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력의 교육 수련, 공공적인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과 전공의들이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자신들이 수행하는 업무량을 줄여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촉탁의 고용, 수련환경 개선 등을 병원측에 촉구하고 있다. 의료계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로 정부가 이 문제를 방치해 둔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 캐나다, 영국 등은 전공의 수련을 위해 정부가 지원을 한다. 미국은 약 11만명의 전공의가 있는데 이들에게 직접 교육비용 14만3000달러(1억 4천만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고, 호주는 1 FTE(Full Time Equivalent) 당 10만 호주달러(9320만원)와 전공의 수련 관리감독을 위해 해마다 3만 호주달러(2796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도 2011년 CEB(Clinical Education Budget) 기금 8억 4000만 캐나다달러(8345억 정도)를 정부가 내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정부는 전공의 수련에 대해 지원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전공의 수련을 공공적인 문제로 보지 않기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고 진단한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전공의들은 수련의인 동시에 노동자이기 때문에 병원이 이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없다"며 "병원의 본질적인 기능을 잘 수행하는 것이 병원이 실현해야 할 공공성의 핵심이고, 따라서 전공의들을 잘 교육시키는 것도 공공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또 "전공의들의 교육 수련이 공공성을 띤다는 것을 전제로 문제를 풀어야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세훈 서울대병원 교수(대외정책부실장, 내과)는 "미국은 메디케어 도입 초기부터 전공의 교육, 급여, 지도전문의에 대한 지원을 명시했다"며 "1985년 COBRA(Consolidated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법안을 만들어 전공의 수에 따른 일정 비용을 수련병원에 지원하는 등 공공성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은 어떻게 전공의 교육 수련에 재원을 지원하고 있을까?

미국 메디케어, 전공의 수련 교육 비용 70% 부담

미국의 메디케어는 전공의 수련 교육비용의 약 70%를 부담하고 있다. 1965년 메디케어가 창설되기 전 까지는 병원들이 교육 부담을 감당했지만 사회적으로 우수한 전문의를 양성하는 것은 사회적 공헌도가 크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메디케어에서 전공의 수련비용을 맡고 있다.

메디케어는 직접지원(Direct Graduate Medical Education Payments : DGME)과 간접지원(Indirect Medical Education Payments : IME)으로 나눠 전공의 수련을 지원한다. 직접지원은 전공의 급여와 수당뿐 아니라 지도전문의 급여, 교육 행정비용, 기타 비용 등 직접비용을 지원한다.

최근 서울대병원 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 박상민 서울대병원 교수(공공보건의료사업단)는 "지난 2010년 기준으로 30억달러(3조2637억원)를 지출하고 있다"며 "총 전공의에게 직접 지원하는 비용은 약 15조원 정도가 된다"고 소개했다.

직접지원 하는 방법은 기준년도(1984년)의 병원별 1인당 전공의 비용(PRA : Per Resident Amount)을 추계해 현재의 기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고 여기에 현재 기준 전일근무(Full-time Equivalent: FTE)를 하는 전공의 수를 산출해 반영한다. 또 병원의 메디케어 환자 입원일수/전체 환자 입원일수 비를 반영하는 방법이다.

메디케어는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환자 치료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박 교수는 "수련병원으로 생기는 낮은 생산성, 대기인력 등으로 인해 환자 치료에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보상해주는 것이 간접지원"이라며 "지난 2010년 연간 65억 달러(7조713억원)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련병원은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메디케이드를 통해서도 지원을 받는다. 메디케이드는 전공의 수련비용에 대한 의무조항이 없음에도 지원을 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대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메디케이드는 약 38억달러(4조 정도)를 부담했다.

일본, 초기 연수의 과정 100% 정부 지원

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의대 졸업 후 2년 동안 임상수련과정인 '초기 연수의' 과정과 관련된 비용 100%를 국가가 감당한다. '후기 연수의' 과정은 지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분 지원한다. 또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 교육, 시설 및 환경 정비를 위해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수련병원에 대한 국가보조금도 눈여겨볼만한다. 전공의를 위한 수련시설 정비사업으로 강의실, 회의실, 독서실 등에 보조금과 수련목적으로 확충하는 진료실, 처치실 등에 대한 수련병원 시설정비사업도 정부가 지원한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교수는 "2011년 후생노동성이 임상수련 보조 예산 1096만엔(1000억 정도)을 신설했다"며 "의사부족 지역의 임상수련지도와 수련의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병원과 도시중심병원, 의사부족지역의 중소병원과 진료소와 연계한 임상수련 실시에 대해 재정지원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또 "지역의 특색에 따른 수련 프로그램 작성과 수련의사의 적정 배치에 관한 협의 등 임상수련의 질 향상과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임상수련병원군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1 FTE(full time equivalent) 당 10만 호주달러를 지원하고, 농촌 및 외곽지역에는 1 FTE 당 2만 호주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 관리감독을 위해 해마다 3만 호주달러(2796만원)를 지원하고 있고, 3년에 한번씩 수련환경 및 시설지원을 위해 1만 호주달러(932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1996년 MADEL(The Medical and Dental Education Levy)제도를 도입해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과정에 있는 의사들의 교육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 SIFT(Service Increment for Teaching) 제도가 있어 의대생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6개의 의대가 운영되는 캐나다는 온타리오 주 보건부에서 CEB(Clinical Education Budget)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CEB는 전공의 급여, 의대 교수, 수련병원 시설 지원, 임상교육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2011년 온타리오 주의 전체 전공의 4583명 중 자격조건을 갖춘 93.7%에 해당하는 429명이 CEB 기금으로 수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1년 CEB로 8억 4000만 캐나다달러(8345억 정도)가 사용됐다. 캐나다는 전임의 수련비용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의지는 미약

미국, 일본, 호주 등 우리나라보다 앞선 국가들이 전공의 수련의 공공성을 깨닫고 지원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이에 대한 인식을 떨어지는 모양새다. 전공의 수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는 전공의 수련환경 모니터링 TF를 지난 2012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가동해 수련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 결과 전공의 수련시간 주당 80시간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복지부가 전공의들이 주당 80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어서 현재 전공의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들이 주당 80시간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복지부는 탁상행정을 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를 지키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대한 모니터링도 하지 않고 있고, 기구도 없다. 오히려 전공의들을 더 힘들게 했다"며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각 병원의 의국장들은 이런 사황을 고려해 당직표를 짜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에 대해 한푼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전공의들이 국가의 중요한 인재라고 말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근무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대체인력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제혁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지난해부터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참여해 운영하고 있는 수련환경 모니터링 평가단에서 8가지 수련환경 개선 조치를 추진키로 한 바 있다"면서, "의료계·의학계와 함께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예산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지원 비용의 규모를 어떻게 할 것인지,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지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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