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안과학회, 11일 국회토론회서 "근시와의 전쟁" 선포

▲ 제44회 눈의 날을 맞아 '고도근시가 어린이, 청소년 눈을 위협한다'를 주제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우리나라 10대 청소년 10명 가운데 8명이 근시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조기교육과 스마트폰 과대사용으로 인한 근거리작업 증가가 주원인으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안과학회(이사장 김만수)는 제44회 눈의 날(11월 11일)을 맞아 '고도근시가 어린이, 청소년 눈을 위협한다'는 주제로 마련된 국회 토론회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2~18세 청소년의 근시(≥-0.75디옵터) 유병률은 80.4%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고, 특히 실명 위험이 있는 고도근시(≥-6디옵터) 유병률은 12%에 달했다. 이는 60대 노인의 근시 유병률(18.5%)보다 4.35배, 고도근시 유병률(1.5%)보다는 7.8배 높은 수준이다.

학회는 또한 초등학생의 근시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대한안과학회의 유병률 현황 조사 결과 1970년대 8~15% 내외에 머물렀던 초등학생의 근시 유병률은 1980년대에는 23%, 1990년대에 38%, 2000년대에 46.2%에 이르는 등 40년 전에 비해 약 5.8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학교건강검사 데이터 분석에서도 양안 중 어느 한쪽이라도 나안 시력이 0.7 이하인 학생 비율은 초등학교 1학년에서 25.7%, 중학교 1학년 66.7%, 고등학교 1학년 71.6%로, 시력이상 빈도가 크게 늘고 있는 현 추세를 여실히 나타낸다.

대한안과학회 김만수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안과)은 "청소년기 시력저하는 학업능력과 인지기능 및 시각운동기능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고도근시로 진행될 경우 망막박리, 황반변성, 녹내장 등 실명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평생 지속된다는 점에서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아동, 청소년 근시가 전 세계적으로 국가적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진국에서는 아동·청소년 근시예방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학교 시력검진 외에는 체계화된 근시측정과 예방프로그램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한림의대 윤삼영 교수(강동성심병원)는 "영유아 시기부터 조기교육과 과도학 학습이 10대들의 근시유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연속적인 근거리 작업시간을 제한하고,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야외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해외 사례를 들어 싱가포르에서는 30분 공부한 후 5분간 눈을 쉬게 하자는 '비전 캠페인'을 전개해 큰 성공을 거뒀고 일본에서도 시력보호프로그램을 체육 과목의 정규교육과정에 포함시켜 시력검진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림의대 황호식 교수(춘천성심병원 안과)는 "우리나라 10대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2.6시간이고, 영유아의 스마트폰 최초 이용시기는 만 2.27세로 조사됐다"며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10대에서 근시를 유발하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황 교수는 디지털 기기 보급이 늘고 있기 때문에 향후 10년 후에는 청소년 근시 유병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가능한 먼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이용시간도 하루 1시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을 내놨다.

이에 대한안과학회는 국민의 눈건강에 대한 사회적, 의료적 책임을 다짐하며 근시예방법을 제창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을 근시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근시예방법에서는 △학교생활 중 하루 1시간의 야외활동을 반드시 포함할 것 △밤 12시 이전에 취침하고 최소 6시간 이상 숙면을 취할 것 △스마트폰 사용을 일정 시간 이하로 제한할 것 △취침 시 소등할 것 △4세부터 시력검사를 시행하고 18세까지는 매년 정기적인 안과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대안검안학회와 함께 근시의 원인과 관련 합병증을 파악하기 위한 검사프로토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과 범부처연구를 시행하고 국내 고유 데이터를 마련하겠다"며 "아동, 청소년의 근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근거에 입각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는 데 학회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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