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임상연구센터 2013년 진료지침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의 진단과 약물치료에 대한 진료지침이 별도로 발표돼 있다. 그 중 진단과 평가에 대한 진료지침은 보건복지부 지정 우울증임상연구센터에서 2013년에 발표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우울조울병학회의 승인을 받은 이 진료지침에서는 한 가지 권고사항과 임상현장에서 진단 시 고려해야 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다.

우울증임상연구센터는 “이제까지 해외의 우울증 진료지침들이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우울증의 진단·평가 과정이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 결정, 치료 반응, 경과 및 예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진단 및 평가를 강조했다.

진료지침에서는 우울증 선별도구를 활용해 우울증을 진단하고, 우울증 진단 시 진단아형이나 증상의 심각도, 자살경향성, 정신과적 동반질환, 신체질환 동반유무 등을 함께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선별검사도구
진료지침에서는 우울증의 진단은 ICD-10, DSM-Ⅳ 기준으로 시행하지만, 이 진단기준에 맞게 확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평가도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우울증 진단을 위한 다양한 선별도구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선별검사로 활용할 수 있는 검사도구로는 PHQ-9를 꼽았다. 진단 선별검사에서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였고, 실제 1차의료 현장이나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7개 연구에서 민감도는 0.81, 특이도는 0.92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PHQ-2도 우울증 선별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제시됐다.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1차의료 현장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0.83, 병원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0.51, 0.87, 외래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0.87, 0.78로 나타났다.

단 명확하게 특정 선별도구가 더 유용하다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선별도구들의 장단점을 고려해 진료현장의 환경이나 대상자에 맞게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예로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진료지침에서는 PHQ 뿐만 아니라 BDI, GHQ, HADS, VES-D, GDS, SDS 등의 평가도구를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 가이드라인에서도 수행시간이 5분 이내이면서 민감도 0.8, 특이도 0.7 이상이면 우울증 진단에 유용한 선별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진료지침에서는 PRIME-MD, PDSQ 등 환자가 자가보고를 할 수 있는 도구들도 소개하고 있다.

단 평가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증상들이 정상 상태와 절대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전반적인 임상 정보와 정신병리, 인종과 문화적인 측면을 고려해 증상의 유무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에 의해 평가가 시행돼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표 1>.

 


우울증 진단 시 주의해야 할 사항

진료지침에서는 임상현장에서 우울증 평가 시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우울증 진단 시 환자의 과거 및 현재 병력, 정신역동적 및 인지행동적 측면, 대인관계 및 가족관계의 측면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유전적인 요인, 스트레스와 뇌의 신경가소성에 연관된 BDNF, 세로토닌 재흡수 관련 수용체의 다형성, 스트레스와 관련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의 변화 등 생물학적 요인들도 우울증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진단아형과 중등도에 대한 평가
그 중 첫 번째는 우울증의 진단아형과 중등도에 대한 내용이다. 진단아형의 경우 진료지침에서는 멜랑콜리형(melancholic subtype)과 불안형(anxious subtype) 우울증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들 진단아형은 치료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초기 검사에서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

DSM-Ⅳ에서는 주요우울장애의 진단아형으로 긴장형 우울증, 산후 우울증, 멜랑콜리형 우울증, 비전형 우울증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 중 멜랑콜리형 우울증은 비멜랑콜리형 우울증에 비해 증상이 더 중증이고 치료반응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국내 코호트 연구에서는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더 좋은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불안형 우울증도 비불안형 우울증이 비해 항우울제치료반응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코호트 연구에서도 치료 전 불안증상이 낮은 환자들이 12주 동안 관해율이 더 좋았다. 게다가 불안형 우울증 환자들에서 재발률이 높고 삶의 질이 낮으며 자살경향성이 높다는 보고도 있었다.

중증도에 대해서는 “증상이 심할수록 항우울제에 높은 반응을 보였으나, 관해율은 낮은 경향을 보였으며 여러 정신치료에는 잘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기술돼 있다. 이는 미국정신과학회(APA), 영국 NICE 가이드라인에서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특히 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경증~중등증 증상의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 중 선택적으로 시행하도록 했지만, 중증의 환자들에게는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자살 위험도 평가
진료지침에서는 자살 위험도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서도 자살기도자의 상당수가 우울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국립정신건강협회도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이 자살의 중요한 위험요인이고, 자살자 중 90% 이상이 정신질환이 있다고 보고했다.

국내 연구에서도 자살기도를 경험한 이들에서 주요우울장애 동반율이 높았고, 자살기도를 한 경우 그렇지 않은 일반인보다 평생 동안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할 위험이 자살기도가 1회인 경우에는 6.5배, 2회 이상인 경우에는 7.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우울증 코호트 연구에서도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환자의 21.4%에서 과거 자살시도력이 있었다.

진료지침에서는 “자살 발생률은 퇴원 후 2주 이내에 가장 높고, 자살 성공률은 퇴원 후 첫날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퇴원 직후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살 위험도에 대한 평가 요소로는 자살시도 과거력, 약물의존 성격장애 및 신체적 질환, 자살가족력, 독신, 죽음·이혼·별거로 인한 상실, 불면증, 공황발작, 중증 심리적 불안, 집중력 저하, 무감동, 절망감, PTSD, 자살 사고 등을 제시했다.

▶동반된 정신과적 공존질환 평가

 

우울증 환자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정신과적 공존질환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우울증 환자에서는 물질사용장애, 불안장애, 인격장애, 식이장애, 조현병, ADHD, 치매 등의 동반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공존질환이 있을 경우 우울증의 만성화, 낮은 회복률, 자살경향성, 조기사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국내외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물질남용은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8~21%에서, 불안장애는 50%에서 동반된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DSM-Ⅳ에서 제시하고 있는 13가지 장애를 평가할 수 있는 PDSQ 척도를 제시했다. 이는 기분장애, 불안장애, 섭식장애, 정신병적장애, 신체형장애, 물질관련장애 등 6개의 모듈로 구성돼 있고, 주요우울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폭식장애, 강박장애, 공황장애, 정신병적장애, 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 알코올남용 및 의존, 약물남용 및 의존, 범불안장애, 신체화장애, 건강염려증에 대해 평가할 수 있다.

▶동반된 신체질환에 대한 평가
신체질환도 우울증 치료반응과 경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포함됐다. 이에 대한 주요한 근거로는 STAR*D 연구(Prim Care Companion J Clin Psychiatry 2007;9:7-15)가 제시됐다.

이 연구는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로, 환자들은 평균 3.3개의 의학적인 문제가 있었으며 신체질환을 동반한 환자율은 50% 정도였다. 신체질환이 동반된 이들에서는 신체증상, 위장관계 증상, 교감신경계각성, 연마비 등의 증상 발생 위험도가 높았다. 

여기에 더해 진료지침에서는 만성통증, 당뇨병, 암, HIV, 파킨슨씨병,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 다발성 경화증 등 신체질환이 우울증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고 부연하며 “당뇨병이 있을 경우 우울증 발생 위험도가 2.09배, 3가지 이상이 동반됐을 때는 4.09배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신체질환의 동반 유무는 우울증 치료약물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대표적인 예로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기립성 저혈압, 심전도 속도 저하, 부정맥 유발, 심장 박동수 증가 등 심혈관계 부작용이 있는 삼환계 항우울제(TCA)보다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를 우선적으로 고려토록 했다.

한편 코카인·마약·술 등 물질의 사용, 항암제, 호르몬 제제 등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평가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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