅5항체(아바스틴, 허셉틴 등)의 급격한 시장확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400개 이상의 임상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국내는 제약사의 영세성으로 기술개발이 부진하며 이미 쓸만한 타깃은 선진국에 의해 선점됐다는 것.

또 기존에 연구된 단일타깃 및 전형적인 항체 기술이 1라운드라면, 현재 ADC(항체약물결합체), 면역조절 항체, 이중타깃 항체 등 2라운드로 추세가 변하고 있어 차세대 분야에 대한 대처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R&D 투자 규모의 영세성도 지적했으며 특히 투자 동향을 보면 바이오시밀러에만 집중돼 있고 혁신 타깃에 대해서는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전문성과 경력을 겸비한 R&D 인력이 부족하며, 다양한 제재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글로벌 수준의 CMO 시설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세포치료제 '보험약가 적용…대량생산기술 갖춰야'

서동삼 세원셀론텍 상무는 세포치료제 부문에서 제조공정 및 품질관리 등 높은 제조원가로 상용화 및 시장확대에 어려움이 있으며, 유효성을 입증해도 보험약가 적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세포치료제는 고비용임에도 시판 후 급여 등재된 품목은 콘드론, 칼로덤, 큐피스템 3품목에 불과하다.

또 세포치료제 연구는 2002년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이 출범하며(2002~2012년, 추진예산 1500억원) 국가 차원의 투자 의지를 보였으나, 체세포 및 면역세포치료제가 세포치료제 시장을 주도(품목허가 세포치료제 중 약 80%)하고 있음에도 정부부처 지원 사업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대량생산을 가능케 해 제품가격을 낮추는 기술개발이 중요한 기술경쟁력이며, 범용성을 갖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동종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전자치료제 '인프라 보강하고 법규 현실화돼야'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연구소장은 유전자치료제 신약개발과정 전반에 걸친 인프라가 보강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유전자치료제는 산업의 도입기로 R&D인력, 생산, 분석 등 전 과정에 걸쳐 인프라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자체 생산설비를 갖춘 유전자치료제 개발사는 한 곳에 불과하며,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위탁 제조할 수 있는 CMO도 없고 현재 있는 공공 CMO는 항체 위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생산한 유전자치료제의 품질을 국제 기준에 맞춰 분석, 평가할 수 있는 전문기관도 없어 해외 CRO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또 윤리적인 측면에서 일부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배아, 난자, 정자 및 태아'에 대해서는 유전자치료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항목을 통해 윤리적 우려를 해소하고 나머지 질환에 대해서는 제한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오시밀러 '품질·가격경쟁력 확보가 관건'

이동억 CJ헬스케어 상무는 바이오시밀러, 바이오베터 부문의 발전을 위한 극복과제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고도의 기술력 확보와 바이오베터 개발을 위한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꼽았다.

또한 임상시험 연구비에서 대조약 구입비용의 비중이 높아 임상에 어려움이 있으며, 대조약에 보험급여를 적용해 임상비용을 절감토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임상시험 대조약의 실질 구매 또한 오리지널 사의 비협조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 허가기관 요구 수준의 단백질의약품 분석, 임상시료 분석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CRO의 역량 부족으로 대부분 기업이 해외 CRO를 이용해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고 전했다.평균적으로 비임상 단계 CRO 이용에는 건당 약 20억원에서 30억원이 지출된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개발사의 특허 연장 전략으로 계속적인 특허 정보 확인이 필요한데, 정부가 구축하는 특허정보시스템을 바이오의약품 전분야로 확대해야 하며 특허청과 연계해 주요 특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업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신기술바이오제품 '원천기술 확보해야 시장 선점'

이은규 한양대 교수는 신기술바이오 부문과 관련해 글로벌 경쟁력 선점을 위한 원천기술 확보와 이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4세대로 불리는 신기술바이오의약품은 개인맞춤형, 정밀진단치료용 의약품으로 구분되며 국내에서는 개발 가능성이 높은 RNA 이용 치료제, 압타머(aptamer) 기술 이용 치료제, 합성 펩타이드(peptide) 치료제, 바이오마커 분석기술을 이용한 동반진단치료제 4가지 분야에 집중됐다.

또한 이 교수는 신기술바이오 관련 산업체를 위한 기술가치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초기단계부터 성공적인 글로벌 상용화와 시장에서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연구개발 전략 수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2020년 바이오 돌풍 예고…정부-기업 간 신뢰 통해 혁신"

▲ 권영근 교수

권영근 Bio-Pharma Korea 2020 기획단장(연세대 교수)은 '2020년 바이오 7대 강국'과 관련해 "2020년에는 바이오 돌풍이 일어날 것이다. 확신이 있다면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정부가 기업을 못 믿고 기업이 정부를 못믿는 풍토에서는 혁신이 없다. 확신을 갖고 혁신해야 하며, 어렵겠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2020년에 세계 7대 바이오의약품 강국을 실현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획단은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대해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과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 허가 및 유럽 허가 등 글로벌 역량을 확보했으며,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바이오의약품 산업 극복과제로 △R&D 투자 규모의 영세성 △전반적 인프라 취약 △수출 지원체계 미흡 △국가별 인허가 정보부족 △정부차원 마케팅 미비 △신기술-바이오제품 및 기술에 대한 전략적 평가시스템 부재 등을 꼽았다.

기획단은 핵심기술 고도화, 산업생태계 인프라 조성 등 핵심과제를 필두로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제품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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