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역할 필요...적극적인 병력 청취로 내적요인 선별해야

 
칼바람이 매서운 겨울은 노인 건강이 특히나 염려되는 계절이다.

특히 겨울철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낙상은 미국에서만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경험하고 이중 약 13%가 사망한다. 우리나라도 매년 65세 이상 노인 30~40%가 1회 이상, 15%는 2회 이상 반복적으로 넘어져 다치는데, 이중 5%는 골절이 발생해 심하면 입원까지 한다.

문제는 노인이 한번 낙상사고를 겪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외부활동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신체 운동량을 감소시켜 근력·관절 기능을 저하해 그만큼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노인 낙상을 '가볍게 주저 않거나' '살짝 넘어졌다'고 생각해 방치했다가는 뇌출혈, 고관절 골절, 각종 합병증 발병 등으로 자칫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몇몇 연구를 통해 우울증 등이 낙상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지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도 낙상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병력 청취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노인 환자들을 진료하는 데 있어서 선별검사를 통한 낙상 예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내적 요인 중 우울증 위험도 가장 커
독거 노인 낙상 위험 ↑

낙상은 환경적 외적요인으로 인한 발생 비율이 25~45%로 가장 크고 다음으로 보행장애, 근육약화, 균형장애, 어지럼증, 기립성 저혈압, 실신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위험요인은 크게 내적요인과 외적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낙상은 내적요인인  △우울증 △하지근육 약화 △낙상의 과거력 △보조기구 사용 △시력장애 △관절염 △일상생활활동 장애 △인지장애 △급성 및 만성질환 △ 80세 이상의 나이 등과 거주 환경 위험요소와 약물 다제복용 등의 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노인에서 우울증은 낙상 위험을 더 증대시키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을 통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동반한 노인에서 낙상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전남의대 예방의학과 신민호 교수팀이 지역사회건강조사(질병관리본부, 2011년) 자료를 바탕으로 65세 이상 노인 4만 3367명을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고위험군 노인의 낙상 위험이 그렇지 않은 이보다 1.54배 더 높았다.

아울러 우울증(1.47배), 뇌졸중(1.44배), 백내장(1.27배), 골다공증(1.24배), 요실금(1.22배), 당뇨병(1.14배) 등이 낙상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었다. 단 흡연, 음주, 신체 활동, 이상지질혈증, 주거 형태, 교육 정도, 경제력 등은 노인 낙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신 교수는 "이 외에도 배우자가 없는 노인의 낙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홀로 사는 노인이 고립감ㆍ고독감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것과 관련이 있다"면서 "노부모가 심하게 우울해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껴지면 낙상 예방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별도구·위험요인 따라 중재요법 달리 적용해야

낙상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낙상 위험군 노인을 파악하고 예방 선별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낙상에 대한 병력 청취 결과를 참고해 낙상 위험 요인에 따른 적절한 중재요법을 적용하면 위험을 그만큼 최소화할 수 있다.

선별도구에는 낙상의 선별검사와 다요인적(Multifactorial) 낙상평가 총 2가지가 있다.

선별검사는 모든 65세 이상 노인의 낙상과 관련해 "지난 1년간 넘어진 적이 있습니까?", "넘어진 적이 있다면 그 횟수와 넘어질 당시의 주위 상황은 어떠했습니까?", "걷는 것과 균형 잡는 것에 불편감을 가지고 있습니까?" 등의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노인 가운데 △지난 1년간 2차례 이상 낙상이 있었던 경우 △걷는 것과 균형 잡는 것에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 △낙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했거나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경우에는 선별검사가 아닌 다요인적(multifactorial) 낙상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지난 1년간 1회만 낙상이 있었다면 보행과 균형에 대한 평가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

다요인적 평가는 △병력청취 △신체검사 △기능적 검사로 나눠 체계적으로 시행되는데, 병력청취를 통해 낙상병력과 약물복용, 관련된 위험요인 등을 먼저 분석한다. 낙상병력을 기록할 때에는 낙상 시 주의 상황, 횟수, 증상, 손상여부, 기타 초래된 결과 등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한다.

병력기록을 끝낸 후에는 노인이 처방받은 모든 약과 자가 복용약의 용량을 파악하고, 급만성 질환 등의 위험 요인을 체크해야 한다. 특히 현재 어떤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복용 중인 약물이 낙상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예일대학 Mary Tinetti 교수팀은 JAMA Internal Medicine 2월 24일자에 게재된 연구결과를 통해 "혈압약을 복용하는 노인은 낙상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연구팀이 70살 이상 노인 50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혈압약 복용군은 비복용군에 비해 낙상으로 크게 다칠 위험도가 30~40% 높았다. 이에 Tinetti 교수는 "어지러움, 심한 피로감, 침침한 눈 등 혈압약의 부작용이 낙상의 위험을 높인다"고 추정했다.

병력청취와 신체검사도 함께 이뤄지는데 보행, 균형, 신체적 활동 기능 정도 등을 평가하고, 신경학적 기능과 인지기능, 하지기능, 대뇌피질 검사와 근력, 심혈관 상태, 시력검사 등을 순차적으로 행한다. 마지막으로 기능적 검사를 실시해 보조기구 사용능력을 포함한 일상생활활동(ADL/IADL)과 본인이 느끼는 기능 상태 및 낙상에 대한 두려움을 평가하게 된다.

즉 낙상병력과 약물복용, 급만성 질환 등의 관련된 위험요인을 모두 파악한 후 신체검사, 신경학적 기능, 근력, 인지기능, 심혈관 상태검사, 시력검사 등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낙상 예방에 효과적인 다요인적 중재요법과 단일 중재요법을 단독 또는 병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일 중재요법에는 △운동 △약물 투약의 최소화 및 시력저하에 대한 관리 △집안 환경 등의 적극적인 개선 △기립성 저혈압 환자 관리 △심박동수 및 리듬 이상 환자 관리 △발 관리와 적절한 신발 처방 △보조 도구 △비타민 D 투여 △낙상에 대한 교육 및 지식 전달 등이 있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도훈 교수는 예방 선별검사와 중재요법도 물론 중요하지만 낙상에 대한 관심과 상세한 병력청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낙상은 노인 증후군의 하나로 여겨지고 신체 위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원인 및 위험인자를 찾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병력청취를 비롯한 선별검사, 중재요법을 병행하면 낙상의 위험이 감소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거주 노인과 달리 장기요양시설 노인의 경우 그 효과가 미미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