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 환자 '안정상태 유지' 간이식 이행까지 대기

▲이석구·권준혁·김종만 교수팀이 바이오 인공 간 시술을 받은 환자의 상태를 돌보고 있다.

국내 의료진이 간기능 보조 시스템인 '바이오 인공 간(刊)'을 이용, 급성 간부전 환자를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응급 간이식 대기환자, 특히 촌각을 다투는 급성 간부전 환자의 '골든 타임'을 효과적으로 연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석구·권준혁·김종만 교수팀은 지난 10월 13일 B형 간염에 의한 급성 신부전으로 간성뇌증(혼수상태)에 빠진 54세 남성 환자에 바이오 인공간 치료를 시행, 골든타임을 확보한 뒤 추후 뇌사자 간이식 이행까지 성공했다고 밝혔다.

바이오 인공 간은 일종의 간 기능 보조장치로, 환자의 간이 망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이를 대신해 환자의 혈액에 축적된 독성 물질은 제거하고, 반대로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응고인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급성 간부전 등으로 간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면,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체내에 암모니아 등 독소물질이 쌓이게 된다. 특히 암모니아가 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뇌로 운반돼면 간성뇌증(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간성뇌증이 동반된 급성 신부전을 생존율이 10~25%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를 막는 유일한 해결책은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간을 이식받는 길 뿐이지만 국내 여건상 응급 간이식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다, 간 이식을 받더라도 수술 전 대기시간 동안 쌓인 독성물질이 뇌손상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가 있어왔다.

이번 바이오 인공간 시술 성공은, 급성 간부전과 간이식 수술 사이의 '간극'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공 간이 간이식 대기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뇌병증을 완화시키고, 급성 간부전과 간이식 수술 사이에 효과적인 가교적 치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실제 이번에 바이오 인공 간을 시술받은 환자에서 뇌병증의 중증도가 개선되고, 암모니아 혈중 농도가 감소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석구 교수는 "급성 간부전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장기기증자가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기약 없이 간이식을 기다리는 급성 간부전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성공을 계기로 라이프리버사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바이오 인공 간 임상시험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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