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우 박사, 소발디 논쟁으로 본 희귀의약품 동향 진단

희귀의약품에 일반적으로 산정되는 높은 가격은 타당할까? 신헌우 박사(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전문 상임컨설턴트)가 최근 '희귀의약품(Orphan Drug) 개발 동향' 보고서를 통해 비싼 희귀의약품 가격이 타당한지를 살펴보고 국내외 희귀의약품 개발 동향을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약가는 환자수와 반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연구의욕을 고취하는 한편 소수의 환자로부터 오는 적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함이다. 이런 이유로 그간 희귀질환에 대한 약가는 비교적 무난히 개발사의 의지대로 고가의 약가가 수용됐다.

여기에는 희귀의약품 개발사들의 공격적인 약가정책도 한 몫했다. 지난 13년간 악타젤(Acthar gel)의 약가는 약 1000배 가깝게 인상됐고, 지난 7년간 포말리스트(Pomalyst)는 840%, 휴물린(Humulin)은 354% 인상이 이뤄졌다. 지난 7년간 화이자, 머크(Merck), 노바티스(Novartis) 등 제약사가 평균 약 75%정도 약가를 인상한 것을 고려하면 희귀의약품의 약가 상승률은 매우 가파른 편이다.

신 박사는 "이런 이유로 희귀의약품 약가와 관련해 이제는 초기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했던 취지가 퇴색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환자 및 보건당국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 2013년 Top 10 희귀의약품 약가 및 환자 수(출처:Fierce Pharma 2013)

치료효과 대비 지불비용은 일반약물 수십 배

영국 보건성 자문 기관인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NICE)에 따르면 약가의 적정선은 약물을 처방해 환자의 생활 및 수명의 연장을 이루는 단위인 QALY(단위당 약가, 비용효과성)를 기준으로 약물의 가격과 효능을 산정해 계산하며, 약 2만5000파운드/QALY를 상한선으로 고려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약 5만 달러/QALY를 상한선으로 고려한다.

현재 상위 10위 내에 들어있는 의약품의 QALY는 일반 약물이 약 1600달러-2만6000달러 정도인 반면, 희귀의약품의 경우 레블리미드(Revlimid)를 제외한 경우 최소 19만달러-124만달러에 이르러, 치료효과 대비 지불비용은 일반약물의 수십 배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길리아드의 '소발디'가 본격적인 약가 논쟁을 촉발시켰다. 길리아드는 인터페론을 사용하지 않는 경구용 C형 간염 치료제인 소발디의 출시를 발표했는데, 이 제품 가격은 유례 없는 8만4000달러(1000달러/정)로 결정됐다.

이에 신 박사는 "이는 기존 일부 희귀의약품들이 향유하던 고가의 약가정책을 처방약에서 구현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 내 간염치료제의 치료 비용은 2016년까지 1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NICE에 의하면 소발디의 QALY는 2만파운드(2만5000달러)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최근 강제라이선싱(compulsory licensing)규정에 의거해 소발디 약가가 900달러로 조정됐다. 아울러 인도의 제네릭사인 나트코파마(Natco Pharma)가 특허무효 청원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국내제약사 희귀질환 치료제 생산은 고무적"

한편 신 박사는 당분간 희귀의약품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보험사 및 국가의 부담과 지나친 공격적 가격정책에 따라, 희귀질환 약가는 점차 환자수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비용을 의식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그는 "최근 국내 기업이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의약품을 생산,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있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며 "국내 제약사의 희귀의약품 개발을 위한 분별을 부탁드리고, 희귀의약품 가격을 둘러싼 동향을 지켜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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