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분과전문의 인증 어려움... 전문성, 학회 홍보 등 활로 모색

 

30년 전통을 가진 대한혈관외과학회가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간담췌외과, 대장항문외과. 위장관외과, 소아외과, 유방질환외과가 세부전문의 인증을 받았지만 혈관외과학회는 두 번이나 인증에서 탈락하는 등 학회의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부터 외과학회 세부전문의 위원회 활동을 해온 혈관외과학회는 1차 세부전문의제도 인증에서 떨어졌고, 2차 세부·분과전문의제도 인증에서도 쓴잔을 마셔야 했다.

전문화된 연구와 진료를 위해 대한의학회가 운영하던 세부전문의제도는 올해 세부·분과전문의제도로 변경됐다. 기존의 세부전문의제도가 각 학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질하면서 인증절차의 문제점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세부·분과전문의제도는 세부전문의는 2개과 이상의 학회가 모여 전문과목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고, 분과전문의제도는 해당 학회에서 운용을 책임지고 각 학회의 자율로 분과전문의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의학회가 인정하는 세부·분과전문의제도를 인증받으려면 의학회 소속 학회 대표자가 참여하는 인증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녹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과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몇 개 진료과만 반대 목소리를 내면 통과가 어려운 것이다. 혈관외과학회도 같은 경우라 할 수 있다.

권오정 혈관외과학회 기획위원장(한양대병원 외과)은 흉부외과나 심장내과 등 일부 학회와 전문과목이 겹치기 때문에 인증이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권 위원장은 “26개 전문학회가 모이는 대한의학회 인증위원회 2/3개 학회가 찬성해야 하는데 몇 개과만 반대 의견을 제시해도 세부전문의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유방외과가 유방질환외과라는 어처구니없는 이름으로 세부전문의 인증을 받은 것만 봐도 의학회가 운영하는 이 제도가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혈관외과학회는 세부·전문의 인증 필요한 상황

각 학회 간의 헤게모니 싸움의 일종으로 변질되는 세부·전문의제도를 비판하면서 혈관외과학회가 이 제도에 공을 이유는 지금 이대로 가다면 학회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흉부외과를 비롯한 심장내과가 심장의 혈관치료를 시작했고, 심지어 신경외과에서까지 뇌혈관치료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주장하면서 혈관외과 의사들이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상황인 것이다.

권 위원장은 “간담췌외과, 대장항문외과 등 외과 대부분 진료과목이 세부전문의로 인증을 받았다. 전공의들이 지원을 안 하면 학회의 존폐가 위험할 수 있다”며 “혈관외과학회 전체 회원은 약 830명으로 주로 활동하는 사람은 250명 정도이다. 이들이 87개 수련병원에서 전문과목으로 진료하고 있음에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위기감 속에서도 혈관외과학회는 학회의 경쟁력을 갖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혈관외과학회의 내실을 다지면서 세부전문의 인증을 받겠다는 의지다.

권 위원장은 “혈관외과학회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긴급하다. 혈관질환 분야에 복잡한 경쟁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혈관외과학회의 전문성을 지켜야 한다”며 “다른 과의 전문의와 다른 점이 없다면 독립된 전문성을 주장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우선 혈관질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또 “건강보험 분야에서 불이익을 받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회원들이 학회를 중심으로 보험 분야를 연구해 혈관외과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혈관외과학회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는 외과학회 안에서의 분과전문의제도를 추진하는 것이다. 외과학회 안에서 분과전문의 제도를 운영하면서 전문성을 키워가면서 세부전문의제도를 꿈꾼다는 구상이다.

권 위원장은 “학회 안에서 분과전문의제도를 추진하면서 혈관외과에서 학술활동을 통한 인정의제도를 실시하고, 세부전문의제도를 위해 타 유사분야의 학회와 제도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 홈페이지 등 온라인 홍보 강화 예정

혈관외과학회의 또 다른 고민은 혈관외과학회에 관한 내·외적인 홍보다. 지난달 열린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정구용 홍보섭외 위원장(이화의대 외과)은 혈관질환에 관한 내부홍보와 대국민 홍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내부적으로는 병원 내에서 혈관외과 분야 홍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혈관외과학회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혈관질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학술정보나 신기술 공유 등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혈관외과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학술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회지 위상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국민 홍보도 계획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혈관외과학회는 네이버와 다음에 ‘혈관’이란 키워드로 검색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정 위원장은 학회 홈페이지에 국민들이 접속해 혈관질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강화하고, 온라인 홍보를 통해 혈관질환을 더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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