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자율참여·절대평가 실시하는 국가는 가감지급 개선효과 크게 나타나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가감지급사업이 효과는 미미한 반면, 요양기관의 업무량 가중, 비용절감의 불확실성 등의 문제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자발적인 평가 및 가감지급사업을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절대평가를 하고 있음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험심사간호사 학회지에 실린 '가감지급사업이 진료순수익에 미친 영향', '급성심근경색증 가감지급사업의 성과와 한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이에 대해 인제의대 심장내과 김병옥 교수(대한심장학회)는 "임상에서 굳이 상대평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이 같은 방식으로 병원은 병원대로 업무가 과중되고 나아지지 않는 결과만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요양급여비의 적정한 지급을 목적으로 급성심근경색증과 제왕절개분만을 대상으로 적정성평가를 통한 가감지급사업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이후 2012년 본사업으로 확대했다.

심평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에는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4억5300만원 가량이 가감지급대상 적용금액이었고, 이후 2010년에는 26기관 4억400만원, 2011년에는 39기관 11억200만원 등 지속적으로 범위와 금액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가감지급사업의 임상적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효과성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또한 해외사례와의 비교, A병원의 도입 전후 1년간 지표분석 등도 실시했다.

급성심근경색은 건당 입원일수가 8.7일에서 0.1일 줄어 8.6일, 입원 30일 이내 사망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재관류 실시율 역시 상급종합병원에서 0.4점 감소했고, 흉통 후 병원도착까지 소요시간이 평균 173분으로 높은 편이었다. 게다가 직접적인 진료비 절감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감지급사업 실시 후 오히려 입원일수나 건당진료비, 진료비 총액 모두 상승하면서, 환자들의 병원 이용행태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A상급종합병원은 건당 입원일수가 오히려 0.6일 증가했고, 건당 진료비 역시 전체 평균 99만원 상승에 그친 것과 달리 137만80000원이 증가했다. 즉 긍정적인 효과가 미미한 실정인 것.

제왕절개 역시 애초에 수술율을 줄이고 자연분만을 유도하기 위해 가감지급사업을 시행했으나, 결과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실정이다.

실제 제왕절개 분만 비율은 총 분만 중 2005년에 59.8%, 2010년 56.7%로 큰 변화가 없다. 같은기간 동안 재원일수 역시 9.1일에서 9.0일로 유의미한 감소가 없었고, 연간의료수익도 -6억5409만5850원에서 -6억4871만8714원으로 적자폭도 비슷했다. 


미국 등은 '긍정적 효과'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성과지불제도 시행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정액제로 지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달리 상대평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의 경우 의무가 아닌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으며, 현재 급성심근경색, 심부전, 관상동맥우회술, 지역사회 폐렴, 고관절/슬관절 치환 등 5가지 영역에서 가감지급 프로그램을 적용 중이다. 미국은 대부분 의료 질과 서비스가 의미 있게 향상했으며, 종합점수가 6.7% 상승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감지급사업을 운영 중인 영국 역시 일반의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임상, 조직, 환자경험, 부가서비스 등 4대영역 146개 지표를 사용해 평가가 이뤄지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장기입원이나 비효율적인 의료 제공 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대만에서도 당뇨병, 결핵, 천식, 유방 및 자궁경부암 등에 대해 치료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성과연동 지불제도가 이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동반상병이 많은 환자 혹은 나이가 많은 환자, 위중도가 심한 환자 등은 평가에서 제외했다. 중증도 환자 배제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 "평가 필요하지만 방식은 바뀌어야"

이처럼 계속 확대만 될 뿐 의료 질이나 서비스 개선에 미미한 적정성평가 사업과 관련 김병옥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상대평가 방식이다. 임상에서는 왜 상대평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들은 절대 수치를 수량화하면서 인력과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은 전공의, 수간호사 등 병원에서 모두 충당할 몫이지, 정부나 심평원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업무 중첩과 이중 삭감에 대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적정성평가가)질 향상이란 본연의 목적이 아닌 의료기관의 퇴출 역할로 가게 할 수 있다. 기존의 삭감에 이어 가감지급사업으로 이중삭감에 놓일 수도 있다"면서 "업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없다면 업무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료의 질은 성적순이 아니다. 지금의 평가방식을 동기부여, 창의성을 주는 방식으로 혁신을 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메디케어는 모두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우리나라는 상대평가로 동기부여를 상실케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재난적 특수한 상황 등에 대한 배려가 없다. 대만처럼 중환자 평가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가감지급사업에 대한 현황 및 문제를 다룬 서울성모병원 홍은주 간호사는 "일단 평가대상연도와 평가결과 공개시기의 차이로 현행체계 하에서는 환자들이 병원선택에 있어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많이 개선된 병원임에도 지난 평가가 좋지 않아 환자의 방문이 뚝 끊기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개시기의 차이 뿐 아니라 평가지표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몇몇 상급종합병원은 더이상 지표개선이 불가능한 곳이 있다.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며 "타당하고 지속가능한 지표개발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평가를 받는 병원들의 업무량이 지나치다. 이에 대한 업무 경감 시스템 마련을 해야 한다"며 "재원마련 문제 역시 정부에서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가감지급은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인데, 어느 정도 비용효과적인 재정절감 효과가 있는지 단정짓기 어렵다"면서 "평가는 이뤄져야 하지만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각계의 입장 및 의견 조율을 해야만 평가를 통한 치료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는 "최소한의 자료수집비 정도는 병원에 지급해야 한다"며 "국가에서도 따로 재정 마련이 어렵다면, 평가받는 관련 질환 환자가 퇴원시 1000원 정도만 평가 비용으로 병원에 제출하는 방식 등을 시행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또한 산재돼 있는 평가와 관련해서 "국가적 의료질관리기구가 필요하다. 이는 NECA든 심평원이든 인증원이든 상관없이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한 곳에 역량이 모이고, 또 이곳에서 국가의료질보고서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의료계와 협력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결국 평가는 의료계에서 주도해야만 시행될 수 있다. 의료계를 제외하고는 절대 갈 수가 없다"며 "심장학회, 뇌졸중학회 등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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