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전공의도 근로기준법 적용한 법원의 판단 환영"

최근 건양대병원 전공의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초과근로수당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전공의협의회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전공의 특별법 제정을 기다리기보다는, '근로기준법' 등 현행 법과 제도에 근거해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2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대전고등법원에서 1, 2심 모두 전공의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전공의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간 대부분 병원에서는 연장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무 등 당직에 대해 별도의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수련'이란 명목 아래 포괄적으로 임금을 지급해왔다.

건양대병원에서 10개월의 인턴을 받은 A 전공의는 이 같은 관행에 불합리적인 문제를 제시하며, 그간의 당직수당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 지급할 것을 주장하는 소를 제기했다.

대전지방법원은 1심에 이어 병원 측 항소심(2심)에서도 "병원에서 평일 당직 134일, 토요일 당직 30일, 휴일 당직 34일에 해당하는 금액인 총 3344만원의 추가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재판부는 "그동안 인턴의 야간 및 휴일 근무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병원의 인력 운용의 편의와 재정 부담 경감 등의 차원에서 실시된 관행일 뿐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 근거로서 유럽 국가의 전공의 주당근무가 48시간~52시간으로 제한한다는 점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해 주당 평균 80시간 근무 제한, 최대 연속 수련시간 36시간 제한 등이 논의되고 있고, 당직 수당은 관련 법령에 따라 당직 일수를 고려해 지급키로 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전공의들이 피교육자적인 지위를 갖고 있고, 수련병원이 전공의에 대한 교육과 수련으로 상당한 액수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음은 인정된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은 의료 분야의 전문성과 공익성 등 그 특수성에 따른 것으로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전공의들의 근로 제공 및 과소한 급여의 지급으로 보전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 계기고 추가근로수당 소송 잇따를 것...대전협 "소송 원한다면 돕겠다"

 

이번 판결에 대전협은 "현 의료계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는 매우 탁월한 법적 판단"이라며 "그간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이윤을 보전하던 관행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을 통해 앞으로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전담전문의)의 고용을 늘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근무수련환경 개선과 수련병원의 진료 정상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판결 외에도 지난 1998년, 2001년 역시 대법원에서 '전공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판례가 이미 존재하며, 대전협은 이러한 법적 근거들을 토대로 추후 대대적인 추가근로수당 소송을 예고했다.

대전협 측은 "문제의식을 가진 전공의들의 움직임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협회의 개입 없이도 일어날 것"이라면서 "이미 도처에서 열악한 수련 환경 시정을 요구하며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파업이 자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추가근로수당 소송도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만약 전공의들의 요청이 있다면, 대전협은 "전공의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집단 소송을 돕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수련병원들은 의료경영 전문가 집단으로서 주인 의식을 가지고 병원 진료 환경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별법 제정 기대하기 보다, '현행 법'으로 병원 관행 바로잡겠다는 의지 보여

특히 대전협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회에 논의 중이었던 전공의 특별법 추진에 기대기보다는 기존 법인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집행부에 이어 현 대전협 집행부에서 '전공의 특별법'에 관심을 두고, 수련환경개선이라는 기치 하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었다.

▲ 위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하지만 이번 판결과 전공의들의 분위기에 따라 굳이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현재의 근로기준법과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수련자격에 관한 규정만으로도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전협은 "표준근로계약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서부터 외국인노동자도 쓰는 것이다.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인 전공의도 이를 작성하는 것이 맞지만 병원들이 아주 기초적인 법부터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현실에서 새 법의 제정을 기다리기보다는 현재 법상에서의 전공의 보호가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법이 제정되기까지 어려움이 많다. 언제 신설된다는 보장도 없다"면서 "현재 있는 법이나 제도만으로도 전공의의 불합리한 수련환경 개선에 대해 지적할 수 있으므로, 당직비 소송이나 개선안 추진 모니터링 등을 통해 병원에 일침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에서 보았듯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근로에 대해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하며 여기에는 어떠한 편법적 예외도 인정될 수 없음이 자명해졌다"면서 "대전협은 앞으로도 전공의들의 근무수련환경 개선과 수련병원 진료 정상화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