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역학 및 치료지침 초안

 

한국형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국민들의 유병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요약본에서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역학을 다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침 요약본에 따르면, 심뇌혈관질환은 여전히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이다. 2012년 관상동맥질환 사망률은 남성이 10만명 당 31명, 여성은 27명에 달한다.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남·여가 각각 10만명 당 49명과 53명으로 더 높다. 여전히 높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은 근래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지침의 설명이다.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1990년대 이후로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관상동맥질환 사망률 역시 연령증가 효과를 제거하면 최근 소폭 감소하기 시작했다.

반면 심뇌혈관질환 유병률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뇌졸중 유병률은 3% 전후에 머물고 있으며, 관상동맥질환은 1998년에는 1% 미만이었던 것이 2010년에는 2.5%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편 지침에서는 우리나라의 고혈압 유병률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으며 흡연율도 정체되고 있는 반면에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은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관상동맥질환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침에 인용된 Korean Heart Study (KHS) 결과에 따르면, 심뇌혈관질환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는 남자의 경우 고혈압·흡연·이상지질혈증으로 확인됐고 이 3가지 위험인자를 막으면 심뇌혈관질환을 60%까지 예방할 수 있었다. 여자의 경우는 심뇌혈관질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가 고혈압이었으며, 이외에도 이상지질혈증·당뇨병·흡연 순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유병률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에서 고콜레스테롤혈증은 2005년 7.2%였던 것이 2012년에는 12.2%로 상승했다. 고중성지방혈증은 22.9%에서 21.1%로 큰 변화가 없다. 여성의 경우는 고콜레스테롤혈증(8.4% → 16.4%)과 고중성지방혈증(10.2% → 12.5%) 모두 유병률이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고중성지방혈증의 유병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반면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자 중 지질을 목표치까지 치료하는 조절률은 27%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한편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를 이상지질혈증으로 규정할 경우, 우리나라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예방보다 훨씬 높아질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의대 임 수 교수가 최근 12년 정도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60% 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포의 3중주
높은 LDL 콜레스테롤(LDL-C), 높은 중성지방(TG), 낮은 HDL 콜레스테롤(HDL-C)은 이상지질혈증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인자들이다. 혹자는 이들을 두고 ‘공포의 3중주’라 부른다. 이들이 동시에 발현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은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으로 불리며, 이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매우 높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역학연구 결과들을 보면, 상당수의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병태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14%, 고중성지방혈증은 17%,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은 26%로 TG나 HDL-C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렇다고 LDL-C를 간과할 수도 없는 처지다. 높은 LDL-C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가장 핵심적인 인자이자, 최근 들어 한국인에서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식생활 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육류 중심의 식이로 인해 LDL-C 수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서울의대 임 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의 분석에 따르면, 전통적 양상이 계속 유지되는 상태에서 LDL-C 수치도 서양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지난 4년간 LDL-C 수치가 35%나 증가했다.

과거 한국의 전통적인 식이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아 TG가 늘고, 이것이 HDL-C를 낮추고 small dense LDL 수치를 높이는 악순환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LDL-C의 수치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공포의 3중주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임 교수는 높은 LDL-C와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등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생활요법과 동시에 초기에 스타틴 집중요법을 적용하는 등 치료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TG나 낮은 HDL-C 병태와 관련해서도 타깃 환자군이나 용량 등을 적절히 설정해 충분한 지질조절 효과를 담보하도록 주문했다.

이제 높은 LDL-C, 높은 TG, 낮은 HDL-C 어느 것 하나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지질이상을 구성하는 주요 인자들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초기에 스타틴 집중요법을 적용하고, 스타틴의 파트너 약물을 통해 잔여 위험도(residual risk)를 커버하는 종합적인 치료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최근 공청회를 통해 새로운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의 초안을 발표했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임상특성과 관련 연구결과들을 반영한 개정판이다. 아직 최종본은 아니지만 새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의 주요 내용들을 요약해 소개한다.

이상지질혈증의 치료기준
지침은 이상지질혈증의 치료기준과 관련해 심혈관계 위험요인들의 유무를 판단해 위험도(초고위험군, 고위험군, 중등도위험군, 저위험군)에 따라 목표 LDL-C 농도를 차등설정했다. 지난 2009년의 2판 수정보완판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고위험군(관상동맥질환 또는 그에 상당하는 위험: 관상동맥질환, 경동맥질환, 말초혈관질환, 복부대동맥류, 당뇨병), 중등도위험군(주요 위험인자 2개 이상), 저위험군(주요 위험인자 없거나 1개)으로 분류했으나, 이번 지침에서는 초고위험군을 추가시켜 위험도 분류를 확대했다<그림>.

 

초고위험군
기존에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 허혈성 뇌졸중)를 초고위험군 환자로 따로 분류해, 심혈관질환 2차예방을 위해 LDL-C를 70mg/dL 미만 혹은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를 목표로 하도록 권고했다(Class I, Level A). 초고위험군의 경우 LDL-C 수치에 관계없이 모두가 약물치료의 대상이다. 지침은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한 경우 기저치의 LDL-C 농도와 상관없이 바로 스타틴을 투여하도록 권고했다(I, A).

고위험군
이전 치료지침에서 고위험군에 해당됐던 관상동맥질환에 상당하는 위험인자인 경동맥질환(경동맥 협착으로 인한 일과성 허혈발작, 50%가 넘는 협착), 복부대동맥류,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고위험군에 그대로 남겼다. 이들에게는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위해 LDL-C 수치가 100mg/dL 이상인 경우 약물치료를 권장했다(I/A). 지침은 특히 당뇨병 환자와 관련해 “스타틴 투여를 통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및 주요 심혈관계 위험이 감소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스타틴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2011 유럽심장학회(ESC)·동맥경화학회(EAS)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
“심혈관질환 기왕력, 제2형 당뇨병 또는 표적장기손상이 있는 제1형 당뇨병, 중등도~중증 만성신장질환, 10년내 동맥경화성 사건 발생 위험도(SCORE) 10% 이상 중 하나에 해당하는 초고위험군 환자에서 LDL-C 목표치는 70mg/dL 미만이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LDL-C를 기저수치의 50% 이상 감소시킨다.”

◇ 2013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
   지질 가이드라인
“40~75세 연령대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이 없으면서 LDL-C가 190mg/dL 미만에 70mg/dL 이상인 환자들에서는 당뇨병 유병자일 경우 10년내 ASCVD 발생위험이 7.5% 이상이면 고강도 스타틴 요법을, 7.5% 미만이면 중강도 스타틴 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등도위험군
중등도위험군은 기존 치료지침 내용을 유지해 LDL-C를 제외한 주요 위험인자가 2개 이상인 경우로 규정했으, LDL-C 농도 130mg/dL 이상인 경우 스타틴 치료를 시작하도록 했다(II/B). LDL-C를 제외한 주요 위험인자는 흡연, 고혈압, 낮은 HDL-C, 연령(남 45세 이상, 여 55세 이상), 관상동맥질환 조기발병 가족력 등이다.

저위험군
저위험군 역시 분류기준에 변화가 없었다. LDL-C를 제외한 주요 위험인자가 1개 이하인 경우이며, 이전 치료지침과 같이 LDL-C 농도 160mg/dL 이상인 경우 스타틴을 투약하도록 했다(II, B). LDL-C 목표치는 160mg/dL 미만이다.

스타틴
약물치료는 심혈관질환 위험도와 LDL-C 수치에 따라 적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침은 약물치료의 1차목표를 LDL-C를 목표수치 이하로 조절하는 것으로 명시했다(I/A). 여기에 non-HDL-C를 목표수치 이하로 조절하는 것을 2차목표로 삼았다(IIa/B).
고콜레스테롤혈증에서는 스타틴을 1차선택 약제로 내세운 가운데,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른 LDL-C 목표수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복약 가능한 최대용량을 사용하도록 했다(I/A).
스타틴에 불내약성을 보일 경우에는 에제티미브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답즙산결합수지 또는 니코틴산과 병용할 수 있도록 했다(IIa/B). 또 최대내약용량까지 스타틴을 사용해도 LDL-C 목표치 미만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스타틴과 병용해 니코틴산, 에제티미브, 담즙산결합수지를 병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IIb/C).

비스타틴계 약물
한편 새로운 지침은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 모두에서 스타틴과 함께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피브린산유도체는 “고중성지방에 투여할 수 있으며, LDL-C와 중성지방이 동시에 증가돼 있는 혼합형 이상지질혈증에서 다른 약제와 병용해 투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침은 “중성지방이 높고 HDL-C가 낮은 환자에서 피브린산유도체를 사용할 경우 심혈관 위험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니코틴산과 관련해서는 “모든 지질이상을 교정하기 때문에 모든 이상지질혈증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고콜레스테롤혈증에서는 스타틴 단독요법으로 치료되지 않을 경우 니코틴산을 병용할 수 있으며, 고중성지방혈증에서는 1차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제티미브는 1차성 혹은 가족성 고지혈증 환자에서 허용 가능한 최대용량의 스타틴을 사용했으나 목표수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하지 않는 경우 스타틴과 병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스타틴 불내성의 경우 단독 또는 피브린산유도체, 니코틴산, 담즙산수지와 병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오메가-3지방산은 LDL-C를 목표치까지 낮추고 생활습관 개선을 한 후, 타 약제로 중성지방이 조절되지 않을 때에 2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