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N 편하지만 오히려 '독'…의미 있는 액수 중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원장들은 골치 아픈 시기를 맞고 있다. 1년 동안 병원 경영을 잘한 병원은 인센티브를 어떻게 줘야 할지에 관한 행복한 고민이고, 그렇지 못한 병원 원장은 직원들에게 뭐라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전문가들은 인센티브를 지급할 때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생색내기용 인센티브는 주지 않는 것보다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의 저자인 미국 유리 그니지 교수가 실험한 내용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니지 교수는 50개 문항의 IQ 테스트를 하면서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을 4그룹으로 나눠 A 그룹은 '최선을 다할 것', B그룹은 정답 하나에 '3센트', C 그룹은 '30센트', D 그룹은 '90센트'를 지급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 결과 3센트를 보상한다는 B그룹이 아무것도 보상하지 않는 A그룹보다 성적이 저조했다. 이처럼 인센티브를 받는 사람에게 의미 있는 충분한 보상이 아니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는 김 모 원장은 "원장들이 인센티브를 계획할 때 꼭 주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잡아야 한다"며 "만일 중간에 목표 달성이 어렵다면 방법을 달리해서라도 인센티브를 주려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과 원칙이 없는 인센티브도 직원들의 불만을 살 가능성이 높고, 직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병원 내 평가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 외에도 연초에 인센티브를 약속한 후 연말에 지급하지 못해도 역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계획을 세울 때 인센티브 풀을 잘 설정하고 리스트 관리를 잘해야 한다. 또 인센티브는 모든 직원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직원들 사이의 갈등만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1/N 가장 많이 사용…"적절한 방법은 아냐"

직원이 많지 않은 개원가는 인센티브를 지급할 때 손쉬울까?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인원이 적어 성과관리제도 등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 없을 수 있지만 기본 원칙은 같다고 입을 모은다.
개원가 원장들이 선호하는 인센티브 지급 방법은 1/N이다. 일년 동안의 병원 성장률에서 원장이 몇 %를 떼어내 직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이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인센티브를 어떻게 줘야 할지를 고민하는 병원은 정말 운이 좋은 병원"이라며 "매년은 못 주지만 가끔 인센티브를 줄 때 복잡하지 않고 손쉬운 1/N을 사용한다. 직원들의 불평이 적고, 평가기준 등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병원 경영 전문가들은 1/N이 노력을 들이지 않고 생색을 낼 방법이지만 그만큼 효과도 크지 않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박병상 하나닥터스넷 대표는 "1/N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에 반대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인센티브를 받는 직원이 고마워하지 않고, 그로 인한 효과도 미미하다"며 "열심히 한 직원이나 그렇지 않은 직원이 모두 똑같이 받기 때문에 직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 본 경험이 있는 박형규 수원제일안과 원장도 1/N은 편하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모든 직원에게 연말 등 매번 같은 시기에 1/N로 인센티브를 주면 이를 인센티브가 아니라 월급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지급 시기를 연말 등으로 고정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인센티브는 그야말로 동기부여와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직원들이 생각지도 않았는데 인센티브를 지급해 놀라게 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며 "병원 수익이 증가했을 때 공지하지 않고 갑자기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아이가 아플 때나 입학했을 때 등 축하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직원들에게 1/N로 지급하는 방법과 팀별 인센티브를 혼합해 운용하는 방법도 눈길을 끈다. 개인 상여금으로 1/N 지급하고, 한 해 열심히 뛴 팀에게 인센티브를 별도로 지급해 팀 빌딩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노력상, 일취월장상, 미소상, 환자가 좋아하는 직원상 등 병원 내에서 이벤트를 만들어 연말에 상금을 주는 것도 인센티브를 효과적으로 지급하는 방법이다.

교육이나 장학금 인센티브 등도 효과적

서초구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는 김 모 원장은 의료경영에 깊은 지식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의료업에서의 인센티브는 진료과마다, 급여과와 비급여과 등이 모두 달라 효과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의료에서의 인센티브는 효과적이 않다는 것이 정설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최근 급여과 대부분은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며, 1/N보다는 병원의 특성을 살린 방법으로 인센티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병원은 하나의 인센티브 방법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을 다양하게 사용한다"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나, 개인보다는 팀별로, 이벤트 인센티브, 휴가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소병원은 인센티브 거의 없어

개원가와 달리 규모가 있는 중소병원 인센티브는 좀 더 복잡해진다. 성과관리제도가 있어야 하고, 이를 담당하는 팀도 있어야 한다. 또 성과금의 재원 규모는 얼마로 할지, 총 급여 중 인센티브 비중을 얼마로 할지, 최고-최저의 격차는 얼마로 할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성만석 엘리오앤컴퍼니 상무는 "성과급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좋고, 총 급여에서 성과급 비중은 25% 이상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최고-최저 성과급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모 병원 컨설팅 전문가는 "대부분 중소병원이 연말정산을 하고 여기에서 5% 정도 인센티브로 직원들에게 주거나 병원이 성장한 비율 일부를 직원들에게 정액으로 주기도 한다"며 "성과관리를 할 방법도, 담당직원도 없다. 또 많은 원장이 성과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을 채용하느니 그 비용으로 직원들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병원들은 성과관리제도조차 운용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의정부에서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간호과, 원무과, 총무과, CS팀 등으로 연초에 목표를 작성하고, 연말에 성과에 따라 팀별로 보상하려 노력은 한다"며 "제대로 직원들의 성과관리를 하려면 담당 직원이 있어야지만 중소병원에서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의료재단연합회와 중소병원 컨설팅을 하는 임배만 HM&컴퍼니 대표도 인센티브 지급을 고민하는 중소병원은 거의 없고, 성과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도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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