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우울조울병학회 민경준 이사장

 

- 국내에서 우울증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증가세를 체감하는가?

임상현장에서 우울증 환자수가 늘어났다는 체감은 없지만, 유병률 관련 연구에서는 과거에 비해서는 확실한 증가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우울증 연구도구의 변화, 과거에 비해 정신질환에 대한 환자들의 저항감 완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전 연구조사에서는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이 미국보다 현격하게 낮았었지만,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10%대로 보고될 정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건 연구조사의 결과로 실질적으로 환자수가 증가한 것인지에 대한 고찰은 필요하다. 사회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환자 증가추세보다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에 유병률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사도구 등에 대한 영향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

- 국내 연구에서는 우울증 조절률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정신건강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병원에 방문하는 비율이 30%대로 나타나고 있다. OECD 국가들 중 방문비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39%까지 집계되고 있고, 평균적으로도 30% 초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의 절반인 15%다. 실질적으로 관리받고 있는 환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임상현장에서 여자대학생들의 방문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만성질환 환자들에서는 관련 질환으로 인한 병원 방문율이 높아 다른과 의사들이 선별해 중증 우울증이 동반됐을 경우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과시키는 경우는 있지만, 그럼에도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신체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도 우울증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지만, 병원에 오지 않는다. 일반인의 우울증 유병률이 국내외에서 10~15%로 나타나고 있지만, 신체질환이 있을 경우 30%, 질환에 따라 70%까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환자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장벽이 높아 환자들이 오지 않을 경우 점진적으로 자살 위험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 신체질환이 동반된 우울증에 대해 경각심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다수 제시되고 있는데….

실제로 신체질환으로 인해 우울증이 야기되고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노인 환자에서 자살률이 높아지는 원인으로는 외로움, 경제적 빈곤함 등이 꼽히지만 신체질환도 복합적인 차원에서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 경증 우울증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의사들이 환자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우울증 전조 증상들인 식욕감소, 우울감 등을 신체질환으로 인한 당연한 증상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외래시간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신체질환을 주로 다루는 의사들이 경증 우울증을 선별해내기가 힘든 환경이다.

게다가 비전문가들의 약물치료를 우선시하는 경향도 조심해야 한다. 신체질환 환자에서 우울증이 나타났을 때 신체질환 외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 대인갈등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약물치료와 함께 사회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치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우울증 환자는 어떻게 선별해야 하나?

우선 병원방문율이 높은 신체질환을 다루는 전문과에서 우울증을 선별 및 치료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이 관리되지 않으면 신체질환 관리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우울증이 동반되면 약물을 복용하지 않거나 병원을 가지 않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이 사망률로 이어진다. 이에 초기에 타과 의사들도 우울증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의심환자에 대해 선별도구를 활용해 결과에 따라 정신건강전문의에게 전과해 확진을 받고,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함께 진행할 수도 있다.

우울증 검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재의 우울한 기분 여부와 과거에 흥미가 있었던 것들에 대한 흥미상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데,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 이상이 해당하면 의심환자로 볼 수 있고, 불안, 불면, 식욕 및 체중변화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질문해 우울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현재 우울증 치료, 얼마나 발전돼 있나?

최근 항우울제 종류가 많아졌다. 치료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이전에는 삼환계 항우울제(TCA)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다른 기전의 다양한 약물들이 나와 있어서, 첫 번째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을 경우 다른 기전의 약물로 변경할 수 있게 됐다.

또 주요한 부작용으로 꼽혔던 체중증가도 새로운 약물에서는 개선된 양상을 보이고 있고,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추가·병용하는 전략들도 대두돼 우울증의 효과적인 치료방법들이 제시된 상황이다. 이에 과체중, 이상지질혈증, 당뇨병이 있을 경우 체중증가가 적은 항우울제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재발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호전돼도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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