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38. 응답하라 의료윤리
좋은 개원의사상 
③ 동료의사에게 인정받는 의사

좋은 개원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인정받을 뿐 아니라 동료의사에게 인정받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동료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동료의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의사가 좋은 개원의사다. 남을 존중해주고 배려한다는 것은 자신이 존중받고 배려받기 위한 기본자세다. 윤리의 정신을 요약하여 표현하자면 동양적인 사고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고 서양은 ‘respect’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방문한 환자를 접할 때 동료의사의 치료방법에 대해 험담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 간혹 동료의사가 간과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라도 동료의사의 부족한 부분을 환자 앞에서 비난해서는 안 된다. 대신 "다른 선생님께서 열심히 치료해주신 것 같은데 잘 안 나으셨다니 환자분이나 치료해주신 선생님이나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보겠습니다"라는 정도의 표현이 좋겠다. 또한 주변 동료의사가 도움을 요청할 때 귀찮고 시간이 들더라도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었으면 한다.

두 번째로 동료의사의 이익(interest)을 존중해 주는 의사가 좋은 개원의사다. 'Interest'라는 단어의 어원인 라틴어  'interesse’는 여러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 여러 사람이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을 뜻한다.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동료에게 피해를 주거나  손해를 줘서는 안 될 것이다.

개원의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행동방식이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동료의사의 이익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환자 유치를 위해 자신의 전공이 아닌 처방을 해 주는 행동은 칭찬할 일이 아니다. 간혹 다른 의사의 처방을 부탁받을 때에는 정중히 거절하고 처방해주신 선생님을 찾아가도록 안내해 드려야 한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처방을 하는 행위는 일시적으로 환자유인의 이득이 있어 보이지만 결국 자신도 다른 의사에 의해 같은 일을 당하게 될 것이다. 환자는 의사들 앞에서는 고맙다고 하지만 돌아서서는 의사의 전문성을 비웃을 것이고, 적절한 치료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최근 헐값에 예방접종(일명 ‘통 큰 백신’)을 하는 동료의사들이 있다. 접종비를 적게 받는 것은 본인의 자유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예방접종을 하면서 본인만이 선의를 베풀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작은 치어(穉魚)들은 잡지 않고 놓아주어야 한다. 서로간의 약속이다. 나 혼자 잘 살겠다고 치어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들인다면 어족은 멸종하고 잡을 고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전문가 집단의 이익에 누가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불명예스럽다고 느껴야 한다. 비급여 항목이기에 법적으로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바람직하지도 옳지도 않은 일이다. 겉으로는 환자에게 이익을 준다고 하지만 환자를 자기 병원으로 유치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기 때문에 고운 시선으로 보아 줄 수도 칭찬해 줄 수도 없다. 게다가 이러한 공급이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부추기게 될 것이고, 접종은 무상으로 해도 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전문가로서 양심의 문제, 에티켓의 문제다. 이런 행동은 스스로 자제해야만 한다. 

동료의사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동료의사의 이익을 존중해주는 의사가  바로 동료의사에게 인정받는 좋은 개원의사, ‘good docto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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