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완연하더니 벌써 겨울이 문턱까지 왔다. 날씨가 추워지다 보니 따뜻한 극장이 더 아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마로니에공원과 서울대병원을 마주하는 대학로, 수십 개의 극장과 예전 향수를 많이 간직한 주점들과 음식점들, 그리고 최근 벽화로 유명해진 이화벽화마을과 낙산공원까지 조금만 들여다보면 너무나 매력적인, 여전히 핫한 플레이스다. 공연예술 일번지 그 곳 대학로의 매력과 함께 할 좋은 연극과 뮤지컬을 만나보자.

김광석 음악과 함께 추억 속으로
그날들
2015년 1월 18일까지
대학로뮤지컬센터

몇 년 전부터 대학로에도 대극장, 중극장 규모의 새 극장들이 많이 들어섰다. 그 중 하나가 대학로뮤지컬센터이다. 1000석 이상의 대극장과 워크샵 공연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소극장이 같이 있는 멀티 극장이다. 작년에 초연돼 한국쥬크박스 뮤지컬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꼽힌 ‘그날들’이 공연되고 있다.

뮤지컬 그날들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아픈 이름 중의 하나인 김광석의 노래를 가사 변환 없이 그대로 사용해 정교하게 제작됐다.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우정과 사랑을 밀도 있게 그리면서도 고 김광석의 노래들을 큰 변형 없이 배치한 점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수작이다. 배우·스태프도 매우 화려하다. 배우 유준상, 오만석, 지창욱, 오종혁 등 화려한 캐스팅에 장유정 음악감독을 비롯 최고의 스텝진이 만들어낸 이 작품은 1992년의 청와대 경호실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을 2012년 현재 시점과 교차했다. 김광석의 넘버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였다.

특히 경호원이 주인공이어서 군무나 합창장면이 많고 남성적인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여성관객은 물론 가족단위, 중년 남성관객들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2시간 30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함 없이 진행되고 웃음과 추억이 가득하게 진행되다가 묵직한 감동을 준다. 사건의 마지막 결말에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은 고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로 마무리된다. 고 김광석의 노래를 추억하는 중장년층 관객에게 특히 추천한다. 아직도 80년대 대학가 선술집이 많이 남아있는 대학로에서 동료들과 공연 관람 후 지난 시대를 추억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특히 유준상, 지창욱의 노래와 연기는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여준 대중적 친숙함을 더해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문의 1544-1555
사진제공: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피보다 진한 형제애
형제의 밤
2015년 1월 4일까지
대학로JK아트홀

서로 피도 섞이지 않은 형제가 유산 문제로 싸우지만 결국 어떤 형제보다 더 뜨거운 교감을 느끼며 하나가 된다.

어린애들 같은 말싸움이 급기야 엎치락 뒤치락 몸싸움으로 번지고 어머니의 유산 중 하나인 그림을 둘로 찢어 나누자고까지 읍소한다. 이른바 수재였지만 언론고시생인 형과 배운 것 없이 아버지 곱창집을 같이 운영하는 동생은 사실 핏줄이 아니다. 
두 형제가 같은 날 돌아가신 부모님의 장례식날 밤 벌이는 헤프닝을 그린 소극장 연극 ‘형제의 밤’ 시놉시스이다.
유치한 말장난은 우리네 명절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고 마지막 결론에서 찾아낸 진실은 현실에서 볼 수 없지만 여느 가족이 가지고 있을 법한 비밀들,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유명한 캐스트의 배우가 출연하지 않지만 소극장 연극에서 맷집을 키워 영화의 조연으로도 출연하고 있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와 눈물은 마치 타임머신처럼 우리를 옛 추억으로 이끈다.
특히 이창훈, 박기덕 배우 캐스트를 추천한다. 울고 웃다 보면 두 주인공이 마시는 비로 채워진 소주잔이 달게 느껴질 것 같다.
극장이 좁고 불편하지만 그 마저도 옛 향수로 느껴진다. 극장을 나설 때 가족에게 전화 한통화 하고 싶은 밤을 선사할 것이다. 
문의 070-4203-7789
사진제공: 으랏차차스토리



1만4천년을 살아온 남자
맨 프럼 어스

2015년 2월 22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

1만 4천 년을 계속 사는 남자. 그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어느 대학에서, 10년간 일해온 존 올드맨은 종신교수직도 거절한 채, 사직서를 내고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한다.
그가 떠나는 날 늦은 오후, 송별연을 하기 위해 동료 교수들이 존 올드맨의 집을 찾아온다. 송별연 자리에서 동료들은 존이 떠나려는 이유를 집요하게 캐묻는다. 망설이던 존 올드맨은 동료들의 추궁 앞에서 드디어 입을 연다.

그는 1만 4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현재의 모습 그대로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채 살아왔다는 것이다. 처음에 동료들은 존이 농담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기묘한 호기심을 느끼며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동료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전공분야에 바탕을 둔 지식으로, 존의 이야기를 검증하려 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완전히 사실로 검증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고, 꾸며낸 이야기나 미치광이의 헛소리라고 단정해버리기에는 지나치게 논리 정연하다.

동료들은 계속해서 존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이야기는 그들을 혼란과 충격에 빠뜨리고 이야기는 점점 엄청난 반전을 예고한다. 영화로 유명한 ‘맨 프럼 어스’가 세계 처음으로 한국에서 연극으로 올려진다.

‘형제의 밤’이나 뮤지컬 ‘그날들’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정통 연극이다. 영화 자체가 워낙 재미가 있었던 탓에 연극의 콘텐츠도 무척 흥미롭다. 특히 역사, 미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의 동료교수들이 존에게 던지는 질문과 존의 대답들은 관객의 뇌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특히 마지막 30분간의 반전에서 보여주는 밀도 높은 감정들은 장소나 시간교차 하나 없이 극 전체를 팽팽하게 만든다. 연극이 다소 무거운 편이어서 처음 연극을 접하는 관객들에겐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극의 가장 큰 장점은 최근 브라운관이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연기의 신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최용민·손종학·서이숙·이원종·정규수·한성식 등 중견 배우 중 최근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최고의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혹시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예습없이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물론 결말의 반전은 여전히 내용을 알더라도 매력적이다. 특히 최용민, 서이숙, 손종학 캐스트를 추천한다. 2015년 2월 22일까지 공연된다.
문의 744-7661 
사진제공: 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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