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우울증 환자자살률 증가로 이어져

 

자살공화국.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을 빗대서 일컫는 말이지만, 슬프게도 이제는 친숙하게까지 다가온다. OECD 국가통계에서 국내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3사망원인통계’에서는 1일 40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살률이 점진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통계에서 지난해 국내 사망자수는 1만4427명으로 2012년 대비 1.9% 증가했고, 인구 10만명 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수는 28.5명으로 2012년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31명, 2010년 31.2명, 2011년 31.7명보다는 감소했지만, 2012년 28.1명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에서는 자살이 1위의 사인이었다.

사회적으로 높은 자살률이 부각되면서 자살의 주요 위험요소인 우울증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자살 예방을 위해 사전에 우울증을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국내 우울증 유병률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2011년 전국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에서 1년 내 1회 이상 정신건강질환을 경험한 비율은 16%로 나타났다. 이전 조사결과인 2006년의 통계와 비교해 22.9% 증가한 수치다.

18세 이상 성인에서 평생 1회 이상 정신건강질환을 경험한 환자 비율도 27.6%로 1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에만 초점을 맞춰도 이런 경향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우울증 유병률은 6.7%로 2001년에 비해 1.5배, 2006년과 비교했을 때도 19.6%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역학조사에서는 우울증과 자살관련 행동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명시하고 있다. 우울증에 영향을 받는 경향은 여성에서 더 많이 나타났는데 자살사고 경험여성 중 32%가 기분장애 병력이 있었고, 자살계획 시도여성에서는 49.2%, 자살시도 여성에서는 49.6%로 높은 연관을 보였다. 즉 높은 우울증 유병률이 자살률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우울증 관리로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신체질환과 우울증 동반, 상호 위험도 높여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자살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등 신체질환에서 동반될 위험도가 높다는 점은 일반인들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간과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체질환과 우울증 간 상호 연관성에 대해서는 다수의 근거들이 제시돼 있고, 국내외 관련 학회에서는 가이드라인 및 성명서를 통해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국내 우울증임상연구센터가 발표한 ‘우울증의 진단과 평가’에 대한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우울증 발생 위험도가 2.09배, 3가지 이상 신체질환이 동반됐을 때는 위험도가 4.09배까지 높아진다고 제시하고 있다.

유럽정신과학회(EPA)·유럽당뇨병학회(EASD)·유럽심장학회(ESC)는 2009년 우울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등 중증 정신건강질환과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이 동반된 상황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성명서에서는 중증 정신건강질환 환자들에서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뿐만 아니라 심혈관 사망률도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울증의 경우 관상동맥심질환 위험도가 유의하게 높았고, 심근경색 위험도는 4.5배까지 높았다. 당뇨병 위험도 역시 2.2배 높았다. 조현병 환자에서도 일관된 경향이 나타났다.

중증 정신건강질환의 치료약물 역시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에 대한 위험요소로 꼽혔다. 항정신병약물을 복용하는 중증 정신건강질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최고 3배까지 증가했고, 뇌졸중도 최고 2.5배, 당뇨병도 1.32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우울증과 신체질환 사이의 연관성과 동반했을 때의 환자 예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들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유럽심장학회(ESC),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학술대회에서도 성명서의 내용과 맥락을 같이하는 다수의 연구들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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