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집중치료, 장기 심혈관사건 개선 혜택

 

스타틴을 통한 지질치료에서도 심혈관 합병증 및 사망과 관련한 장기적인 혜택, 즉 레거시효과(legacy effects)가 발휘될 수 있을까? 답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쪽으로 기운다. 아토르바스타틴을 통해 초기 집중지질치료의 장기적인 심혈관사건 개선 혜택을 입증한 ASCOT-LLA와 ASCOT-LLA-11 연구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ASCOT-LLA-11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에서 초기부터 아토르바스타틴 치료를 적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사망률 감소 혜택이 개선·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초기의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통해 미세혈관 및 대혈관 합병증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던 당뇨병 환자에서의 레거시효과가 스타틴을 통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도 관찰됐다는데 힘을 실고 있다.

ASCOT-LLA 3년
ASCOT-LLA 연구의 11년 관찰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배경설명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ASCOT-LLA 연구의 11년 여정을 따라가 보자. ASCOT-LLA 연구는 항고혈압제 요법의 심혈관사건 혜택을 검증키 위한 ASCOT-BPLA에서 기저시점의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6.5mmol/L(250mg/dL) 이하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과 위약을 비교했다. 총 1만 9342명이 ASCOT-BPLA를 위해 칼슘길항제 + 이뇨제 또는 칼슘길항제 + ACE억제제군으로 배정됐으며, 이 가운데 1만 305명이 아토르바스타틴(10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았다.

ASCOT-LLA 연구는 관찰 3.3년(중앙값) 시점에서 아토르바스타틴군의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치명적 관상동맥심질환(1차 종료점 복합빈도)이 위약군에 비해 36% 유의하게 감소하면서 조기종료됐다. 뇌졸중 역시 27% 의미있게 감소했다.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원인의 사망은 각각 13%와 10%씩 줄었으나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다(Lancet 2003;361:1149-1158).

ASCOT-LLA 5년
ASCOT-LLA 연구는 1차 종료점 목표를 충분히 만족시키며 조기종료됐지만, 사망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지속적인 관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연구팀은 ASCOT-LLA는 끝났지만 스타틴과 위약군 모두에게 아토르바스타틴 치료를 제안하고 ASCOT-BPLA가 종료될 때까지 관찰을 확대하기로 했다. ASCOT-BPLA는 ASCOT-LLA가 종료된 후 2.2년(중앙값)이 더 지난 시점에서 막을 내렸다. 2.2년 확대관찰 기간에 치료약의 크로스 오버(cross-over)를 실시한 결과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스타틴을 투여받은 환자는 84%(아토르바스타틴 83%, 여타 스타틴 1%)에서 67%(아토르바스타틴 63%, 여타 스타틴 4%)로 감소했다.

반면, 위약군은 13%(아토르바스타틴 8%, 여타 스타틴 5%)에서 63%(아토르바스타틴 56%, 여타 스타틴 7%)로 스타틴 사용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아토르바스타틴군의 총콜레스테롤이 4.31mmol/L까지 높아지고 위약군은 4.36mmol/L까지 감소하며 확대관찰 기간 동안 양 그룹 사이의 콜레스테롤 차이가 거의 소실됐다.

이상을 놓고 본다면 애초에 아토르바스타틴군으로 배정된 환자들의 심혈관사건 아웃컴이 총 5.5년(3.3년 + 2.2년) 시점에서는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ASCOT-BPLA 종료시점에서 아토르바스타틴군의 1차 종료점 상대위험도는 위약군에 비해 여전히 36%로 낮게 유지됐다. 더불어 ASCOT-LLA 종료시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던 사망률의 차이(13%)까지도 확대관찰에서는 15% 유의한 감소로 귀결됐다. 3.3년과 5.5년의 아웃컴(심혈관사건) 관찰결과는 1·2차 종료점 거의 모두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Eur Heart J 2008;29:499-508).

ASCOT-LLA 11년
영국 런던왕립대학의 Peter S. Sever 교수팀은 이 같은 결과에 근거해 ASCOT-LLA에 참여했던 영국 환자들(4605명)만을 대상으로 조기종료 후 8년 시점까지 총 11년 간의 심혈관사건 아웃컴 변화를 관찰했다. 즉, ASCOT-LLA 종료시점 2.2년 → ASCOT-BPLA 종료시점 5.5년 → 최종관찰 종료시점 11년에서 아토르바스타틴군과 위약군 각각의 사망률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ASCOT-LLA-11 결과였다<표 1>.

 

전체 사망률
우선 아토르바스타틴군의 전체 사망률 상대위험도 감소효과를 종료시점 별로 보면, 8%(P=0.60) → 15%(P=0.02) →14%(P=0.02)로 나타났다. ASCOT-LLA 종료시점에서 위약군 대비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사망률이 시험군·대조군 모두 스타틴 치료를 받은 ASCOT-BPLA 종료시점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최종 11년 시점에서도 유의한 차이는 유지됐다. 이는 영국만이 아닌 전체 ASCOT-LLA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5.5년 관찰결과와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감염·호흡기 사망
비심혈관 원인의 사망 역시 1%(P=0.94) → 18%(P=0.02) → 15%(P=0.03)의 변화를 보여 장기적으로 볼 때 스타틴 치료가 유의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호흡기 원인의 사망(49% P=0.34 → 34% P=0.06 →36% P=0.04)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암으로 인한 사망은 세 기간 모두에서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나, 적어도 스타틴 치료가 암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확인했다(Eur Heart J 2011;32:2525-2532).

Legacy effects
Sever 교수는 ASCOT-LLA-11 결과에 대해 “애초에 아토르바스타틴에 배정돼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에서 사망률과 관련한 스타틴의 장기적인 레거시효과가 발휘됐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레거시효과는 적극적인 혈당치료의 효과를 검증한 UKPDS 연구에서 이미 언급된 바 있다. 신규 당뇨병 환자에서 적극적인 혈당조절의 합병증 예방효과를 검증한 UKPDS 연구에서는 유의한 미세혈관합병증 감소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연구가 종료된 후 또 다시 10년을 연장해 관찰을 실시한 결과(UKPDS-10), 시험군과 대조군의 당화혈색소(A1C) 차이가 소실된 후에도 미세혈관합병증 감소효과가 유지되는 것은 물론 심혈관 합병증 역시 유의한 감소로 귀결된 것이다<표 2>.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장기적인 합병증 혜택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라며, 초기 혈당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레거시효과 개념을 적용했다.

 

ASCOT-LLA-11 결과 역시 본래 연구의 조기종료 후 치료약의 크로스오버를 거치며 계속된 관찰에서 시험군과 대조군의 콜레스테롤 차이가 소실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웃컴이 장기간 개선되거나 유지되며 UKPDS-10과 같은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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