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K 이어 ROS1 재배열 비소세포폐암 환자서도 효과 입증

▲ 크리조티닙

역형성림프종키나아제(ALK)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게 처방되는 크리조티닙(상품명 잴코리)이 ROS1 재배열 환자에서도 유의한 효과를 나타내며 2연승의 쾌거를 이뤘다.

이로써 크리조티닙은 맞춤형치료전략(tailored personalized medicine)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폐암 분야에서 표적항암제로서의 자리매김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Alice T. Shaw 교수팀은 ROS1 재배열 비소세포폐암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크리조티닙 약물요법을 시행한 결과, 72%(36명)의 환자에서 종양 크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 중 3명은 완전반응(CR)을 보이며 종양이 완전히 소실됐고 33명은 부분반응(PR)에 해당했다.

ROS1 유전자변이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 정도에서 확인된다는 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진 않지만, ALK에 이어 크리조티닙이 높은 활성도를 나타내는 두 번째 분자유전자그룹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갖는 임상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9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됐던 유럽종양학회(ESMO) 2014 연례학술대회에서도 포스터 세션(1299P)을 통해 일부 결과가 공개됐고, 최근 NEJM 온·오프라인판을 통해 공식출판되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됐다(NEJM 2014;371:1963-1971).

 

72%에서 종양 크기 감소…6%는 완전 소실
서울대 김동완 교수, 국내 환자 포함 현재 2상임상 진행 중

연구팀은 크리조티닙 1상임상의 확장그룹으로 등록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 가운데 ROS1 유전자검사상 변이 양성으로 확인된 50명에게 크리조티닙 경구용 표준용량(250mg)을 1일 2회 투여하고 안전성, 약동학 및 치료반응을 평가했다.

이용 가능한 종양조직에 대해서는 차세대염기서열(NGS) 또는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기법을 이용해 ROS1 융합파트너(fusion partner)를 확인했다. 연구에 포함된 환자 대부분(84%)은 과거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 결과 크리조티닙은 높은 활성도를 보이며 CR, PR을 포함해 객관적종양반응률(ORR) 72%(95% CI, 58-84)를 기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종양반응을 보인 36명 중 23명(64%)에서 반응이 유지됐고, 반응지속기간(중앙값)이 17.6개월(95% CI, 14.5-not reached)로 내성 발생 또한 평균보다 늦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진행생존기간(PFS)은 19.2개월(중앙값)이었다(95% CI, 14.4-not reached).

안전성 프로파일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와 유사했는데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시각장애(82%), 설사(44%), 오심(40%) 및 말초부종(40%)이었고 대부분 1~2등급으로 경증에 해당했으며 전체 환자 중 1명만이 독성으로 인해 복약을 중단했다.

30개의 종양조직에 대해 분자 특성을 파악한 결과 새롭게 발견된 2개를 포함 7개의 서로 다른 ROS1 융합파트너가 확인됐지만 ROS1 재배열 유형과 크리조티닙에 대한 임상반응 사이에는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Shaw 교수는 "크리조티닙이 진행성 ROS1 재배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뚜렷한 항암효과를 나타냈다"며 "ROS1 재배열은 크리조티닙이 활성화 되는 비소세포폐암의 두 번째 분자 하위그룹으로 정의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조군이 없는 1상임상 결과임에도 크리조티닙이 표준치료요법과 비교해 기대이상의 성과를 나타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관련 사설을 작성한 텍사스의대 Kathyrn A. Gold 교수(미국 MD앤더슨암센터)는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의 반응률이 10%를 웃돌거나 그 이하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놀라운 효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폐암은 더이상 단일 질환군이 아니다. 분자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임상적 특성과 치료옵션을 갖는 다양한 하위그룹으로 나뉜다"며 "새로운 표적을 발견함과 동시에 비소세포폐암의 분자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김동완 교수

한편 ROS1 재배열 환자에 대한 이번 1상임상에는 국내 방영주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가 직접 공동연구자로 참여했으며, 지난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크리조티닙의 다국가 3상임상(NEJM 2013;368:2385-2394)을 주도했던 김동완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가 이후 2상임상을 맡았다.

김 교수는 "하나의 표적치료제가 한 가지 유전자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다른 유전자도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최근 추세"라며 "ALK 유전자와 ROS 유전자는 분자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ALK 억제제인 크리조티닙이 ROS1 억제제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약 1%를 차지하는 ROS1 재배열 환자의 발생빈도는 국내 임상에서도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대만, 일본 4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이들 환자에 대한 2상임상이 진행 중이다.

그는 "등록환자 100여 명을 목표로 1년 넘게 2상임상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내년쯤이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임상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와 크리조티닙의 사용 범위가 ALK 양성 환자뿐 아니라 ROS1 양성 환자에게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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