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명 중 1명 헤어나지 못해…환자 느는데 치료율 제자리

우리나라는 국민 8명 중 1명이 알코올·마약·도박·인터넷 등 소위 4대 중독에 빠져 있는 심각한 중독사회로 불리고 있다. 즉 국민 5000만 명 가운데 618만 명 가까이가 중독자인 셈이다.

중독문제는 청소년의 사회적 일탈과 생활 장애를 야기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불법행위와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등 사회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런 심각성으로 지난달 30일 K호텔에서 열린 OECD 국제심포지엄&정신보건관계자 워크숍에서도 중독을 주요 이슈로 다룬 바 있다.

이에 DSM-5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가장 치명적인 알코올·도박 중독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아직 정식 질환으로 간주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여러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 중독의 증상 및 치료 전략도 함께 살펴봤다.

도박중독 '거짓말 먼저 파악하라'

먼저 도박중독은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의 진단기준을 보면 총 9가지로 △도박에 집착 △내성 △조절실패 △금단 △부정적 결과까지는 DSM-4와 동일하지만, △회피성도박 △추격도박 △거짓말 △채무가 특별 유형으로 추가됐다.

진단기준 가운데 조절실패와 거짓말이 가장 중요해 이 두 가지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환경관리를 철저히 하고 도박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변화에 핵심을 두고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9가지 모두 해당될 때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인식도와 적극성을 먼저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도박은 한 번 시작하면 영원히 끊지 못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라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가 어떻게 치료를 받고 있는지 과정을 중시하는 등의 장기적인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는 △인지행동과 동기강화 △환경적 제한 △가족치료 △집단치료 △약물치료 등이 환자의 심각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시행된다.

이 중 약물치료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기분조절제,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 등을 이용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약물 복용을 거부해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어려울 때도 많아 상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반면 약물치료만으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인지행동기법 등과 병용요법하는 것이 치료 개선율을 높인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이 쉽게 돈을 딸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를 통해 이런 생각들을 고쳐나가자는 것이다.

현재 흔히 사용되고 있는 인지행동치료는 △인지적 교정 △문제해결기술 훈련 △사회기술 훈련 △재발방지의 4단계로 구성돼 있다.

알코올 사용장애 '갈망', 진단기준에 추가

알코올 사용장애(Alcohol Use Disorder, AUD)는 술에 대한 내성과 금단 증상에 의해 알코올 남용과 의존이라는 2가지 진단으로 분류했지만, DSM-5로 개정되면서 하나로 통합됐다. 또 술에 대한 강한 열망 및 갈망이 진단기준에 새로이 추가됐고, 기준 역시 중증도 개념으로 구분했다.

DSM-5에서는 AUD를 회사나 학교 집에서 주요한 역할을 잘하지 못할 만큼 반복적인 음주를 하거나, 사회 및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킴에도 지속적으로 음주 행동을 하는지를 눈여겨보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임상적으로 심각한 장애 수준을 보이면서 12개월이내에 표에서 제시한 증상 가운데 2개 이상 나타날때 AUD 진단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

 

AUD 치료 역시 동기강화 치료(MET)와 인지행동치료 및 사회기술훈련을 통해 음주 요인을 분석하고 대체행동을 개발한다. 구체적으로 스트레스 대처훈련, 자기주장훈련, 이완훈련, 명상 등을 실시한다.

반면 AUD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환자는 심리치료를 진행해 개인고민과 갈등을 깊이있게 다뤄 심리적 갈등을 완화시켜준다. 이외에도 술과 불쾌한 혐오적 장면을 반복해서 상상하는 조건형성을 통한 행동치료적으로 접근하거나, 자조집단을 통해 알코올 의존자들의 회복을 위한 극복 동기를 자극 시켜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알코올 의존이 심한 환자의 경우에는 입원 치료를 통해 금단현상을 줄일 수 있는 진정제를 투여하거나,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한림의대 춘천성심병원 이상규 교수는 "중독질환 가운데 도박과 알코올 중독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병원을 찾는 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무엇보다 치료에 있어서 환자의 자발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질환 치료에 대한 다각적인인 접근은 물론, 중독문제의 원인을 생물·심리·사회과학적인 방법으로 규명하는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환자 마음 속 변화 읽어야

최근 알코올과 도박만큼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중독질환이 있는데 바로 '성 중독'이다.

성 중독이란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성관계를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원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현대에는 인터넷이나 영상 매체를 통한 성적 모험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성 중독증'이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성 중독증은 오래 전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질환인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의 대상이 돼왔지만, DSM은 대규모 연구에 따른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하에 성 중독을 질환의 범주에서 제외했다.

즉 음란물을 자주 본다고 할 경우 어느 정도 음란물에 빠져야 정신건강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 성관계를 얼만큼 자주하고 성에 탐닉해야 질환으로 판정을 내릴 수 있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성 중독으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어 정신건강질환으로의 분류가 충분히 가능하고, 적극적인 치료 역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성적 행동으로 인해 의학적 법적 대인관계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지속적으로 자기 파괴적이거나 위험도가 높은 성적 행동을 추구 및 조절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일시에는 성 중독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성적 행동을 중지하려는 시도를 반복함 △1차적 적응 기전으로 성적 강박이나 공상을 사용함 △성적 행위에 대한 욕구 증가 △성적 행위와 연관된 심각한 기분 변화(우울, 황홀감) △성에 관한 시간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경우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성 중독에 대한 치료는 대개 △CBT·MET 등을 이용한 인지행동치료 △그룹치료 △가족치료 △심리치료 △환경적 제한 △약물치료 등이 이뤄진다.

특히 성중독자들의 모임인 SAA는 12단계를 설정해 서로 자신의 성 중독을 고백하고 상호지원하는 방법을 통한 치료를 행하고 있다. 2010년 3월 SAA 한국지부가 결성한 성중독자들 모임도 있다.

아울러 성 중독 역시 일종의 강박증이기 때문에 날트렉손,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리튬 등을 이용해 대뇌가 관장하는 충동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치료자도 성중독자의 치료 목표를 섹스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아닌 파괴적인 성적 행동을 중단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것에 초점을 두고 성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정서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환자와 성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문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질문과 효과적으로 경청하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나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천영일 교수는 "물질 중독은 물질을 찾아야 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성중독은 언제 어디서나 머리 속으로 바로 탐닉할 수 있다"면서 "이에 치료자는 환자의 성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매우 사적인 환자의 마음 속 변화까지도 함께 탐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강한 치료 동맹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