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
"초기 집중조절 장기적 혜택과 설폰요소제 효과·안전성 재조명"

▲ 김신곤 교수(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최근 발표된 ADVANCE-ON 연구는 혈압에 이어 혈당조절 측면에서도 임상현장에 중요한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밖으로 보이는 결과에 국한하지 않고, 속으로 들어가 연구의 행간을 읽으면 몇 가지 중요한 팩트가 부각된다.

이를 읽어내 새로운 메세지, 즉 어젠다를 임상현장에 각색•전달해 주는 것이 임상 의학자들의 몫이다. 내분비계의 석학인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는 ADVANCE-ON에서 읽어내야 할 메세지를 두 가지로 크게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혈당조절을 통한 미세혈관 및 대혈관합병증 혜택의 특성이고, 두 번째는 이 연구를 통해 그 간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던 설폰요소제 기반요법의 효과 및 안전성을 재조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ADVANCE-ON 연구와 관련해 "혈당조절의 대혈관 합병증 혜택은 초기 집중조절을 적용해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점과 동시에 설폰요소제, 특히 글리클라지드가 장기적으로 심혈관 위험 없이 안전하게 혈당조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약물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환자의 신장질환, 사망과 삶의 질에 영향"
"집중 혈당조절이 CKD•ESRD 장기적 개선에 기여"

- ADVANCE-ON 연구에서 혈당조절의 결과는?

 
- ADVANCE-ON은 ADVANCE 연구에 기원을 둔다.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과 혈당조절의 미세혈관 및 대혈관합병증 임상혜택을 검증한 임상연구다. ADVANCE 5년관찰에서는 신장병증을 21%(P=0.006) 감소시킨 것이 크게 기여해 글리클라지드 기반 요법(집중조절) 그룹의 미세혈관합병증이 표준요법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상대위험 14%↓, P=0.01). ADVANCE-ON, 즉 10년관찰 시점에서는 집중조절군의 말기 신부전(ESRD)이 46%(P=0.007)까지 감소하면서, 신장 관련 임상혜택이 장기적으로 유지•개선됐다.

- 신장 관련 합병증이 크게 준 이유는?

- 혈당조절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표준과 집중조절군 간에 0.7%의 당화혈색소(A1C) 차이가 있었다. 혈당감소가 신장병증의 진행을 막거나 지연시켰을 것이다. DCCT와 UKPDS에서도 일관된 경향이 관찰됐다. 글리클라지드는 기전 상 잠재적인 항혈전 효과 등 혈당조절을 뛰어 넘는 부가적 혜택이 보고돼 왔는데, 이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연구만을 놓고 약제의 특성이 신장병증 혜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힘들다.

- ESRD의 장기적 혜택은 임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나?

- 만성 신장질환(CKD)은 당뇨병과 함께 심혈관질환과 대등한 위험도로 분류된다. 당뇨병에 CKD 또는 ESRD가 동반되면 심혈관질환은 물론 사망 위험이 가중된다. 특히 ESRD 환자는 투석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든 만큼 삶의 질과 밀접히 연관된다. 당뇨병 환자에서 ESRD를 줄인다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삶의 질 개선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혈관합병증 개선, 벼락치기 혈당조절로는 안돼•••지난한 노력 필요"
"10년 잘 다스리면, 이후 10년 심혈관질환 걱정 더는 것"

- 혈압과 달리 대혈관합병증을 개선하지 못했는데!

- 현재의 결과만 가지고 혈당조절이 대혈관합병증, 즉 심혈관질환 감소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은 섣부른 판단이다. 혈압과 지질조절이 당뇨병 환자의 대혈관합병증에 단기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면, 혈당조절은 미세혈관합병증에는 같은 이치이나 대혈관합병증에 있어서는 장기적인 승부를 걸어야 한다.

DCCT•UKPDS 연구와 대사기억(metabolic memory) 개념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들 모두 본 연구 10년에 더해 추가적인 10년까지, 총 20년 시점에서 대혈관합병증 혜택이 관찰됐다. DCCT는 30년까지 혜택이 지속됐다. 적어도 혈당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5년으로는 안되고, ADVANCE-ON의 10년도 부족하며, 20년 정도는 가야 한다. 이 것이 대사기억, 즉 유산효과의 결과다.

- 더 장기적으로 보면 심혈관질환 혜택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 유산효과를 논할 때는 장기적 관찰 외에 초기 집중조절이라는 조건이 추가된다. 고혈당 초기에 집중조절을 적용하고, 그 결과를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혈당이 지속돼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가 초래된 다음에는 적극적인 혈당치료로도 되돌리기가 힘들다. 대사기억이 고착되기 때문이다.

DCCT는 20대, UKPDS는 50대 초반에 당뇨병 이환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아 혈관의 변화가 덜했던 초기에 집중치료가 가능했다. 반면 ADVANCE는 연령대가 50대 후반에 이환기간 역시 7년 정도로 고혈당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여기에 연구 당시 표준•집중 혈당조절군 모두에 심혈관질환 예방에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지질•혈압약제가 기본으로 처방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ADVANCE-ON 관찰을 보다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이유다.

- 환자가 혈당조절 통한 대혈관합병증 혜택에 의문을 던진다면?

ADVANCE-ON에서는 10년 동안 대혈관 혜택을 보지 못했지만, 그 간의 혈당조절 노력으로 향후 10년 인생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개연성을 보인 연구가 있다. 이를 잘 설명하면 된다. 혈당조절을 통한 대혈관합병증 혜택은 벼락치기, 즉 단판승부로는 안 된다.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의술(醫術, art of medicine)이 필요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설폰요소제 심혈관 안전성 증명한 것"
"혈당조절 지속성도 장기적으로 관찰돼"

▲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
- ADVANCE 연구에는 신계열 약제와 비교대상인 설폰요소제가 기본요법으로 사용됐는데!

- ADVANCE와 ADVANCE-ON 연구에서는 혈당조절과 관련해 두 가지 팩트를 읽을 수 있다. 하나는 대혈관합병증 혜택으로 앞서 설명했다. 두 번째 메시지는 설폰요소제, 특히 글리클라지드 기반 요법을 통해 심혈관 및 사망 위험 없이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구(舊) 약제라는 이미지와 함께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던 설폰요소제의 혈당조절 효과(durability)와 안전성(safety)이 신(新) 약제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것을 두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 두 연구는 설폰요소제와 관련해 그 간 제기됐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킨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주 요법으로 사용된 글리클라지드는 신장병증으로 대변되는 미세혈관합병증을 장•단기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여기에 본 연구 5년에 더해 10년까지의 관찰에서 심혈관질환(대혈관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을 줄이지는 못했으나, 그렇다고 증가시키지도 않았다. 현재까지는 중립적 효과를 보이며 타 약제 대비 비열등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인크레틴 기반요법과 관련해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큰 과제인데, 일련의 연구들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장기적으로 입증한 사례도 그리 많지 않다. 글리클라지드는 ADVANCE-ON 연구를 통해 역설적으로 장기적인 심혈관 안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 ACCORD에서 보고됐던 저혈당이나 사망 위험은?

- 저혈당은 대조군 대비 높았으나, 전반적으로는 매우 낮았고 사망이나 심혈관사건 등 하드 엔드포인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설폰요소제 중에 글리클라지드가 대표적으로 저혈당이 낮은 약제라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설폰요소제를 2차선택으로 권고하면서 글리클라지드 등을 우선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망률 또한 집중치료에도 불구하고 ACCORD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

- 혈당조절의 지속성(durability)도 읽을 수 있나?

- ADVANCE에서는 5년관찰까지 글리클라지드 기반 요법(집중조절군)의 평균 A1C가 6.5% 대로 표준조절군(7% 대)과 비교해 0.7%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이러한 혈당강하 효과는 그 차이가 없어진 5년 추가관찰 시기까지도 미세혈관 합병증을 줄이며 혜택을 지속했다.

설폰요소제와 인크레틴 요법을 비교한 대부분의 임상연구들은 1년 시점까지만 혈당조절 지속성의 차이를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2년까지 가면 이러한 차이가 모두 사라지며, 5년까지 장기적으로 비교한 임상근거는 전혀 없다. 신•구약제 간에 혈당조절 지속성의 차이가 있다는 말은 근거 없다는 것이다.

- 향후 고혈당 치료에 있어 설폰요소제의 역할은?

- 설폰요소제는 신계열 약제의 등장 이후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임상근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설폰요소제가 인크레틴요법과 비교해 췌장 베타세포 기능 보전에 있어 열등하다는 주장도 동물실험 또는 실험실 데이터에만 근거한 것이고, 이 또한 초고용량을 사용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

동물실험에서 인크레틴 기반 약제를 초고용량 투여하면 췌장 베타세포의 양을 증가시켜 췌장 기능 보전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췌관세포의 양 또한 증가시켜 췌장염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두 계열 약제의 베타세포 기능 보전의 측면을 궁극적으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일 대 일 비교•임상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하는데, 아직 이런 연구는 없다. 현재 진행 중인 CAROLINA 연구(설폰요소제인 glimepiride와 DPP-4억제제인 linagliptin의 비교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보다 분명한 애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베타세포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특정 약제가 아니라 고혈당 그 자체이다. ADVANCE-ON 연구를 통해 설폰요소제의 장기적인 혈당조절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환자특성에 따라 적재적소에 필요한 약제를 선택하는 의술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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