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모시팀, 빠정팀, 훈풍팀 등 운영... C 등급에서 B등급 상승 등 리빌딩 성공

서울 종로구 평동에 위치한 서울적십자병원이 오랜 부진을 끊고 최근 리빌딩을 시작해 결과물을 얻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KPMG가 리빌딩의 컨설팅 업체로 참여하고, 의사 간호사 행정직 등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희망 풍차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해 병원의 시스템과 문화를 고치는 리빌딩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리빌딩 프로그램은 대한병원협회와 KPMG가 함께 하는 코칭프로그램으로 서울적십자병원이 두 번째 대상자였다.

2013년 기준으로 부채 400억원, 누적적자도 295원으로 그야말로 파신 직전의 병원이었던 곳이 리빌딩 작업 이후 병원 적자도 해결하고 병원 등급에서도 상향되는 등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병원 리빌딩 프로그램에 참여한 안근용 KPMG Healthcare Group 시니어 매니저는 리빌딩 작업과정은 합격수기가 아니라 40~50점 받던 학생의 성적표라는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 매니저는 "지금 적십자병원은 터닝포인트를 만나고 있는 상태"라며 "하나의 툴을 바꾸기보다는 직원들이 변화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태도와 습관 등을 바꾸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직원 마음잡기

서울적십자병원 직원들은 병원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적십자사와의 관계와 의료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병원의 책임을 꼽았다.

성원섭 서울적십자병원장은 "원장으로서 병원이 가라앉고 있는 것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꼈다. 한 때 대통령 주치의 역할을 했던 병원이기도 했고, 500병상이었던 병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막막했다"며 "의사나 간호사, 행정직 모두가 위기라 생각하는 것을 파악했지만 방법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의료진 70%를 교체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지만 사실 우리 스스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답답했다"며 "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각기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다녀와야 하는 '1박 2일' 프로그램과 진료과장이 참여하는 '코칭'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모 TV 프로그램을 모방한 '1박 2일'은 병원 직원들이 1박 2일 동안 워크숍 떠나 다른 부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1박 2일 멤버는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붙였다고 한다.

성 원장은 "직원들이 왜 모르는 사람과 워크숍을 떠나야 하는지에 대해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금을 내게 하는 등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걱정했는데 1박 2일을 갔다 온 후 다른 부서도 어렵고 힘들게 일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고 소통의 계기가 됐다고 말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병원 전체의 분위기를 다잡은 후 시작한 것은 코칭 프로그램이다. 매주 한번 병원의 과장들을 회의에 참여시키고 병원의 발전방안에 관해 토론하고, 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발전방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코칭 프로그램이었던 것.

성 원장은 "이 프로그램은 정말 힘들었다. 병원의 모든 과장을 금요일 저녁마다 회의에 참여시키고 독려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고, 가정에서의 불만도 간혹 있었다"고 토로했다.

희망풍차 만들기

한번 해 보자는 병원의 분위기와 의사소통을 강화하면서 병원은 '희망풍차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병원의 가장 문제점을 찾아 모시모시팀 등 4개의 팀을 만들어 가동했다.

신동규 외과 과장은 환자의 전화 응대법을 개선하는 '모시모시팀'과 전화 예약을 개선하기 위한 빠르고 정확하기 하기 위한 '빠정'팀, 구조조정을 경험한 직원들의 마음을 다스리고 인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훈풍팀'과 병원이 잘하는 것을 알리고 전문화 센터를 위한 '우리가 남이가 팀'을 조직했다고 말했다.

모시모시팀을 만들 후 기존에 9번까지 있던 전화 안내 멘트를 간소화했고, 전화 ARS를 분석해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또 진료과별 전화 응대 안내문을 개발해 직원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물론 기분 좋은 전화 응대법도 만들어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빠정팀은 환자들이 외래 예약 시스템을 정리해 환자들이 빠르게 정확하게 예약할 수 있도록 통합예약체계 시스템을 만들고 현재 이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신 외과 과장은 훈풍팀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한다. 처음에 참여하는 팀원들이 점차 감소해 혼자 남게 되는 등 병원의 인력문제는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신 외과과장은 "병원에는 30대 간호사가 매우 적다. 이 문제를 인력구조의 문제로만 볼 수 없어 기본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결국 신규직원 인력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목표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며 "신규 간호사에게 병원 비전, 핵심가치, 역사, 조직도 등교육을 강화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인력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던 훈풍팀은 아직도 고민이 끝나지 않고 있다. 직무조사를 했지만 완료하지 못한 상태고, 아직도 많은 간호사가 오전에는 응급실, 오후에는 중앙공급실에서 근무하는 등 어려운 상황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 외과 과장은 "적십자 본사는 사람이 많으니 줄여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실제 병원에는 인력이 없어 힘든 상태"라며 "현재 메인 병동제, 탄력 시간제, 휴직근로자 등의 파트타임 근무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훈풍팀은 인력 구조조정 이후 상처받은 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고 했다.

김서영 원무과 주임은 "구조조정이 끝난 후 구성원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인력이 축소돼 일은 많아졌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없는 상황이 더 힘들었던 시기였다"며 "훈풍팀에서 105년 병원의 역사를 돌아보고 또 병원의 정체성에 대해 찾는 시간도 마련하는 등 노력을 했다. 또 직원들에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스스로 병원을 깨끗이 하고 소통의 장을 만드는 등 조직문화를 바꿔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남이가 팀에서는 병원이 잘하고 있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정직한 전문센터, 실질적인 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신 외과 과장은 "많은 병원이 환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문분야를 강조한다. 우리 병원은 홍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핵심가치에 따라 정직하게 전문센터를 준비했다"며 "임상 실적관리나 정보시스템 보완, 운영프로세스도 모두 변화를 줬다. 특성화 전략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낡은 병원 이미지 벗고 비상 준비 중

오래되고 낡았다는 이미지, 구호병원이라는 바꾸기 위해 병원 캐릭터도 바꿨다. 한 업체의 도움으로 삼총사 캐릭터를 만들어 병원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병원은 여러 노력 끝에 최근 달콤한 결과물을 보고 있다. 30년 이상 적자라는 오명을 벗고 올해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희망에 차 있다.

병원은 원섭 원장은 "지난 10월 병원 비전 선포식도 개최했다"며 "선포식에서 직원들에게 적십자병원의 본질은 무엇인지, 본질을 찾아 고민을 해봐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스스로 자생가능 한 공공병원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직원들의 도움으로 올해 12월이 되면 누적적자가 0원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또 2012년, 2013년 병원이 C등급이었는데 올해 B등급으로 올라섰고, 병상도 올해 11월 282병상이 됐다"며 "아주 급한 불을 껐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도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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