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국내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는 어림잡아 30개 정도. 규모가 작고 드러나지 않는 학회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학계는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무늬만 국제학술대회인 학회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기자좌담회에서는 늘어나는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짚어보고 성공적인 학회를 위해 대안점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 박상준(사회) 일단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가 어느정도 되는지 분석이 필요한 것 같다.

▶ 임세형 우선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는 대한○○학회였다가 국제로 그 타이틀이 바뀐 경우와 국제연맹 또는 조직 즉 국제학술대회 본사에서 주도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역사가 깊은 세계학회의 경우 학회 자체에서 지원해주므로 내용이나 규모가 상당하다. 이와 별개로 대한의학회 산하 국내학회가 국제화로 바뀐 것이 있다. 이들 학회는 국제라고 불리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작고 참여도 저조하다. 이러한 학회가 지난해 약 30개 정도 열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박상준 지금부터 다루고 싶은 것은 국내학회의 국제화다. 정부가 2009년도부터 리베이트 규제 강화 차원에서 학회지원에 대한 제동을 걸었는데, 당시 국제학술대회는 예외규정을 뒀다. 이때부터 하나 둘씩 국내학술대회를 국제화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제약사들의 학회 후원에 대한 제한이 없고, 또 정부의 감시도 덜 받게 된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질이 국제화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인가?

▶ 임세형 가장 큰 문제는 무늬만 국제학술대회라는 점이다.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려면 일단 좋은 프로그램과 참여도가 중요한데 현재 학회를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학회장에서 만난 다수의 교수들에게 물어보면 들을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국제학술대회에 걸맞게 해외 참석자들의 참여도 많아야 하는데, 가보면 거의 한국사람이다. 대부분 재정적 지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봐서는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은 것 같다.

▲ 임세형 기자.
▶ 이상돈 실질적으로 국제학술대회의 정의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제학술대회로 이름을 걸지만, 현장 참여는 200명도 미치지 못하는 학회도 있다. 양은 물론 질적으로도 국제학술대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인접국가와의 공동 심포지엄을 몇 개 내걸고 국제라는 이름을 붙이고, 학술프로그램이 상당히 중요함에도 새롭게 발표되는 연구결과들은 지엽적인 내용으로 제한된다.

▶ 박상준 또 어떤 것이 문제로 지적되나?

▶ 원종혁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를 면밀히 살펴보면, 재정부분은 차치하고라도 참여도나 프로그램의 구성이 여러모로 아쉬운 게 사실이다. 우왕좌왕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게다가 장소가 너무 넓을 경우 이동 시 불편은 물론 집중도, 효율성 등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주로 국제학회들이 킨텍스, 코엑스 등 대규모 장소에서 개최되는 데 혼란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 박상준 국제학술대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 안경진 장소나 프로그램, 연자뿐 아니라 성공적인 국제학회를 이끌려면 집행부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며, 그 중에서도 홍보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원종혁 기자.

▶ 원종혁 제약사의 스폰을 통한 연구는 의학적 근거를 쌓는 데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우리나라엔 규제가 많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제약사 스폰을 공생관계로 자연스럽게 인식한다. 스폰이 있어야 의학 연구나 임상 근거가 마련되며 보다 질 높은 결과가 나온다는 데 모두 찬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는 제약사와 함께 진행한 연구임을 공공연히 밝히며, 참가자들 역시 새로운 치료제 연구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올해 대한간학회에서 The Liver Week라는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미국간학회(AASLD)의 The Liver Meeting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개최의지가 대단했다. 하지만 4개의 간 관련 학회가 공동참여해 개최한 학회임에도 불구, 구심점이 없고 상호협력이 원활하지 못했다.
시작은 좋았지만, 개•폐막식, 프로그램 배치 등에 문제가 많았으며 이를 참관한 의사들의 알력다툼 분위기도 순간순간 연출됐다. 여러 학회가 같이 국제학술대회를 만든다면 상생방안을 모색해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 안경진 국제학술대회에 걸맞게 외신에 대한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세계적으로 개최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는 까닭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큰 규모의 국제학술대회를 보면 아시아 국가 기자들이 많이 온다. 이러한 의식이 부족하다.

▶ 임세형 본사에서 관리하고, 조직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탄탄한 국제학술대회를 보면 정말 국제학술대회적 면모나 형식을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오히려 많다. 한계다. 가장 큰 해결방안은 홍보라고 생각한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는 700명 정도의 기자가 몰린다. 프레스에 대한 마인드가 크다. 슬라이드, 카피라이트 등 기자가 필요하면 무조건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홍보나 언론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 안경진 기자.

▶ 박상준 유명한 석학을 연자로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스타연자의 섭외다.

▶ 서민지 인물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일단 석학을 유명한 사람으로 내세우게 되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잘 이뤄질 수 있다. 워낙 인기 있고 잘 알려진 사람이라면 주제 역시 관심을 가질 만한 것으로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두 가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섭외를 잘 하려면 한국 교수들이 해외 유명인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인물 섭외를 잘 하는 노력이 학회 차원에서도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쉽지 않다는 점인데 이를 위한 학회간 네트워크 강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안경진 실제 최근 개최된 C학회에서 유명 연자 참석의 효과로 초록 참여율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생각지 못했던 국가에서도 초록을 제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 박선재 동의한다. 우리나라 학회 중 국제학술대회를 열 만한 역량을 가진 곳이 몇 군데인지 신랄하게 이야기 해봐야 한다.

▶ 임세형 좋은 연자에 걸맞은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당장 서구권 유명인이 참여하진 않겠지만, 프로그램을 강화하면 어느 정도 호응을 보일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을 우선시 해서 오리지널리티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이는 키노트 연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유럽에서 열린 노인병학회를 보면, 국내 연자들이 해외로 가서 주목받은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거나 영향력 발휘가 잘 안 되는 연자라도 국제적으로 인지도 가 높은 학자가 있으면 섭외해 국제학술대회의 위용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 안경진 무조건 국제화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잘 세팅돼 있는 국제학술대회를 우선적으로 유치해보고, 그 경험을 토대로 국내대회에 맞게 적용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국제대회를 유치하려면 확정되기까지 비용, 준비기간 등 부대적인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 박상준 그 외 어떤 점을 노력해야 하나?

▶ 박선재 한국사람들의 취약점 중 하나는 발음이나 프리젠테이션 능력이다. 이는 신뢰도와 연결된다.

▶ 원종혁 진정한 국제화를 추구하려면 연관학회 통폐합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너도나도 국제학회를 열면 관심도가 저하되는 건 당연지사다.

▲ 이상돈 기자.
▶ 박상준 국제학술대회의 성공 케이스도 있다. 이들이 어떻게 성공했는가도 분석 해볼 만하다.

▶ 박미라 앙코르(ENCORE), 관상동맥중재시술 국제학술대회(TCTAP) 간담췌 이식수술 등이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이들 학회의 경우에는 빠른 시간에 국제학술대회로 성장했다. 특히 해외 연자가 전체 참석인원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참석률이 꽤 높은 편이다. 술기와 수술 분야를 아우르고 있는 이들 학회를 본보기 삼아 우리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분야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각 학회별로 특화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이상돈 최근 여러 학회에서 춘•추계 학술대회에 국제 타이틀을 붙이고 있다. 세계화를 표방하는 일환이기도 하다. 지금은 준비, 과도기 단계다. 여러 문제가 많지만, 학회 차원에서 볼 때 힘든 점도 많다. 공정경쟁규약, 쌍벌제 등으로 국제학술대회의 판을 깔기가 어려워진다. 학회 개최에 있어서 산학협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규약이 너무 많거나 지나친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학술기금을 마련하는 데 갖가지 규제들이 있어서 힘든 부분이 많다.
나아가 국제 학술대회를 학회의 학술적 행위라는 측면에만 국한시키면 안 된다. 산학협력이란 점을 중요시 해야 한다. 두 가지 혜택이 있다. 우리나라 의료의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부대수익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세계피부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이를 경험했다. 일정 측면에서는 창조경제라고도 볼 수 있다. 산학협력 차원에서 제약사들이 가지고 있는 재원들을 투자해 윈윈할 수 있다. 정부에서 너무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고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산•학•정 차원에서 관점과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 박상준 학술대회 국제화를 지향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학술 프로그램을 비롯한 참석자, 재정이 모두 균형 있게 갖춰져야 국제학술대회라고 할 수 있고, 비로소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몇몇 학회를 제외하곤 재정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결국 내실을 강화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제학술대회로 가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 학회에서도 큰 고민을 할 것 같다. 결론을 내면 국제화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힘들다. 무조건적인 국제화보다는 무엇을 국제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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