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에게 총체적 서비스 제공 ... 트렌드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 걸릴 듯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기업들이 도입한 '서비스 디자인'이 병원에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기술중심 경영에서 인간중심 경영으로 변모하면서 다시 디자인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가 병원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서비스 디자인은 무엇일까? 지난 10월 30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의료경영연구소 제 13차 학술세미나에서 권영대 교수는 "서비스 디자인이란 사용자에게 총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디자인"이라 정의했다.

또 "2년 전 대학원에 서비스 디자인 과목을 개설하면서 망설인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와 생각하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며 "서비스 디자인은 의료기관 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병원의 경쟁력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서비스 디자인은 사용자의 요구를 바탕으로 고객을 잘 이해하고 통찰하는 것이고 디자인적 사고와 방법론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과 도구를 결합한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각, 관점, 태도 등을 바탕으로 하는 혁신이고 고객에게는 편리와 안전, 재미를 주고 제공자에게는 효율성과 효과성, 충성도를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것이 권 교수의 설명이다.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 디자인 서비스 도입

몇몇 병원에 서비스 디자인을 도입하고 있는데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리모델링 작업이나 강북삼성병원의 기도실 설치, 베스티안병원의 진료 여정 재구축 작업, 동부병원의 환자 존중형 외래 진찰실, 부천성모병원의 뇌졸중센터 환자경험 개선 등이 서비스 디자인 작업 중 시스템을 개선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서비스 디자인 중 전담조직을 설치해 개선한 병원으로는 강북삼성병원 서비스 디자인팀과 세브란스병원이 창의센터, 서울아산병원의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등이 있다.

디자인케어의 구정하 대표는 서비스 디자인을 하려면 다학제적 팀구성이 필수적이라 강조한다. 각기 다른 직역에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병원의 서비스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구 대표는 "병원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실행할 때는 매우 비논리적인 일처럼 보인다. 마치 유치원 놀이 같기도 하다"며 "병원에서의 거의 모든 일은 정량적인 일인데. 서비스 디자인은 정성적인 방법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더 어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는 서비스 디자인 작업을 한 성공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직접 작업에 참여한 박익성 부천성모병원 교수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예약하기 어렵다는 것과 외래진료 대기시간이 평균 30분 이상 지연, 많은 검사와 짧은 설명 등이 환자들이 갖는 불만이었다"며 "설문조사 결과 치료 만족도가 90%임에도 병원을 재방문할 의사가 70%, 병원에 있는 의사를 추천할 의사가 30~60%로 조사됐다. 결국 고객 충성도가 하락하고 장기 전망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뇌졸중센터에 대한 서비스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서비스 디자인 작업 과정을 쉽지 않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지난 6월 3일부터 7월 29일까지 신경외과 교수 2명, 병동 UM 3인, 외래-응급실 UM, 영상-병리-진단 기사, 협력센터-CS 팀장이 참여하는 팀이 움직여야 했고, 시간을 쪼개 토론을 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팀원들과 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또 관찰을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고 정의하는 시간과 개선에 필요한 시간을 가졌다"며 "뇌졸중센터의 의료서비스 디자인을 위해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들을 위해 토론을 진행해 결국 환자중심으로 뇌졸중센터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서비스 디자인을 비교적 빨리 도입했다고 알려진 베스티안병원은 병원에 맞는 서비스 디자인을 하는 곳이다. 신현경 베스티안병원 이사는 "서비스 디자인은 전문가가 너무 많고 해석도 많아 처음에는 방향성을 잃어버렸던 적이 있었다"며 "병원에 맞는 서비스 디자인을 위해 금방 병원에 적용할 수 있고 비용이 최소한으로 드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또 "서비스 디자인 적용 이후 직원들이 환자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서비스 디자인은 병원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또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디자인 한계도 분명

새로운 바람으로 병원에 불고 잇는 서비스 디자인은 기대만큼 걱정도 많다. 1990년대 몇몇 기업이 디자인을 경영 키워드로 잡고 의욕적인 시작을 했지만 포괄적인 접근이라 시장창출을 하지 못하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 바 있다.

▲ 서비스 디자인 사례

또 서비스 디자인이란 개념의 정의가 모호하고 병원들이 하고 있는 QI 활동이나 식스시그마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시장에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지 않은 것도 한계로 보인다.

권영대 가톨릭의료경영대학원 교수는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있지 않고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서비스 디자인이 디자인적 사고와 방법론이 주축을 이루는데, 기존의 아이디어를 디자인에 현혹돼 미적인 아름다움 추구하는 부분도 있다"고 우려한다.

넘버원어쏘싱이츠 이수진 대표는 서비스 디자인은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병원의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만 좋게 하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병원이 문제가 되는 명확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고,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한다"며 "정확한 문제 지점을 고침으로써 효율을 높이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을 전달하기 위한 환경의 변화인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서비스 디자인은 정보와 혹은 사람과 친해지기인데 우리나라 병원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직원들이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다. 맨 윗사람 의지와 실무자들의 의지가 맞아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중소병원이나 개원가에는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서비스 디자인이 갖는 취약점이다.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한 바 있는 GF소아과 김우성 원장은 "서비스 디자인 교육을 받고 병원에 도입했을 때 내부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직원들도 도움이 많이 됐다"며 "서비스 디자인이 끝난 후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었지만 상품이나 서비스에 접목하지 못했다. 비용 부분이 어려웠고, 서비스로 연결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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