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제왕절개 할수록 적자...다른 수술도 중증환자시 최대 백만원 손실..."조금만 잘못 청구해도 삭감"

7개 질환군 포괄수가제(DRG) 전면시행시 상급종합병원에서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됐다. 실제 부산대병원에서 공개한 DRG 수술별 진료비 자료에 따르면, 중증도 환자일 경우 환자 1명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백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제왕절개나 항문수술의 경우에는 중증 환자가 아님에도 전체적으로 '수술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기형적인 패턴이 나타났다.

적자가 나는 것도 문제인데, DRG 수술의 경우 코딩을 상향해 청구했거나 다른과 진료분을 따로 청구할 경우 무분별하게 '삭감'되는 것도 병원의 큰 골칫덩어리다.
 

 

부산대병원 이영순 보험관리팀장은 DRG 운영에 따른 손실액을 분석, 이를 보험심사간호사회 학술대회를 통해 공개했다.

연간 전체 4만4000여명 건강보험 환자 중 3.4% 가량이 DRG 환자다. 전체 7개 질병군별 DRG 수익 현황을 보면 안과의 경우 수정체 수술을 통해 지난 1년간 7억1420만원의 진료비 중 발생한 행위별 진료비 6억2516만원으로 약 8000여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이를 환자 540여명으로 나누면 건당 평균 수익은 16만5000원 정도였다.

이비인후과는 DRG 진료비 1억6935만원 중 행위비 1억6013만원 정도가 쓰여 1년 수익이 약 921만원으로, 환자 1인당 7만3000원 정도의 수익이 남았다. 즉 수술 후 수익이 크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수익이 나면 다행이었다.

외과 중 항문수술과 산부인과 중 제왕절개분만은 평균 수익마저 적자인 상태다. 제왕절개분만을 DRG로 적용한 후에는 2238만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이를 환자 1인으로 환산하면 1명당 10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항문수술의 경우에도 총 진료비에 비해 발생한 행위 진료량이 더 많아서 수술을 했음에도 오히려 환자 1인당 2만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했다.

사례별로 손실이 나는 경우를 살펴보면, 수정체 수술의 경우 수술전 당뇨조절을 위한 내분비대사내과에 입원했던 A환자에 대해 유리체절제술, 망막수술을 동반한 양안 백내장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 병원은 100만원의 손실을 봤다.

또한 치매환자로 전신마취가 필요했던 B환자에 대해 유리체전체절제술을 동반한 양안백내장 수술을 시행한 후 80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C환자는 심방세동 등으로 와파린을 투여 중이어서 이에 대한 사전 조치 및 시술을 위해 재원일수가 연장되면서 34만원 정도의 적자가 났다.

자궁적출술은 출혈이 큰 환자가 발생할때마다 보통 100만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출혈이 심해 수혈 및 지혈제를 사용하고 알부민주를 투여한 D환자와 과다출혈로 지혈제를 사용한 후 유착방지제, 항생제, 요관스텐트설치, CT촬영, 영양제 투여 등이 실시된 E환자, 마찬가지로 과다출혈로 수혈 및 혈관색전술이 시행된 F환자 각각 100만원씩 병원이 부담을 안았다.

이외에도 자궁부속기 수술의 경우 창상피복제, CT촬영, 수면내시경, 초음파절삭기 등이 이용되면서 적게는 76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의 손실액이 발생했다.

▲ 부산대병원에서 집계한 DRG 수술별 적자사례

맹장염으로 인한 충수절제술에서도 병원에서 손해보는 수술을 한 사례가 많았다.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있던 소아환자인 G환자는 충수절제술을 시행후 관련 평가를 위해 소아청소년과로 전과해 검사 및 평가를 받고 퇴원을 해야 했다. 때문에 병원에서는 93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타 병원에서 복부통증으로 전원된 환자는 소화기내과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충수염으로 진단이 지연됐던 H환자는 소화기내과 입원 중에 수면내시경과 뇌CT 등을 시행해 87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전체적으로도 DRG 시행 후 적자가 발생한 항문수술의 세부 손실사례를 보면, 직장암 기왕증이 있어 전신마취를 시행하고, 장기입원을 한 I환자는 6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또한 폐색성비대성심근병증을 앓고 있으며 MI기왕증이 있는 J환자는 수술 전 medication 조절 등으로 입원이 길어지면서 병원에서는 수술도 하고 열심히 진료를 봤더라도 54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가장 큰 손실액 타격을 받은 제왕절개의 경우, 유도분만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K환자에게 응급제왕절개를 실시, 브리디온, 수혈, 유착방지제 등을 동반 사용하면서 100만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또한 L환자는 임신유지 목적으로 입원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응급제왕절개시행으로 100만원의 병원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의 경우 단순 질환으로 DRG 수술이 진행되는 환자가 거의 없고, 대부분 암 등 만성질환을 동반한 환자가 많아 수술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해진 금액만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병원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적자가 발생하는데도, 추가적인 급여비 환수, 즉 삭감도 종종 발생해 어려움이 더욱 극에 달했다.

이 팀장은 "인공수정체 삽입을 못하고 유화술만 시행 후 소절개로 산정했는데, 대절개로 조정한 후 차액을 환수했다"면서 "탈장수술 예정환자가 다른과 외래진료 후 당일입원해 각각 청구했더니, 이에 대해 진찰료와 원외처방약제비를 모두 환수했다"고 전했다.

또한 "자궁근종 수술 후 기타진단으로 급성출혈 후 빈혈로 코딩을 넣어 청구했는데, 이에 대한 중증도가 하향으로 조정되면서 삭감당한 사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