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서 집중 논의·가이드라인도 개발 중

▲ (왼쪽부터)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총무이사, 박미영 회장, 김상윤 이사장, 박기형 홍보이사

치매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행동정신증상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학계가 고심하고 있다.

8일 대한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만난 대한치매학회 김상윤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은 "치매 환자라고 하면 흔히들 기억력저하, 길찾기장애 등과 같은 인지기능 저하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 보호자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증상은 행동정신증상"이라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유지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수"라고 말했다.

행동정신증상이란 기억력 저하, 언어장애, 실행능력의 감퇴, 길찾기장애 등의 인지기능 저하를 제외한 각종 행동 및 신경정신 증상들을 의미한다. 초조, 안절부절못함, 공격행동, 반복행동, 배회 등의 행동증상과 망상, 환각, 우울증, 불안, 조증, 무감동, 의욕저하와 같은 정신증상, 수면장애, 섭식장애, 비정상적 성정적동 등이 모두 포함된다.

김 이사장은  "치매가 진행하는 동안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한 가지 이상의 행동정신증상을 보인다"며 "이로 인해 보호자들은 심각한 신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 결국 환자를 요양보호시설에 보내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상의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에 의료진들조차 경험이 부족하고, 현재로서는 이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지침이나 치료, 평가방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각 기관에서 사용하는 용어조차 통일돼 있지 않다.

그는 "보호자가 치매 환자의 행동정신증상을 이해하는 것은 치료경과에 매우 유용하고, 여기에는 치매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들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학회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치매 환자의 행동정신증상'을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로 선택하게 된 것도 그러한 배경에 따른 것으로, 학회의 여러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치매의 비인지기능적 증상에 대한 개념과 관련된 최신 지견을 정리하자는 취지다.

특히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로 배정된 패널토의 시간에는 환자들의 영상자료를 함께 보면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고, 여기서 논의된 사항들을 중심으로 치매 환자들을 만나는 보호자와 의료진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근 학회 박기형 홍보이사를 중심으로 연구회를 조직하고 가이드라인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며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책자가 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환자들의 행동정신증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약물적 치료에 대한 내용이 주로 담길 예정이다.

약물치료는 보호자나 환자 스스로에게 육체적 위해가 가해질 수 있는 중등도 이상의 행동정신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한해 최소 기간 동안만 시행돼야 하고, 비약물적 치료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나 고립감 등이 치매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늘 덮고 자던 이불을 제공한다거나 라디오 소리와 같은 약간의 소음을 들려주고, 취침 시 미등을 켜두는 것과 같은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증상조절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박기형 홍보이사(가천대길병원 신경과)는 "행동정신증상은 환자가 처한 환경이나 살아온 배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개별적으로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비약물치료의 중요성을 보호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도 학회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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