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분분한 가운데, 국회는 법 제정·정부는 면허정지 검토

한 대학병원에서 음주상태의 의사가 환자 진료를 맡아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병원에서는 해당 의사를 파면하고 관련 보직자를 해임시켰다.

하지만 이를 보는 의사들의 반응은 분분하다. 주취자의 응급실 폭행에 대해서는 관대한 사회가 유독 의사에게만 부정적이라는 입장부터, 일부 의사들의 환자안전에 대한 무지가 공공연히 드러나면서 일반 의사들까지 음주자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비판의 눈초리까지 이어졌다.
 

 

최근 인천K병원 성형외과 1년차 전공의가 음주상태에서 3세 환아 턱봉합수술을 시행했다.

환아 보호자의 증언에 따르면, 전공의가 술에 취한 채 위생 장갑 없이 대충 상처를 꿰매 결국 다른 의사에 의해 재수술까지 받았고, 경찰에 신고해 확인한 결과 전공의의 음주가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면서 병원을 향한 비판이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K병원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전공의를 파면시켰고 관련 보직자 10여명도 해임키로 결정했다.

국회에서는 음주진료시 징역 5년 이하의 중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은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

이번 사태를 두고 의사사회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렸다.

A 전공의는 "분명 음주진료는 잘못이다. 하지만 해당 전공의가 의식이 있었고, 오랜 당직을 선 2년차 전공의를 배려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병원은 물론 정부, 국회에서 해당 전공의를 파면까지 이르게 하는 것보다는 선처하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B교수는 "예전에도 음주 진료는 종종 있었지만 전공의의 수련환경이 워낙 고되다보니 어느 정도는 묵인해줬다"며 "이번 사건 역시 큰 수술이 아니었고, 의사가 만취상태가 아닌 점을 감안했을 때 이렇게까지 문제시 되는 것은 의아하다"고 밝혔다.

특히 C개원의는 음주 진료 보다 주취자 난동이 환자들에게 더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응급실 주취자 난동은 환자 한 명이 아닌, 수십여명의 환자와 의사, 간호사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 유독 한국에서는 의사들에 대해서만 날이 서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음주 후 진료를 금지시키는 것을 이행하려면, 이와 동시에 취객이 응급실에 오면 해당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줘야 한다"며 "책임을 부여하려면 권리도 주어져야 공평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사들의 자정 노력 부족과 환자안전에 대한 책임의식 미비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의사들도 많았다.

국회에서 법안 발의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D교수는 "의사들이 애초에 음주진료에 대해 자정 노력을 했다면, 의사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입법이 발의되는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해당 전공의는 억울함만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의사이기 전에 누군가의 보호자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만약 자신의 아이에게 음주 상태에서 진료를 보려는 용인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의사협회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했다. E개원의는 "잘못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이는 한 전공의의 잘못만은 아니다"라며 "음주 진료는 한 두차례 발생한 일이 아니었다. 수년전부터 의사협회에서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둬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해당 전공의의 의사면허 정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인해 의료인의 품위가 손상되면, 복지부장관 재량에 의해 1년 범위 내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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