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위험요소로서 우울증 관련 검토 및 권고안

 

미국심장협회(AHA)가 지난 2월에 발표한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의 예후악화 위험요소로서 우울증 : 통합적 근거검토 및 권고안’ 성명서는 2009년 유럽정신건강의학회(EPA) 등이 발표한 성명서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AHA는 성명서에서 “다양한 연구들에서 우울증이 심혈관질환 환자들의 사망률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우울증이 ACS 환자의 명확한 위험요소로 제시되지는 않았다”면서 배경을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성명서에서는 “여러 근거들을 검토한 결과 연구 간 다변성은 있지만, 우울증을 ACS 환자의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로 인지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AHA는 우울증을 ACS의 위험요소로 확정하기 위해 관련 근거들을 검토했다. 총 53개의 개별연구와 4개의 메타분석 연구를 분석했고, 53개 연구 중 32개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12개 연구는 심장시망, 22개는 종합적 예후를 평가한 연구였다.
연구들 간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연구에서 일관되게 우울증이 예후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심혈관질환 환자 예후 악화에 일관된 결과

◇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을 평가한 연구에서 ACS와 우울증의 연관성을 평가한 연구는 4개였다. 모두 코호트 연구로 우울증 평가 방법에 차이는 있었지만 우울 증상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간 연관성이 있었다. 벡우울척도로(BDI-I) 기준으로 10점 이상군과 10점 미만군을 비교한 결과 10점 이상군에서 2년째 입원율은 1.9배, 5년째 입원율은 1.5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COPES 연구에서는 ACS 발생 1주일 내 BDI-I와 헤밀턴우울평가 모두에서 주요 우울증으로 나타난 경우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기타 위험요소를 보정했을 때 12개월째까지 이어졌다.

이런 경향은 ACS 외 심혈관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관상동맥심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ENRICHD 연구에서는 헤밀턴우울평가 결과 주요 및 비주요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들의 30개월째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했고 이는 5년째까지 지속됐다. 단 급성 사건 발생 후 12개월째까지는 우울증과 사망률 간 유의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심근경색 환자들을 평가한 PREMIER 연구에서는 2~4년 추적관찰한 결과 환자건강설문조사-9항목(PHQ-9) 평가로 우울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환자들의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았다.

이외 심근경색 후 기분장애와 예후를 평가한 EPPI 연구에서는 우울증이 6개월째 예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12개월째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는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M-HART 연구와 함께 분석한 결과에서는 심근경색 후 5년째까지 BDI-I 척도와 사망률 간 점수 대비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명서에서는 이외 EPHESUS 연구, 아일랜드 다기관 ACS 코호트 연구, 이탈리아·스웨덴 심근경색 코호트 연구, EPESE 연구, CAMIAT 연구, OACIS 연구, GLAS 연구, 캐나다·덴마크 다기관 심근경색 코호트 연구에서도 일관된 경향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들이 일관된 결과를 보이고 있지만 연구방법, 연구 대상군, 일부 연관성에 대한 부정적 결과 등 제한점을 꼽으며 이에 대한 복잡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심장사망 위험도

심장사망만 분석했을 때도 우울증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코호트 연구인 EPPI와 대조군 연구인 M-HART를 기반으로 분석한 5개 연구들에서는 급성 심근경색 후 최초 6개월 동안 우울증을 동반한 환자들의 심장사망 위험도가 5배 가량 높았다(17% vs 3%). 게다가 BDI-I 척도 점수가 증가할 수록 18개월째 심장사망 위험도도 유의하게 증가했다.

성명서에서는 “5년째 분석한 결과 주요 우울증이 있을 경우 심장사망 위험도는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BDI-I 점수가 높아짐에 따라 위험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단 “위약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BDI-I 척도로 평가한 우울증이 급성 심장사망의 유의한 위험요소로 나타났지만, 아미오다론을 대상으로 한 CAMIAT 연구에서는 유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연구에서 ACS 후 우울증이 심장사망의 위험요소라는 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며 연관성에 무게를 실었다.

◇ 종합적 사망 및 비치명적 사건

AHA가 22개 연구를 통해 종합적인 사망률과 비치명적 사건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17개 연구에서 우울증과 사망률 또는 비치명적 사건 간 연관성을 보고했다. 추가적으로 별도의 14개 코호트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성명서에서는 대표적인 연구로 ESCAPE, OACIS 연구를 꼽았는데, EACAPE 연구에서는 ACS 발생 2개월 후 주요 우울증 또는 우울증상이 있을 경우 2년째 심장 예후에 유의한 연관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OACIS 연구에서도 위험도를 보정했을 때 일관된 결과를 보고했다. 

일부 연구결과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은 없다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성명서에서는 “이들 연구는 소수를 대상으로 하거나 통계적 검증력이 없었고, 전반적으로는 연구 방법론에 상관없이 우울증이 모든 원인의 사망 및 심장사망, 비치명적 심장사건에 연관성을 보였다”고 정리했다. 메타분석 연구를 검토한 결과에서도 위험요소를 보정하지 않았을 때 우울증이 치명적·비치명적 심장사건 위험도를 2배 높였고, 심근경색 환자들만 대상으로 한 또다른 메타분석에서도 위험도를 1.6배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비교적 초기에 진행된 3개의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도가 1.8~2.6배, 심장사망 위험도가 2.3~2.9배로 나타났고, 심근경색만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는 각각 2.3배, 2.7배로 나타났다.

고위험 우울증 선별 필요

우울증은 유전적·임상특징적(phenotypical)으로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울증의 하위분류 또는 특정 증상과 ACS 후 심장사망 및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간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반적인 근거검토 과정에서 일부 상반되는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위험도가 높은 우울증의 분류가 제시된다면 이를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울증의 병력 여부가 제시되고 있다. 우울증 병력이 있는 환자가 ACS 후 우울증이 발생하면 예후가 보통의 우울증 재발 환자들보다 더 좋지 않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또 ACS 후의 우울삽화가 ACS 전 우울삽화보다 진행속도도 빠르다.

한편 성명서에서는 치료약물에 반응이 없는 경우 그리고 치료여부에 상관없이 우울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고위험군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임상에서 적용은 갈 길 멀어

성명서에서 제시하고있는 내용은 단순하지만 임상적으로 적용하기에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우울증이 ACS 환자의 예후 관련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으로, 심혈관 전문가들이 우울증의 관리, 나아가서는 치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지만, 성명서에서는 우울증의 선별검사 도구 및 절차, 선별검사의 비용대비 효과, ACS 후 우울증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다양한 근거들 중 ENRICHD 연구에서만 심근경색 후 우울증 치료에 대한 효과를 평가했지만, 사망률과 심근경색 재발률에 유의한 효과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HA는 “ACS 후 우울증 치료가 생존율을 개선시켜준다는 높은 수준의 근거는 없지만, 우울증 악화가 임상적 예후도 악화시키고, 중증 또는 지속성 우울증이 나타날 경우 통합적인 측면의 평가 및 치료가 필요하고,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에게 전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제의대 박영민 교수(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AHA의 성명서는 우울증을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을 비롯한 심혈관질환의 주요 요인으로 공식화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심근경색 후의 우울증 발병률은 15~23%, 우울증과 관상동맥질환(CHD)이 동반된 이들의 사망 위험도는 3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또 CHD 관련 연구들에서는 우울증 혹은 우울 증상이 CHD 위험 및 재발 인자로 나타나고, 관상동맥우회로술(CABG) 후 예후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AHA가 통합적으로 관련 근거들을 검토해 정리한만큼 신뢰도도 높고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연구 검토과정에서 위험요인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3개의 메타분석 연구와 최근 실시된 1개의 메타분석을 포함했는데 여기서도 우울증을 동반한 심혈관질환 발병위험도가 1.8~2.9배였다”면서 “즉 우울증이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으로 성명서에서는 관련 기전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박 교수는 “생물학전 기전을 보면 우울증이 심장자가기능의 변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활동증가, 세로토닌 수치 증가, 염증발현 증가, 오메가-3 지방산수치 감소, 스트레스로 인한 허혈 등을 발생시켜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심리행동학적 기전에도 우울증으로 인해 생긴 음식 섭취 양상의 변화, 운동량 감소, 치료 약물 순응도 감소, 사회적인 지지부족,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 등이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끼친다는 다수의 보고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보건복지부 지정 우울증중개연구센터(책임연구자 전남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재민 교수)와 보건복지부 지정 심혈관질환특성화센터(책임연구자 전남대 순환기내과 정명호 교수) 공동연구로, ACS 환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우울증에 따른 예후를 평가했고, 예비분석에서 외국 연구결과와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소견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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