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15년 4월 5일까지
블루스퀘어 극장에서
10년간 늘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 관객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사실상 대형뮤지컬을 한국에 자리잡게 한 라이센스 뮤지컬이 있다. 오리지널 작품이 올려진 브로드웨이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성공한 바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다.
이제 스크린에서 더 많이 알려진 조승우와 뮤지컬 배우의 자존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류정한 지킬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연일 매진사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한국 관객에게는 뮤지컬 넘버의 전형과도 같다. CF나 결혼식 축가로 자주 등장하는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서 여러 넘버들이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면서 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부분을 같이 가지고 있어서 기억에 콕 박히는 것이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무기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 중 유독 이 작품이 한국에서 성공한 요인은 극서 찾을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소설 지킬앤하이드가 뮤지컬을 만나면서 지킬과 하이드의 양면성을 한 명의 주연배우가 소화하기 때문에 글로 줄 수 없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지킬의 실험과 하이드의 탄생, 지킬의 약혼녀 엠마 그리고 지킬과 하이드의 사랑을 받는 루시 등 각 씬마다 이야기가 넘쳐나고 결말을 향해 순차적으로 배열되기 때문에 쉽고 또 짜임새가 있다. 비극의 요소가 강해서 진지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지킬과 하이드의 교차. 가장 논리적이고 또 가장 착하고 순수한 지킬 박사는 내면의 악 하이드를 깨운다. 하이드는 점점 강해지고 락에 가까운 하이드의 넘버들은 앞 열 관객이 오금을 저릴 정도로 무섭고 또 잔인하다. 실제로 첫 변신이 이뤄지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의 탄성이 실제로 들릴 정도로 멋지다. 1막 마지막에 Alive2에서는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하이드의 으름장과 천둥소리가 객석을 흔든다.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에 흥분된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도 이 작품의 트레이드마크.
2막으로 들어가면 한층 더 강해진 하이드는 점점 잔인해지고 지킬은 루시가 위험하다고 느끼며 피신을 시키려 하지만 하이드는 그런 루시를 죽인다. 지킬의 관심을 받은 것 만으로도 행복해하는 루시가 런던을 빠져나가기 전에 부르는 새로운 시작은 뮤지컬 여자 넘버 중 가장 매력적인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이드가 루시를 죽이고 다시 정신이 든 지킬은 아버지의 초상화 앞에서 하이드와 대면한다.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Confrontation’이다. 실제 이 장면에서는 조명과 분장으로 한 곡의 노래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오고 간다. 이 넘버를 소화할 수 있다면 당대 최고의 주연배우로 자리 매김이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곡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이 곡을 위해서 백스테이지에 산소호흡기를 두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역대 가장 훌륭했던 조승우와 류정한 지킬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또한 루시역에 쏘냐도 초연부터 출연 중인데 가장 노련하게 넘버와 연기를 소화한다는 점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캐스트. 주연배우들의 연기와 넘버는 여러 장면 전환에서 쏟아지는 주조연 앙상블의 합창에서 더 빛을 발한다. 조연들이 대부분 1인 2역을 소화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매력포인트다.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이사회의 멤버들은 겁탈을 일삼고 또 다른 장면에서 술집 마담으로 포주로 또 지킬의 집사로 분한다. 모두 인간의 선과 악, 이기심과 자비 그리고 기대고 싶은 마음과 독립심 등 내면의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직 한 번도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이번 시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작품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2015년 4월 5일까지 블루스퀘어 극장에서 공연된다. 몇몇 장면 때문에 중학생 이상 관람을 추천한다. 티켓을 구하기 어렵겠지만 기왕이면 조승우, 류정한 회차 관람을 추천하고 1층 혹은 2층 7열 이내에서 보기에 무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