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대비 효과 뛰어난 국산 제품, 다국적사와 어깨 나란히

 

필러 등과 함께 쁘띠 성형으로 대변되는 보툴리눔 톡신, 올해 대웅제약이 새롭게 제품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 경쟁은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보면 선진국에서는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 등 일부 제품이 독과점 형태를 보이는 반면 개도국이나 제3국가 등은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 제조사만 3곳에 달하는데, 이들 제품은 각각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엘러간 등 다국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아울러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의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들은 내수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에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현황과 이를 원동력으로 국제 무대 진출을 노리는 국내 제약사들의 계획 및 전망을 내다봤다.

보톨리눔 톡신, 균주만 있으면 아무나 하나?

보툴리눔 톡신은 이미 1970년대 논문을 통해 제조법이 모두 공개됐기 때문에 제조 특허가 없다. 그러나 아무 제약사나 쉽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툴리눔 톡신은 생물학적 무기로 쓰일 수 있어 미국 국방부에서 균주의 반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균주를 갖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제조 노하우인 셈이다. 

실제로 보툴리눔 톡신은 1g으로 100만명을 사망시킬 수 있는 맹독으로 국제적으로 생물무기금지협약 대상 물질이며, 제조하거나 획득, 보유, 비축 또는 이전하거나 사용할 경우 모두 신고하거나 수출입허가신고(한국바이오산업협회 및 지식경제부)를 해야 한다. 따라서 국제적인 규제로 후발 업체가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다. 보툴리눔 미생물에 대한 전문 연구인력이 소수이고 국제 전문가를 쉽게 영입하기 어려운 점도 진입장벽이다. 

'한국형 보툴리눔 치료'의 저자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세계피부외과학회 이사)은 "현재 상품화된 제품들은 대부분 1970년대 보툴리눔 연구가 활발했던 위스콘신 대학 실험실 균주인 Hall strain으로 제조됐다고 추정된다"며 "앨런 스코트 박사가 개발한 오큘리늄(보톡스의 전신)이나 메디톡신, BTXA, 디스포트, 제오민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규모 약 '700억 원'

그렇다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상황은 어떨까. 미국 엘러간의 제품 '보톡스'가 1996년 최초로 수입허가되면서 시장에 첫 발을 딛었고 현재는 메디톡신(제조사 메디톡스), 보툴렉스(제조사 휴젤파마), 나보타(제조사 대웅제약) 등 국산 3품목을 포함해 7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주로 주름제거, 사각턱 교정 등 피부미용·성형외과 시장을 중심으로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미용 영역이 약 85%, 치료 영역이 약 15%로 분포됐다. 

▲ 보툴리눔 톡신 사용 분야

또한 증권가에서는 지난 4월 출시된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2분기 13억원, 3분기 19억원의 매출을 올려 한 분기당 53.5%씩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대웅제약은 출시 첫 해 100억원을, 2018년에는 500억원의 매출로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비급여인 데다 개원가에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정확한 시장 상황은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메디톡스가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필러 제품 뉴라미스를 포함한 내수 매출 실적이 지난해 207억원, 올해 상반기 11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전체 보톨리눔 톡신 시장은 2008년 이후 정확한 통계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각 회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매출을 종합한 추정치는 2005년 256억원에서 증가한 2013년 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원가에서 시술되는 금액 또한 제각각이다. 서울 지역 피부과·성형외과 등에서 시술되는 제품 가격을 확인한 결과 모 제품은 같은 용량이 A병원에서는 13만원, B병원에서는 6만원에 시술됐다.

제조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가격을 제시하지만 이는 권장사항이고 결국 병원에서 알아서 한다. 병원도 박리다매를 목적으로 하거나 미끼상품으로 하는 경우 등 각각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소비자들의 지명 구매가 많았지만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내려갔고, 각 병원의 시술 노하우와 숙련도에 따라 병원에서 추천하는 제품으로 시술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한 초기 엘러간의 보톡스가 시장 대부분을 선점한 것에 비해 메디톡신, 보툴렉스, 나보타 등 국내 제품들이 효능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며 다국적사 제품들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제조사 측에 따르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품들의 시장 점유율은 약 65%에 달한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한국에자이와 메디톡신 200unit의 공급 및 판매 계약을 체결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메디톡신 200unit은 소아마비 환자들과 뇌졸중 후 운동장애의 후유증을 갖고 있는 환자 등에 대한 치료용으로도 급여가 인정된다. 

휴젤파마도 지난해 종근당과 보툴렉스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역가 및 다양한 제형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했다. 오는 2015년 보툴렉스는 뇌졸중 후 근육강직, 소아성 뇌성마비에도 보험을 인정받아 사용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과거 엘러간의 보톡스를 유통했던 강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나보타를 시장에 빠르게 안착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술 해외서도 인정, 해외 도약 추진 중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보톨리눔 톡신 제제의 해외 진출도 순항 중이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해외브랜드명 Neuronox)은 가격, 품질, 기술력의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메디톡스는 엘러간과 차세대 메디톡신 기술 도입 및 세계 판권(한국제외)에 대해 총 3800억원 규모의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는 중남미 제약 시장규모 2위인 멕시코의 의약품 판매허가를 취득, 카자흐스탄과 파라과이 등 전 세계 27개국에 제품 등록을 완료해 글로벌 도약에 나섰다. 

당시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는 "앞으로 메디톡신을 아시아 시장 점유율 1위에 이어, 남미 시장 및 중동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휴젤파마의 보툴렉스는 남미 및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현재 20여 개국에서 허가 및 판매가 진행 중이다. 향후 유럽진출을 위해 유럽의 회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과 캐나다에도 수출을 추진 중이다. 중국 업체와도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2017년 허가가 예상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엘러간 출신 직원들과 미국 성형외과 의사들이 설립한 벤처기업 '에볼루스(Evolus)'를 통해 나보타의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나보타는 지난해 에볼루스와 판매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유럽, 중동, 아르헨티나, 남미 등 60여 개국과 누적액 약 7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7년 미국, 유럽 등 허가를 준비 중이다.

한편 전 세계 보톨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27억 달러이며, 이 중 미국 시장은 12억 달러다. 연간 미용 목적의 보톨리눔 톡신의 사용 횟수는 600만건을 넘어서고 있으며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가 전 세계 시장의 76%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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