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1, MT2 수용체 작용제이자 5-HT2C 수용체 길항제

 

우울증은 그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해 환자 본인에게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가족,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담이 매우 크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우울증으로 내원했던 환자의 수는 59만 명으로 이는 지난 5년새 약 20% 증가한 수치이다.

우울증 진료비 또한 2013년 기준 217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및 인식의 부족으로 내원하지 않는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까지 고려한다면,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고전적인 우울증 치료제인 삼환계 항우울제(TCA)부터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제(SNRI),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까지 다양한 약제들이 처방되고 있지만 우울증의 완전 관해에 이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효능, 효과, 이상반응 등이 문제가 됐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좀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고자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우울증 치료제의 개발이 계속해서 요구돼 왔다.

 

밸덕산(agomelatine)은 멜라토닌 수용체(MT1, MT2) 작용제인 동시에 5-HT2C 수용체에 길항작용을 하는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항우울제이다. 밸덕산 분자 하나에 멜라토닌 수용체 효능기와 5-HT2C를 저해하는 길항기가 공존하기 때문에, 두 가지 기전이 함께 작용함에 따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우울감과 불안감을 개선하고 동기부여, 열망, 흥미, 그리고 기쁨과 같은 감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밸덕산과 같이 완전히 새로운 기전을 가진 우울증 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기존의 약제들이 완전히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갈증을 밸덕산이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밸덕산의 독특한 효능은 다수의 임상연구 결과에서 나타났다. 중등증~중증의 주요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밸덕산은 위약과 비교해 치료 1주 후부터 우울증 증상 평가지표인 HAM-D17 점수를 유의하게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반응률 또한 2배 이상 개선시켰다(Eur Neuropsychopharmacol 2013;23S408, Eur Psychiatry 2013;28:S1, J Clin Psychiatry 2010:71:616-26).

또한 밸덕산은 중증의 주요 우울증 환자에서 플루옥세틴(fluoxetine)과 비교해 유의한 증상 감소 효과를 보였고, 설트랄린(sertraline)과 비교해서도 우울증 개선 효과가 뛰어났다(Int Clin Psychopharm 2010;25:305-14, J Clin Psychiatry 2010;71:109-120). 특히 단기효과를 검증한 메타분석에서 밸덕산의 항우울 효과가 SSRI나 SNRI 제제와 비교해 최소한 대등하거나 더 우수하다는 보고가 있었다(Int Clin Psychopharmacol 2013;28:12-9).

밸덕산은 현재 국내에서 비록 비급여 약물이지만, 약 20여 개의 대학병원 약사심의위원회(DC)에 통과되어 이미 처방되고 있거나 혹은 심의 중으로, 앞으로 더욱 많은 병원의 처방 약물 목록에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 치료의 진정한 새로운 패러다임, 밸덕산이 궁극적으로 환자 자신과 가족, 직장에서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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