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환자 상태, 모니터링 과정에 따라 판결 뒤바뀔수도...환자안전 최선 다해야

故 신해철 사망사건 이후 의료분쟁에 대해 '강제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악의적인 민원이나 일반적인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 등을 이유로 의사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론이 악화된 상태이므로 통과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

그렇다면 의료분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외과의사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다양한 분쟁 사례를 검토한 결과, 응급환자를 대하는 대처법을 미리 익히고, 전원한 환자여도 환자상태를 다시 살펴야 하며, 환자 진료기록부를 꼼꼼이 작성하는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0여년간 추적관찰에도 암 발견 못한 경우, 영상의vs외과 누구의 책임?

10여년간의 추적관찰에도 암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책임인지, 주치의인 외과 전문의의 책임인지 불분명하다.

실제 45세 여성환자는 유방의 다발성 양성종양으로 10년간 꾸준히 추적검사를 받아왔다. 개인의원에서는 초음파로 지속적인 추적관찰을 하면서 양성임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암 발병 3기 때서야 암을 진단했고, 이후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전원해 항암화학요법 등 보조치료를 받았으나 수술 후 1년만에 숨졌다. 해당환자 보호자는 추적검사를 담당한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 유방암 초음파 총생검.(사진=국립암센터)

법원에서는 추적검사시 간과한 사안이 무엇인지, 또한 진단 6개월을 당겼다면 남은 기대여명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했다. 또한 검사한 의사와 진료한 의사 중 책임소재는 어느 정도 인지를 따졌다.

법무법인 로앰 이동필 변호사는 "이때 외과 보다 영상의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신뢰의 원칙이 작용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상전문의에 의해 양성으로 판단됐더라도 외과에서는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촉진을 통해 이상소견이 의심될 경우에는 다시 검사를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초음파 등 필수검사나 권장되는 검사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의사가 모두 과실로 떠앉게 된다"면서 "초음파의 경우 의사의 테크닉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나므로, 그때 당시의 영상검사 결과를 다른의사들이 리뷰토록 해서 의심소견이 보인다면 과실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심을 할 수 없고, 다른 의사들이 리뷰하더라도 양성으로 보이는 경우라면 의사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부연했다.

실제 이러한 환자를 볼 때 만약 전형적인 양성소견이라면, 과잉검사의 우를 범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기록을 자세히 해서 추후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모두 추후 의사 측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항변을 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잘못된 검사 결과로 다른 병원에서 수술할 경우, 전원 전vs후 병원 어느 쪽 책임?

잘못된 검사로 인해 잘못된 수술을 한 경우, 검사에 소홀한 병원이 문제인지 아니면 수술 전 검사 결과에 대해 신중하게 확인하지 않은 병원이 문제인지 아리송하다.

A대학병원에서 MALTOMA(위 점막 림프종)로 진단을 받고 전원해 B병원에서복강경 위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이후 C병원에서 최종 병리를 진단한 결과 신경초종(shwannoma)인 것으로 알게 됐다.

▲ 조직검사 과정.(사진=대한폐암학회)

환자는 이에 대해 A병원은 오진을 했고, B병원에서는 적정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수술 중 담낭이 절제되고 십이지장이 2cm 절제된 것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소송을 걸었다.

이에 법원에서는 MALTOMA 진단시 위 절제 치료방법이 맞는지, 그리고 신경초종 판별이 현대의학상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또한 B병원에서 별도의 조직검사 없이 수술을 진행한 것과 신경초종에서 위를 60% 절제, 담낭과 십이지장을 훼손한 데 따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사례는 드물지만, 전원 시 진단확인에 따른 오류는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전원 후라도 전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마치고 왔을 때 새롭게 진단하면 과잉진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난감하긴 하다. 진단기준 위반시 과실로 인정되기 때문에 주의하면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른 병원 진단 확인한 것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지, 또 환자에게 전 병원 검사가 다른 진단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는지 등이 판결의 요점이 된다"면서 "유착박리 중 손상이 발생해 담낭이 절제될 수 있다는 부분을 수술 전에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도 판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조직검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 변호사는 "예전에 세브란스병원에서 조직 검사 후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된 환자가 있었는데, 세브란스에서 조직 검체가 바뀐 채 잘못된 검사 결과가 그대로 넘어갔다"며 "서울대에서는 이 검사 결과를 믿고 그대로 수술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1심에서는 서울대병원에 책임이 없다고, 2심에서는 서울대병원에 책임이 있다고, 이후 대법원은 다시 아니라고 뒤집혔다.

이 변호사는 "원래 서울대병원에서 응급을 다투는 시술이 아니고 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원을 한 부분을 감안해서 조직재검사까지 아니어도 정확한 리뷰를 진행해야 했다. 즉 책임이 있긴 하다"면서 "다만 이미 세브란스에서 조직검체가 바뀌었음으로 자세한 리뷰를 하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것으로 판단돼 서울대에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추후 발생한 부작용으로 사망...수술 집도의vs당직 전공의 어느 쪽 잘못이 큰가?

외과전문의사가 수술을 잘 끝마쳤다고 해도 추후 부작용이나 출혈에 대해 상세히 살피지 않으면 의료분쟁으로 갈 수 있다.

D병원 응급실에서 만성 신부전을 앓고 있는 66세 여성환자가 위궤양에 천공이 발생했다. 혈액 투석 후 복강경으로 위 절제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 의식이 명료치 않아 뇌CT를 활영했고, 혈압이 계속 낮아졌다.

실제 출혈향이 7000ml에 달할 정도로 다량의 혈성배액이 지속됐고, 수혈을 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환자 보호자는 재개복 등 수술 후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망했다고 보고, 사체 부검을 한 결과 장기 뒤 쪽에 미세혈관의 출혈이 발견했다. 법원에서는 수술 의사에게는 생존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는지, 의사과실과 사망의 인과관계는 어떤지, 이어 당직을 섰던 의사에게는 출혈에도 개복하지 않은 이유를 질의했다.

 

이때 요점은 전공의 처치만 기록됐고, 7000cc 이상의 출혈이 진행될때까지 혈관을 막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점으로 꼽았다. 즉 수술 후 지혈치료의 부재한 점이 과실유무를 따지는 핵심이었다.

또한 위궤양 천공환자에서 위암수술에 준하는 확대수술을 할 경우 치료의 효용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판단의 주요 부분이 됐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합리적인 판단의 범위가 관건이다. 의학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수술하다 사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있다면 개복술을 진행하지 않은 것을 인정해주지만, 그 반대인 경우 즉 모든 의사가 봤을 때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환자라면 과실로 판단된다"고 했다.

가톨릭의대 외과 전형민 교수도 "CT를 찍고, 밤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게다가 재수술이 어려운 위독한 환자였다"면서 "그럼에도 환자상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전문의와 전공의와 같이 환자를 살펴야 했다. 또 환자에게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며 의사의 과실있음을 견지했다.


◇유방암과 관련한 의학용어 해석 오류로 '과잉진료'를 했다면?

처음 개인의원을 내원한 36세 여성환자는 Papilary intraductal carcinoma로 진단을 받고, 2차병원으로 전원 후 수술을 받은 다음 2차례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했다. 이후 탈모, 구토, 소화불량 등 부작용으로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 병원에서 '과잉진료'를 한 사실이 확인돼 수술 담당의를 제소한 사례가 있다.

법원에서는 관상피내암에 대한 용어해석 오류 부분과 불필요한 진료로 인해 환자에게 위해가 갔는지 여부를 물었다. 또한 진료시 사용되는 용어의 해석과 그에 따른 진료기준, 그리고 상피내암과 침윤암치료의 차이, 과잉진료에 대한 책임 여부를 따졌다.

 

이 변호사는 "과실이 분명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과실에 따른 피해만 인정, 보상토록 하고 있다"면서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과 비용에 대한 부분만 배상하면 되는데, 이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언급했다.

중앙의대 지경천 교수는 "개인 의원에서 검사할 경우 전문화되지 않거나 경험이 적은 의사일 때 많은 오류가 있다. 게다가 맘모기계가 암을 치밀유방으로 잡아내는 문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료기록부 판결에 획을 그은 '사모님 사건'을 근거로, 외과 의사는 물론 모든 의사들이 '진료기록부'의 상세히 그리고 거짓 없이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모님 사건은 여대생 살인교사를 한 69세 모 회장 부인이 무기징역을 받았으나, 형집행정지 신청을 위해 진단서 발급을 요청한 사례다. 이때 S병원에서는 허위로 진단서를 꾸려 회장 부인의 현집행정지를 도왔고, 결국 거짓임이 들통나면서 해당 의사가 원심에서 징역 8월,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받았다.

이 변호사는 "진료기록부를 제대로 작성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였다. 진료기록은 심사에서 문제가 생겨 심평원에 이의신청을 할 때는 물론, 추후 의료분쟁시 증거가 될 수도 있다"면서 "최대한 환자의 상태를 기록하고,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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