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우울증 최신 치료전략 집중 논의

 

대한정신약물학회(이사장 박원명)가 ‘정신건강질환 약물치료 업데이트 2014(Update of Psychopharmacotherapy 2014)’를 주제로 추계학술대회 및 연수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필두로 학계에서 주요 논제가 되고 있는 노인의 양극성장애, 주요 정신건강질환으로 인한 인지기능장애,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치료전략까지 폭넓은 분야의 최신 지견들이 소개됐다.

노인 우울증

평소 우울증을 겪었던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가 최근 향년 63세로 별세했다. 경찰은 윌리엄스의 사인을 자살에 의한 질식사로 공식 발표했다. 실제로 그는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까지 식욕부진과 지속적인 불면 등의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200만 명이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고, 자살률도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그렇다면 급격한 노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떨까? 2012년 발표된 연령별 자살률에 관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만 명당 70대는 73.1명, 80대 104.5명으로 조사됐다.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경제적인 어려움, 정신적·육체적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증가하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인 우울증은 진단하기 매우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노인 대부분이 우울증 증상을 단지 신체 노화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이런 증상만으로 검사를 실시할 경우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안정제 정도만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정제는 우울증 치료제가 아니다.

이에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석 교수는 노인 우울증에 있어서의 약물요법, 특히 ‘똑똑한 항우울제’ 사용을 강조했다. 김태석 교수는 대한정신약물학회 추계학술대회서 ‘Antidepressants for the Late-life Depression’이라는 주제로 노인 환자에서의 약물사용 원칙을 공유했다.

김 교수는 먼저 뇌졸중,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공존 신체질환으로 인한 과다 약물 복용을 지적했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 이외의 다른 임상과에서 신경성 가능성을 염두한 항불안제 처방은 물론 항우울제, 통증조절 약물 특히 삼환계 항우울제(TCA) 등의 사용이 빈번하다”면서 “환자 가운데는 신체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을 복용 중이거나 건강보조식품을 남용하는 경우도 많아, 약물 치료에 앞서 이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우울감 발생과 관련 있는 약물에는 베타 차단제, 벤조디아제핀계, 스타틴 계열(지질 저하제), 항콜린제제(위장 질환 치료 사용) 등이 있다”면서 “우울증 치료에 있어 이 같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본 뒤 항우울제 등을 처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우울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약물에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파킨슨병 치료제, 호르몬 조절제, 정신자극제, 항경련제, 프로톤 펌프 억제제와 H2 차단제 등이 있다.

더불어 그는 항우울제 사용에 있어 부작용 역시 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력학과 약동학의 변화·공존 신체질환 빈도 및 복용 약물 증가·치료 순응도 문제 등으로 인해 항정신성 약물 부작용 빈도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김 교수는 약물 사용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최소 용량으로 시작해 천천히 증량 △약물 농도 문제를 염두해 한꺼번에보다 분복 △순응도 문제를 고려한 복용 방법이나 횟수 단순화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적절한 처방이 있다.

더불어 항우울제는 빈번한 부작용이 무엇인가에 따라 선택되는 경향이 높은데, 항콜린(anticholinergic) 효과나 진정(sedative) 작용이 빈번한 약물은 항상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약물 치료 시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를 고려해 처방해야 하며 항우울제마다 약물 부작용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항우울제 선택에 앞서, 약물 각각의 특별한 장점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양극성 동반 우울증

양극성 경향을 보이는 주요 우울증 환자에서 항우울제를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치료 반응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의대 백병원 박영민 교수는 대한정신약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양극성 경향을 보이는 주요 우울증 환자가 비양극성 경향의 환자보다 항우울제 단독요법에 대한 치료 반응성이 더 낮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DSM-4로 진단된 주요 우울증 환자 96명을 대상으로 양극성 경향군과 비경향군으로 분류한 뒤, 항우울제를 투여한 후 2~8주 동안 치료 반응성에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분석했다. 항우울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단일요법으로 사용했다.

치료에 앞서 대상군은 기분장애 질문지 ‘The Mood Disorder Questionnaire(MDQ)’, 우울 및 삶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Hamilton-Depression Scale(HAMD)’, 우울척도검사지 ‘Beck Depression Inventory(BDI)’ 작성을 시행했다. 이들 평가도구를 통해 N100을 측정해 Loudness Dependence of Auditory Evoked Potential(LDAEP)를 계산했다. LDAEP는 뇌 속의 세로토닌 활성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값이 높을수록 세로토닌 활성도는 저조하고, 값이 낮을수록 세로토닌 활성도는 높다.

분석결과, MDQ에 의해 양극성 경향군과 비경향군으로 구분했을 때 비경향군에서 치료 반응성이 더 우수했다. 또한 양극성 경향군에서는 항우울제에 의한 조증 전환을 보인 환자는 없었고, 경조증 전환을 보인 환자는 2명이었다. 반대로 비경향군에서 조증 및 경조증 전환을 보인 환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DSM-4에서 주요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양극성 경향군에서 항우울제 단독요법의 치료 반응성이 비경향군에 비해 떨어졌다”면서 “하지만 향후 양극성 경향을 보이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시행돼 인과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PTSD

PTSD는 학회 첫 세션인 ‘Awakening Symposium’의 주제로 다뤄져 관심을 모았다. 연자로 나선 전북의대 양종철 교수(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PTSD는 우울증을 비롯한 다른 정신건강질환과 달리 결과가 아닌 원인으로 인해 진단되는 질환으로 명확한 치료 모듈(module)이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며 장기적으로 큰 틀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초기 급성 단계에서의 스트레스 장애에 높은 강도의 중재전략을 시행하는 것보다 우선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후 치료전략을 통해 만성화를 예방하며 궁극적으로 트라우마(trauma)를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연자인 고려의대 전상원 교수(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여기에 더해 PTSD의 관리전략에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 PTG)에 대한 개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PTG는 외상을 겪고난 후 생기는 개인의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 교수는 “PTG 정도를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척도는 없지만, 여러 연구들에서 PTSD 완치에도 효과가 있고 PTSD와도 공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PTSD 치료에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PTG에 연관된 신경학적 요소들도 소개됐다. 신경내분비에 작용하는 CRH 길항제는 PTSD와 PTG에 혜택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코르티졸은 PTG가 낮을 때 과다 지속분비되는 양상을 보였고 DHEA는 반대로 PTG가 높을 때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DHEA의 경우 주요 우울장애에서도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테스토스테론도 PTG를 유도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일관된 결과들이 도출되지는 않고 있다.
신경화학적 측면에서는 도파민이 과다·과소분비되는 경향 모두 PTG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세로토닌은 어린시절 스트레스로 인해 CHR, 코르티졸 분비로 이어져 성인 시기의 심리 회복력(resilience)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 양극성장애

노인 환자의 양극성장애 관련 세션에서는 젊은 시기의 양극성장애 환자들과 60~65세 이상 노인 양극성장애 환자 간 차이에 대해 논의됐다.

먼저 계요병원 손인기 과장은 노인 양극성장애 환자의 특징으로 다양한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손 과장은 “노인 양극성장애 환자는 플래밍험 뇌졸중 위험도 점수도 젊은 성인의 양극성장애 환자들보다 높게 나타나고, 영상의학검사에서도 백질강영상(White Matter Hyperintensity)이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며 뇌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인지기능 평가에서도 노인 양극성장애 환자들이 대조군보다 베이스 라인에서 낮게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발병한 시기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의대 김문두 교수(제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50대 이전에 양극성장애가 발생하는 환자들에서는 가족력의 영향이 크지만, 50대 이후에 발생하는 환자들은 신경학적 장애가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늦은 시기에 발병하는 양극성장애도 초기에 발생하는 양극성장애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정신사회적 기능이상이 동반되는 비율이 높으며 비정형적인 특징을 보인다”고 부연했다 .
비정형적인 특징들로는 기분변화, 식욕증가 또는 체중증가, 과도수면 등을 꼽았다.

미르타자핀

주요 우울장애 치료와 관련해서는 미르타자핀(mirtazapine)에 대한 세션이 별도로 마련돼 진행됐다. 미르타자핀은 노르에피네프린성 선택적 세로토닌 제제(NaSSA)로, 기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와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로 소개됐다.

인제의대 김 원 교수(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미르타자핀은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NaSSA 계열의 항우울제로, 무스칼린 a1 아드레날린에 작용하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미르타자핀은 불안장애, 공황장애, 통증장애, 암, 조현병, 성기능장애, 위장관 증상 등을 동반한 우울증 환자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SSRI나 SNRI와 비교했을 때도 동등한 효과를 보이면서 부작용은 크게 높이지 않았다”며 긍정적인 측면에 무게를 실었다. 게다가 플루옥세틴 단독요법과 미르타자핀 포함 병용요법을 비교했을 때도 높은 효과를 보였다.

특히 김 교수는 타 계열 약물과는 다른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SSRI 제제인 플루옥세틴, 파록세틴, 설트랄린, 에시탈로프람에서 경증~중등증으로 나타나는 약물 상호작용, 성기능장애, 수면장애, 세로토닌 증후군 등의 유해사건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단 체중증가와 안정효과가 중간 정도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삼환계 항우울제와 같은 체중증가, 안정(sedation)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고령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의대 우영섭 교수(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도 “전반적인 효과는 삼환계 항우울제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위약군과 비교한 연구에서 유해반응도 과도한 안정, 입마름, 식욕감소, 체중증가, 졸림 등으로 삼환계 항우울제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 교수는 미르타자핀이 빠르게 발현하는 약물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SSRI와 비교한 연구에서 플루옥세틴, 시탈로프람 등의 약물과 비슷한 우울 증상 감소 효과를 보였지만, 급성기에서 유의한 감소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SNRI 제제와 비교한 연구에서도 보였다. 벤라팍신과 비교했을 때 큰 폭은 아니지만 우월한 차이를 보였고 초기에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심질환 환자들에 대한 우울·불안·분노장애 치료효과

원광의대 이상열 교수(원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포스터 세션에 관상동맥심질환 환자들에 대한 정신건강질환 치료효과를 평가한 연구를 발표했다.

관상동맥심질환과 정신건강질환 간 연관성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단일기관 연구지만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근거를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연구는 대학병원 심혈관센터에서 심혈관질환 관련 약물을 처방받고 있는 관상동맥심질환 환자 135명을 대상으로 했다.

135명 중 92명이 높은 수준의 우울증, 불안장애, 분노장애를 보였다. 이 중 연구팀은 45명을 통합적 치료군과 기존 치료군으로 무작위 배분해 비교했다. 통합적 치료군은 심혈관 약물치료와 함께 3개월 동안 1주 2회 정신건강치료를 시행했다.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는 우울증은 벡우울척도(BDI), 불안장애는 STAI, 분노장애는 STAXI 척도로 평가했다. 베이스 라인에서 양 치료군 간 우울증·불안·분노장애 정도에 차이는 없었다.

3개월 후 평가에서 우울증·불안·분노장애는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노 표출 조절률도 기존 치료군보다 개선된 양상을 보였다.

이에 연구팀은 “심장재활센터에서 관상동맥심질환 환자에서 정신건강학적 중재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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