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봉수 연세의대 교수 / 세브란스병원 내과

근래 들어 ‘고지혈증’이라는 말보다는 ‘이상지혈증’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게 된다. 이상지혈증은 죽상동맥경화증을 촉진하는, 매우 나쁜 상태인 ‘atherogenic dyslipidemia’를 일컫는다. 혈액검사에서 중성지방치의 증가와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HDL-C)치의 감소, (농도와 무관하게) 작고 단단(small-dense)해서 나쁜(more atherogenic) 형태의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C)이 많아진 상태를 모두 포함한 용어다. 이 세가지 지질 이상은 모두 인슐린 저항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지질이상과 관련해 치료가 필요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까?

1) LDL-C가 높은데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이 없으면서 중성지방과 HDL-C가 정상인 경우: 순수한 콜레스테롤 대사장애로 LDL-C가 증가한 경우에 해당하며, 치료제는 스타틴이다. 물론 생활습관의 교정도 중요하나 약물치료만으로도 거의 대부분 효과적으로 조절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 경우는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과의 연관성보다는 그 사람의 유전적 배경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섭취를 굳이 제한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2) LDL-C가 높은데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이 있고 중성지방과 HDL-C가 정상 범위인 경우: 이 경우 역시 스타틴을 사용해야 한다.

3) LDL-C는 정상 범위인데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이 있고 중성지방이 높고 HDL-C가 낮은 경우: 이 때 LDL-C가 정상범위에 있다고 하지만 당뇨병이 없는 경우에 비해 훨씬 더 나쁜 성상(smaller and denser)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우선 사용을 고려할 치료제로는 스타틴이 정답이다. 이와 동시에 이상지질혈증의 원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생각할 때 생활습관의 교정(체중 조절, 운동량 증가 등)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4) LDL-C가 높고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이 있으면서 중성지방이 높고 HDL-C가 낮은 경우: 이 경우에 처음 처방해야 하는 약제는 역시 스타틴이다. 이 경우는 LDL-C에 의한 문제와 이상지혈증의 상태가 동반돼 있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훨씬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LDL-C의 목표치료 기준을 잘 고려해야 하며,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추가적인 약제 처방도 고려해야 한다.

위 4번의 경우 추가할 수 있는 약제에 대해서 정답은 없다. 하지만 fibrate계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약제의 기전은 PPAR-α 촉진제이다. PPAR-α는 간이나 근육에서 지방산 산화를 촉진해 인슐린 감수성을 회복하게 작용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fibrate계 약제는 단순히 중성지방치를 떨어 뜨리고 HDL-C 수치를 높일 목적만으로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죽상동맥경화증에 나쁜(atherogenic dyslipidemia)의 뿌리에는 ‘인슐린 저항성’이 작용하고 있다.

즉, fibrate 약제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비롯된 이상지질혈증 상태를 (지방산 산화를 촉진하는 기전을 통해) 개선시킬 수 있는 약제인 셈이다. 지질이상으로 인한 혈관질환 발생에는 많은 부분이 LDL-C를 매개한다. 따라서 스타틴은 앞으로도 (부작용에 대한 문제만 없다면) 더욱 많은 환자들에 처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인슐린 저항성을 가진 당뇨병, 대사증후군 및 비만환자에서 추가적인 지질개선을 위해 철저한 생활습관의 관리와 함께 fibrate 약제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대혈관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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